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첨자들 반응'냉랭'…본청약 지연 수두룩한 탓
공사비 인상 불가피한데 추가방안 여지도 적어
"분양가가 실망스러운 게 아니라 절망스러워요."
지난 10일 비즈워치 기사에 달린 댓글입니다.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국정감사에 출석해 신혼희망타운 본청약 분양가를 사전청약 당첨자 입장에서 결정하겠다고 밝힌 내용의 기사였죠. ▷관련 기사:이한준 LH사장 "신희타 분양가, 사전청약 당첨자 입장에서 결정"(10월10일)
본청약 지연, 그에 따른 분양가 상승 문제 등으로 사전청약 당첨자들의 상처가 커지고 있습니다. 국정감사에서도 질타가 이어졌죠. 과연 정부와 LH가 추가로 내놓을 '묘수'가있긴 한 걸까요?
인천 계양지구/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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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청약, 안 되는 줄 알면서 왜 그랬을까
공공사전청약은 이명박 정부 때 도입했다가 폐지되고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부활했습니다. 당시 집값이 크게 오를 때라 주택 수요를 분산하기 위한 카드로 쓰인 거죠.
2009년 MB 때 도입 배경과 똑같습니다. 실패의 전철도 그대로 밟았죠. 사전청약을 받았지만 이후 온갖 변수가 생겨 착공이 밀리고 본청약이 미뤄졌고요. 결국 국토부는 도입 3년여 만인 지난 5월 폐지했습니다.
사전청약 제도의 허점을 인정하고 신규 공급을 중단한 거죠. 이로써 더 큰 피해를 막았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하지만 기존 공급 단지들은 그 '허점'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있는데요.
업계 등에 따르면 현재 공공 사전청약 단지 가운데 본청약이 완료된 단지는 총 53개 가운데 13개(24.5%)에 불과하고요. 사업 추진 계획보다 본청약이 연기된 단지가 16개(30.2%)에 이릅니다.
이중 본청약이 예정보다 1년 이상 밀린 단지가 △수원 당수 △의왕월암 △성남복정2 △의왕청계2 △성남낙생 △남양주진접2 △군포대야미 △의정부우정 △남양주왕숙2 △과천주암 △시흥거모 등 11개에 달하고요.
지연 이유는 다양합니다. 인허가 관계기관 협의 지연, 법정보호종 발견, 보상 문제, 감리선정 지연, 고압송선전로 이설, 문화재 조사 등등이요. 이들 모두 사업 과정에서 생긴 '변수'라 어쩔 수 없지 않냐고요?
글쎄요. 그렇다고 예상치 못한 변수로 보긴 힘들어 보입니다. 과거 MB 시절 보금자리주택 사전청약 때도 비슷한 이유로 본청약이 수년 이상 지연된 바 있거든요. 결국 입주가 3~4년씩, 많게는 11년이 걸린 곳도 있었는데요.
피해는 고스란히 사전청약 당첨자에게 돌아갔습니다. 예상보다 입주가 미뤄지자 자금 계획 등에 차질이 생기고요. 내 집 마련을 기다리다 지쳐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도 속출했거든요. 말 그대로 '희망고문'이었던 겁니다.
2020년 공공사전청약 제도를 부활했을 때도 이 같은 우려가 나왔는데요. 당시 정부는 보상 및 문화재 여건 등을 검토해 사업지연 우려가 적은 곳을 대상으로 사전청약을 받겠다고 했죠. "공급 시점을 최대한 앞당기겠다"고 강조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당첨자들은 또다시 같은 문제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이달 2일에도 경기 부천역곡지구 A2 블록 사전청약 당첨자들은 본청약이 1년 6개월이나 밀린다는 안내를 받았거든요. 이 블록은 당초 내년 3월 본청약 예정이었다가 보상 지연 등으로 인해 2026년 9월로 밀렸습니다.
2024년 하반기 본청약 받은 2·3기 신도시 사전청약 단지/그래픽=비즈워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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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 '분양가' 어쩌나?
무엇보다 문제는 '분양가'입니다. 사전청약 공고 때는 '추정' 분양가를 제시하고 '확정' 분양가는 본청약 때 나오는데요. 본청약 시점이 미뤄지니 추정 분양가에 비해 확정 분양가도 치솟고 있거든요.
분양가 논란은 사전청약 때부터 있었습니다. 정부는 2021년 3기 신도시 공공분양을 '시세의 60~80%' 수준으로 내놓겠다고 했는데요. 당시에도 성남복정1, 인천계양 등은 인근 신축 분양가와 비슷해 논란이 됐습니다.
본청약 때는 논란이 더 커졌는데요.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자재비, 인건비 등이 급등해 올라 공사비 상승이 불가피해졌거든요. 이에 본청약 시점이 밀린 단지들의 확정 분양가도 많이 올랐습니다.
2021년 사전청약을 받은 인천계양 A3의 경우 신혼희망타운 전용면적 55㎡의 추정 분양가가 3억3980만원이었는데요. 올해 본청약 때 확정 분양가가 3억7694만~4억480만원으로 11~19% 올랐습니다. 최고가를 기준으로 6000만원 정도를 더 마련해야 하는 셈이죠.
인천계양 A2 공공분양 역시 59·74·84㎡의 추정 분양가(2021년)가 3억5628만~4억9387만원이었는데요. 올해 본청약 확정분양가는 3억9470만~5억8411만원으로 올랐습니다. 11~18% 인상한 거죠. 3기 신도시에서 저렴하게 공급하겠다고 했던 취지가 무색합니다.
이처럼 본청약 분양가 인상 사례를 보고 다른 단지 사전청약 당첨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는데요. 물론 안내가 없었던 건 아닙니다. 모집공고에는 실제 분양가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표기해 놨죠.
하지만 본청약이 예정보다 지연되면서 분양가가 올랐기 때문에 공급자인 정부에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사전청약 피해자 모임은 "당첨자들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불공정한 조항"이라고도 짚었고요.
그 중에서도 신혼희망타운 사전당첨자들은 더 난감합니다. 2021년 신희타 사전청약 당시 소득 기준이 2인 가구 월 372만원 이하였거든요. 소득이 적은 계층을 위한 주택이었던 건데요. 분양가를 최고 6000만원 가까이 올려버리면 당첨자들의 소득으로 자금을 마련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죠.
정부는 지난 5월 사전청약 제도를 폐지하면서 여러 대책을 내놨는데요. 본청약 시점을 빨리 확정해서 알려주고, 계약금과 중도금 1차 납부 비율을 낮춰주는 게 골자입니다. 사실상 '보상'이라고 보긴 어렵죠.
이런 상황에서 이한준 LH 사장이 지난 1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 말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 사장은 분양가와 관련해 "저희가 이익을 남긴다는 생각보다 사전청약자 입장에 서서 원가 수준으로 공급하는 걸 목표로 해서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답했는데요.
묘수가 있을진 모르겠습니다. 애초에 '숫자 채우기'식으로 무리하게 공급을 한 터라 지구별로 사업 추진 속도를 앞당기기에도 한계가 있어 보이는데요.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금융 비용을 일부 지원해주거나 전매제한 등의 규제를 조금 풀어주는 정도의 대책이 나올 수 있겠다"며 "다만 형평성 등의 문제에 따라 당첨자들이 원하는 수준의 보상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라고 짚었습니다.
그러면서 "'원가 수준'으로 공급한다는 것도 모호하다"며 "정부 및 공공기관의 신뢰를 회복하고 수요자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선 원가를 투명하게 공급하고 좀 더 실효성 있는 보상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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