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16 (수)

“안전한 곳 없다”...이스라엘 소개령에도 갈 곳 없는 팔 주민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팔레스타인 난민 소녀가 15일(현지시각) 가자 남부 칸유니스의 임시 난민촌에서 어딘가 보고 있다. 신화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북부 지역에 소개령을 내리고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대한 공격을 이어가고 있지만, 많은 주민이 딱히 갈 만한 곳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떠나지 않고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이스라엘군은 군사적 공세를 늦추지 않아 주민들의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달 초 하마스가 조직을 재건하는 걸 막는다는 명분으로 가자 북부지역에 대한 군사 공격에 다시 본격적으로 나서며, 지역 주민에게 가자 남부 안전한 곳으로 내려가라는 소개령을 내렸다. 그렇지만 많은 주민이 1년 가까이 이스라엘군의 거듭되는 소개령 발령에 지쳤을 뿐 아니라 어디를 가더라도 딱히 안전한 곳은 없다며 떠나지 않고 머물고 있다고 미국의 월스트리트 저널이 1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가자시티의 영어교사였던 사마흐 알 하다드(30)는 “남쪽으로 내려가 봐야 임시 천막에 머물러야 한다. 여기 자발리아보다 더 나을 게 없다”며 “떠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남쪽으로 내려가다가 이스라엘군의 총격에 숨졌다는 얘기도 들었으며 남부로 피난간 친척이 있지만 그곳이 안전하다는 얘긴 못들었다고 말했다.



가자 국제학교 교사였던 암나 솔리만(42) 가족도 지금 사는 자발리아 아파트에 남기로 했다. 그는 “엄마가 휠체어에 의지해 살기 때문에 멀리 움직이는 게 불가능하다”며 “엄마를 두고 떠날 순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 병사가 세 번이나 전화해 떠나라고 했지만, 그때마다 떠날 수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의 대규모 자발리야 공격은 전쟁 초기인 지난해 겨울과 지난 5월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이다. 이스라엘군의 이번 소개령에 얼마나 많은 주민이 가자 북부 지역을 떠났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유엔 추정치를 인용해 이스라엘군의 소개령에도 40만명이 남았다고 전했다. 어떤 이들은 몸이 아프고 다쳐 움직이기 어렵다는 이유로 떠나지 않았으며, 또 어떤 사람은 남부로 가는 길이 더 위험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남아 있는 이들은 이스라엘군의 공습 등 군사 공격에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다.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UNRWA)는 14일 이스라엘군의 탱크가 자발리야의 식량배급센터를 폭격해 10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가자지구 응급대응기구는 15일 자발리아에서 시신 12구를 회수하고 다친 사람 3명을 대피시켰다고 밝혔다. 이 기구의 대변인 모하메드 알 모가예르는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이 재개된 지난 5일 이후 지금까지 가자 북부지구에서 숨진 이가 적어도 69명에 이른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가자 북부 지역에 대한 군사적 공격과 동시에 봉쇄에도 힘을 쏟고 있다. 유엔 인권담당 부서는 이스라엘군이 주민 소개령을 내려놓고 핵심 교차로에 모래주머니 장벽을 세워놓고 통행을 통제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이스라엘군이 남쪽으로 피난하려는 가자 주민을 겨냥해 발포해 사살한다는 보고도 올라온다고 덧붙였다.



가자 시티에 사는 한 아이의 엄마인 레다 카이크(27)는 가자 남부가 이미 피난민들로 넘쳐나고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곳이 이스라엘군의 공습이나 지상 공격에서 안전한 것도 아니라고 한다며 남부로 피난간 사람들이 ‘여기 올 이유가 없다’고 조언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가 죽는다면 원하는 건 내 아들과 내가 함께 죽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권력에 타협하지 않는 언론, 한겨레 [후원하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행운을 높이는 오늘의 운세, 타로, 메뉴 추천 [확인하기]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