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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단독] 특정 학회에 억대 기금 쓴 응급의료센터장, ‘경고’ 처분 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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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서울 중구 삼화빌딩 내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 상황실 풍경.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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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중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이 자신이 회원으로 있는 대한응급의학회의 학술행사에 용역 계약도 없이 억대 기금을 투입해 보건복지부 감사를 받았으나 지난 5월 ‘경고’ 처분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계약법이 정한 계약 절차를 위반하고도 솜방망이 처분에 그친 것이어서, 의료대란 앞에 위법행위를 눈감아준 것이 아니냔 비판이 나온다.



1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센터)는 2022년과 2023년 두 차례에 걸쳐 응급의학회가 여는 추계 학술대회의 부대행사로 ‘항공의료발전 국제심포지엄’(심포지엄)을 개최한 사실로 복지부 감사를 받았다. 복지부가 지난 5월 작성한 감사보고서를 보면, 이 심포지엄의 예산은 1억8천만원으로 별도의 계약 없이 일반수용비로 집행됐다. 물품 구입비 같은 소모성 경비처럼 처리됐단 뜻이다. 감사보고서에선 “이와 같은 행사 경비는 채무 당사자가 있으므로 계약지출이 타당한데도 일반지출을 했다”고 지적했다.



감사보고서에선 이 심포지엄에 센터가 지출한 비용이 적절치 않음을 거듭 지적한다. 31개 주제강연 등이 준비된 응급의학회의 학술대회 총지출이 5억4백만원인데 고작 2개 세션을 맡은 센터의 예산이 그 중 35.7%에 해당하는 점, 센터 주최 행사가 아닌데도 행사 첫날 1045명분 점심 도시락값 4180만원·시스템 장비 비용 2200만원을 학회와 센터가 공동경비로 낸 점 등이다. 사용하지도 않은 무대 시스템에 800만원이 들어가고, 센터 직원들의 참석 여부와 무관하게 행사 참가비를 지출하기도 했다. 김성중 센터장이 응급의 료기금을 자신이 회원으로 있는 대한응급학회에 퍼주기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센터는 1억원의 비용을 들여 2023년에도 같은 심포지엄을 응급의학회의 부대행사로 열었다.



그러나 복지부는 국가계약 절차를 위반한 중앙응급의료센터에 기관경고와 비용 일부(1150만원) 회수 처분을 내리는 데 그쳤다. 경고는 공직자 징계에서 가장 낮은 수위인 견책만도 못한 처분으로, ‘징계’가 아니다. 이런 까닭에 센터 내부에선 반발이 들끓었다고 한다. 중앙응급의료센터 내부 관계자는 한겨레에 “감사 업무를 잘 아는 이들은 ‘공공기관에서 감사를 오랫동안 해왔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수사의뢰가 돼야 하는 사안이다’라고 하더라”며 “누가 봐도 초유의 처분이기에 복지부 윗선의 입김이 미쳤다는 말이 나왔다”고 말했다.



야당에선 복지부가 의-정 갈등으로 곤란한 처지에 놓이자 우호 기관인 중앙응급의료센터의 처지를 봐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강선우 의원은 “중대한 위반 사항이 적발됐는데도 보건복지부는 중앙응급의료센터에 솜방망이 처분을 내렸다”며 “정부의 정책 실패로 인한 의료대란을 핑계로 삼은 것은 아닐지 복지부의 저의가 의심스러운 만큼 해당 징계 과정을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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