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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블록레터] 안녕하세요 엠블록레터의 승아입니다. 최근 인스타그램 피드를 넘기다가 눈길이 머무는 콘텐츠가 있었어요. 비트코인 채굴 열로 운영하는 프리미엄 목욕탕이었죠. 당장이라도 뜨끈하게 몸을 지지고 싶어 검색해 보니 뉴욕에 위치해있더라구요. 직접 체험해 보고 싶었는데 아쉬워요.
가상자산 채굴은 늘 환경오염이라는 문제에 직면해 왔습니다. 비트코인을 채굴하기 위해서는 고성능의 컴퓨터 장비가 필요한데요. 수천대에 이르는 채굴기가 24시간 쉬지 않고 작동하며 발생하는 열을 식히기 위해서 냉각기를 함께 돌리면서 상당히 많은 자원이 투입됩니다. 캐나다의 한 대학교 연구팀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1년까지 전 세계 비트코인 채굴 네트워크가 파키스탄의 전력 소비보다 많다는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죠. 2021년에는 비트코인 채굴 회사가 연중무휴로 슈퍼컴퓨터를 돌려댄 탓에 뉴욕의 한 호수의 수온이 온천처럼 뜨거워져 버리는 일도 있었어요. 그래서 비트코인 채굴자들도 이 열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는데요, 함께 비트코인 채굴 열을 활용한 재밌는 사례가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아요.
출처: Bathhous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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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스하우스는 2019년 뉴욕 브루클린에 문을 연 프리미엄 목욕탕이에요. 개인화된 서비스로 조용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일반적인 미국식 스파가 아닌 활기찬 분위기에 다양한 사람이 어우러지는 목욕탕을 추구하죠. 입구에서 직원의 안내를 따라 가운을 입고 들어서면 4가지 공간이 준비되어 있어요. 고급스러운 수영장을 연상케 하는 냉탕, 온탕, 열탕으로 이루어진 ‘온천 풀’, 별이 쏟아지는 여름의 밤하늘 같은 천장이 있는 스팀룸과 핀란드식 건식 사우나, 그리고 스포츠의학 전문가들이 맞춤형 회복 마사지와 스트레칭 처방을 해주는 ‘테라피룸’이죠.
배스하우스는 두 명의 청년 사업가의 아이디어로 시작됐어요. 에어비엔비를 통해 우연히 만난 Talmadge와 Jason Goodman은 함께 휴가를 보내며 친분을 이어오다가 Jason Goodman의 한 가지 루틴을 계기로 창업을 결심했어요. 그는 수년간 헬스장을 다녀온 후 회복을 위해 목욕탕을 방문했는데요. 처음 뉴욕으로 이사한 이후 목욕탕에서의 시간 덕분에 힘든 시기를 견뎌낼 수 있었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삶을 바꾸는 목욕 경험을 공유하고 싶어 창업을 결심했어요. 어느 날 그가 목욕탕을 가는 것을 동행한 Talmadge도 그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고, 공동 창업을 제안했죠. 이렇게 탄생한 것이 프리미엄 목욕탕 배스하우스의 첫 번째 지점 ‘배스하우스 윌리엄스버그’예요.
배스하우스가 비트코인 채굴열을 활용해 온수풀을 데우는 원리 출처: Bathhous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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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스하우스가 처음부터 비트코인 채굴 열을 활용한 것은 아니에요. 사업을 시작할 때 고려 대상이 아니었죠. 배스하우스 창업자 Talmadge와 Jason Goodman는 목욕탕을 개업하고 한가지 고민에 빠졌어요. 그것은 바로 엄청나게 높은 관리비. 200도가 넘는 사우나와 온탕, 열탕 등의 온도와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 매월 2만 달러(약 2700만원)에 달하는 비용을 납부해야 했거든요.
그러던 와중 Jason Goodman이 유튜브에서 비트코인을 채굴해 수영장을 데우는 방법을 소개한 한 남성의 영상을 우연히 발견했어요. 그들은 즉시 실험에 돌입했어요. 온라인 사이트에서 구매한 기성품 채굴기 2개로 실험을 시작했죠. 결과는 성공적이었어요. 이후 이들은 배스하우스의 온수풀 두 곳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초당 약 1,200테라 해시를 생성하는 12개의 비트코인 채굴기를 설치했어요. 이들은 채굴기가 만드는 열에너지를 흡수할 수 있도록 특수 설계된 유체에 채굴기를 담갔어요. 열교환기가 이것을 뜨거운 물로 변환하면 풀에 직접 이동하는 방법이죠. (자세한 방법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포춘과의 인터뷰에 따르면, 배스하우스의 에너지 요금은 채굴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해요. 하지만 분명히 차이가 있었죠. 이전에는 동일한 사용료를 납부하고 에너지만 얻었지만, 지금은 비트코인도 함께 얻고 있으니까요. 이들은 지난 한해동안 배스하우스 윌리엄스버그의 비트코인 채굴기로 1.5 BTC를 채굴했어요. 이렇게 채굴된 비트코인은 회사의 재산으로 보관하고 있고요.
