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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SK家 이혼소송 국면 대전환…최태원 승기 잡을 몇몇 정황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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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에서 열린 최태원 SK그룹 회장-노 관장 관련 이혼소송 항소심 2심 2회 변론기일을 마친 후 법원을 나선 가운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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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천문학적 재산분할 액수로 화제가 된 SK가(家) 이혼소송이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앞두고 새 국면을 맞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부부별산제'의 원칙을 앞세워 반격에 나선 가운데, 이른바 '노태우 비자금'으로 경영을 조력했다는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주장을 무력화하는 증언이 나오며 양측의 대결 구도가 요동치고 있다.

崔 "특유재산은 공동재산 아냐…부부별산제 원칙 무너뜨려선 안 돼"

16일 연합뉴스와 법조계에 따르면 최태원 SK 회장 측은 대법원에 제출한 500쪽 분량의 상고이유서에서 자신 명의 재산 3조9883억원을 분할 대상으로 보고 총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는 항소심 판결이 부당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최태원 회장 측이 제시한 근거는 민법 830조와 831조에서 명시한 '부부별산제'다. 해당 조항엔 부부의 일방이 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과 혼인 중 자기 명의로 취득한 재산을 '특유재산'으로 규정하며 각자 관리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쉽게 말해 부부 사이에도 '내 재산과 네 재산'이 있다는 의미다.

최 회장 측은 "장기간 혼인 생활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배우자의 기여를 넓게 인정해 한 쪽의 특유재산을 부부공동재산으로 취급한다면 부부별산제 원칙은 형해화될 것"이라고 역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가사2부는 노태우 씨의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300억원이 최종현 선대회장에게 전달돼 SK 경영에 보탬이 됐다는 노 관장 측 주장을 수용했다. 이어 SK 주식 등을 최 회장의 특유재산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판시하며 거액의 재산분할 금액을 산정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최 회장 측은 관련 자금이 노태우 씨와 무관한 만큼 자신의 재산은 부부공동재산이 아니라며 상고심에서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뜻을 고수하고 있다.

"준 게 아니라 받은 것"…노태우 측근 잇단 증언 변수로

이 가운데 떠오른 가장 큰 변수는 노태우 씨 측이 사돈에게 경영자금을 건넸다는 주장 자체를 오롯이 믿을 수 없게 됐다는 점이다. 오히려 노 씨가 받은 것이라 증언하는 인물이 속속 등장하고 있어서다.

최근 노태우 씨 최측근 윤석천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은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언급했다. 그는 "당사자와 관계가 전혀 없는 어음이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재판에 영향을 줬고, 이로 인해 고인의 명예가 훼손됐다"면서 "알고 있는 한 대통령 임기 중 최종현 회장과의 독대는 없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돈을 줬다면, 최종현 회장이 노 전 대통령에게 줬다는 게 상식 아닌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윤 전 실장은 노태우 정부 5년간 제1부속실장을 지냈고, 임기가 끝난 뒤에도 가까이서 보좌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간에도 비슷한 내용의 언급이 많았다. 6공화국 시절 경제수석을 역임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간접적으로 '300억원'은 노태우 씨가 SK 측에 요구한 노후자금이란 발언을 남겼다. 손길승 전 SK 회장 역시 "노태우 씨 비자금 심부름을 하던 이원조 경제비서관이 퇴임 후 지낼 거처와 생활비 등을 요구해 일단 생활비 명목으로 매월 전달했다"고 밝혔다.

모두 사실에 기초한 진술, 즉 SK에서 노태우 씨로 돈이 옮겨간 것이라면 얘기는 180도 달라진다. SK가 선친으로부터 자금을 받아 사업에 활용했으니 자신도 최 회장의 재산 형성에 기여했다는 노 관장 측 주장에 심각한 오류가 생기기 때문이다.

"6공 비자금' 전액 국고로 환수하라"…사회적 요구 거세져

국민 여론도 심상찮다. 소송 과정에서 드러난 '노태우 비자금' 의혹을 철저히 규명해 모두 환수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시민단체 5·18기념재단과 군사정권범죄수익 국고환수추진위원회는 최근 노태우 일가의 비자금 은닉 의혹을 각각 검찰·국세청 등에 고발했다. 이들은 올바른 역사 정의와 사회 정립 차원에서 비자금을 찾아 국고로 환수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5·18기념재단은 기자회견에서 "노 관장은 최 회장과의 이혼 소송에서 어머니가 작성한 904억원의 비자금 내역에 대한 메모를 법원에 제출해 부정축재 은닉재산의 실체를 스스로 인정했다"면서 "은닉재산을 상속받고도 재산의 존재를 은폐하고 상속세도 포탈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환수위는 고발장에서 "서울고법 가사2부는 노태우 비자금을 노 관장의 돈이라고 인정했다"며 "세금 한 푼 없는 불법증여를 합법적으로 인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노 과장은 이혼소송을 기회 삼아 범죄수익을 일체 추징금이나 세금도 없이 되찾으려 한다"며 "이는 불법증여일뿐 아니라 '편법상속'이자 '조세포탈행위'"라고 꼬집었다.

정치권도 국정감사 시즌을 맞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노 관장 등 가족의 법제사법위원회 국감 출석을 꾸준히 요구해 왔으며, 응하지 않을 경우 동행명령장 발부도 검토 중이다.

이에 재계 전반에선 법원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 시 소송이 그대로 종결되는데, 대법원으로서도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해 심리를 이어가지 않겠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차재서 기자 sia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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