뜨거운 돌 난로 위에 아로마 용액이 섞인 아이스 볼을 녹여 순간적으로 내부 공기를 뜨겁게 달구는 독일식 사우나 의식 ‘아우프구스(aufguss)’를 체험하고 있는 배스하우스 방문자들. 숙련된 아우프구스 전문가가 커다란 수건으로 뜨거운 수증기를 골고루 보내며 의식을 진행하고 있다. 출처: Bathhous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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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lmadge와 Jason Goodman은 ‘배스하우스 윌리엄스버그’의 성공을 바탕으로 올해 1월 11일 맨해튼에 새로운 지점 ‘배스하우스 플랫아이언’을 열었어요. 크기는 무려 약 3300㎡으로 최대 100명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의 건식 사우나, 비트코인 채굴 열로 가열되는 6개의 온수풀 등 더 크고 다양한 목욕 경험을 선사하고 있죠. 이곳에는 총 5200테라 해시에 달하는 20대의 채굴기로 온수풀과 기타 시설을 데우고 있고요.
출처: The Bitcoin Buildi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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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비트코인 빌딩은 캐나다 최남단에 위치한 온타리오주의 윈저에 위치한 다세대 아파트 빌딩이에요. 동부 캐나다 최초의 ‘NET ZERO(탄소중립)’ 빌딩이기도 하죠. 180개의 태양광 패널을 지붕에 설치해 건물에 전력을 공급하고, 그 전력으로 비트코인 채굴기를 가동해 채굴기가 발생한 열은 건물 일부의 난방을 할 수 있도록 설계했어요. 더 비트코인 빌딩이라는 이름답게 건물의 복도부터 비트코인 제네시스 블록열로 인테리어가 되어있는데요, 총 13세대가 거주할 수 있어요.
시장 Drew Dilkens, 소유자이자 개발자 Ray Blanchard와 그의 아내 Yana Sizonenko가 2022년 11월 1일 화요일 Pelissier Street 477번지의 더 비트코인 빌딩에서 리본을 자르고 있다. 출처: Windsor Sta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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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인터뷰에 따르면, 이 건물의 소유자인 Ray Blanchard는 비트코인 채굴기를 도입하는 아이디어는 도시의 지역사회 개선 계획에 가입한 후 떠올렸다고 밝혔어요. 태양광 패널로 전력을 만들면 전력을 많이 사용하는 비트코인 채굴기를 감당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죠. 그리고 채굴기가 발생하는 열로 난방을 하는 선순환이 있다면 건물 환경 평가 시스템인 LEED 인증 골드 등급을 받을 수 있을거라고요. LEED 골드 등급을 받으면 10년 동안 재산세를 동결할 수 있었죠. 결과는 대성공! 더 비트코인 빌딩은 온타리오 남서부에서 해당 등급을 받은 유일한 다세대 아파트가 되었어요. 덕분에 친환경적으로 비트코인도 채굴하고 부동산 사업, 그리고 재산세 문제도 술술 풀렸고요.
더 비트코인 하우스의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해당 건물은 모두 입주가 완료되었다고 해요.
해당 이미지는 기사 내용과 관계가 없는 이미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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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채굴 열은 작은 규모의 공간에서도 활용되고 있어요. 캐나다 퀘백의 한 마을에 위치한 농장에서는 채굴 열을 이용해 딸기를 재배하고 있어요. 한겨울에 온실에서 자라는 딸기라니, 보통이라면 전기 요금이 부담되겠지만 채굴 열을 활용해 경제적인 부담을 덜었죠. 미국의 AI기반 비주얼 에이전시 CEO 또한 채굴기에서 나오는 열을 이용해 집에 있는 닭장을 따뜻하게 하고 있다고 밝혔죠. 닭장 온도를 닭이 가장 많이 알을 낳는 21도로 유지해 가상자산도 채굴하고 더 많은 알을 얻게 되었죠. 이 외에도 채굴에 사용되는 열을 활용한 보일러, 채소 및 과일 건조기, 위스키 등 무궁무진한 사례가 있어요.
이처럼 비트코인 채굴이 환경오염을 야기한다는 지적에 맞서 다양한 활용 방법이 등장하고 있는데요. 이런 사례들이 막대한 에너지를 사용하는 전 세계 비트코인 채굴 기업과 개인에게 영감을 주기를 바라요.
전성아 엠블록 연구원(jeon.seonga@m-block.io), 김용영 엠블록 에디터(yykim@m-block.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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