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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외환위기 이후 최악 '고환율'…韓 수출 전선도 '먹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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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원 넘보는 환율…중간재 수입·가공하는 수출구조상 경쟁력↓

수출 둔화도 현실화…효자품목 반도체도 美 수출통제에 타격

뉴스1

지난달 달러가 강세로 돌아서면서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4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한 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은행 관계자가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10월 말 외환보유액'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156억9000만 달러로 전월 말보다 42억8000만 달러 줄어들었다. 이로써 외환보유액은 6월 이후 4개월 만의 감소세를 기록하게 됐다. 2024.11.5/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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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달러·원 환율이 1450원을 돌파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수출 경제'를 근간으로 한 우리나라에서 고환율은 큰 리스크다. 원자재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 구조에서 환율 상승은 제조원가를 높여 최종 수출품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악순환을 낳는다. 최근 수출 증가세가 둔화하는 상황 속 선제적 리스크 관리를 위한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달러·원 환율 심리적 마지노선 '1450원' 돌파…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아

21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은 미국 정책금리 인하가 늦춰질 것이란 전망에 지난 20일 1451.9원까지 치솟았다. 환율이 1450원대를 돌파한 것은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정책금리를 0.25%포인트(p) 인하하기로 했지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향후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출 것이라고 시사하자 달러 가치가 강세를 나타냈다.

혼란스러운 국내 정치 상황도 달러화 강세를 부추겼다.

환율은 비상계엄 사태 직후인 지난 4일 야간거래에서 1440원을 일시적으로 넘어선 뒤 1430원대로 올라섰다. 불안한 분위기였지만 2022년 10월 25일 레고사태 때 기록한 고점(1444.2원)을 넘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이번 미국발 충격까지 겹치면서 심리적 마지노선을 돌파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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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부산항 신선대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관세청이 이날 발표한 '11월 1~20일 수출입 현황'에 따르면 수출은 337억900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2% 증가했다. 수입은 352억600만달러로 6.2% 감소했다. 무역수지는 14억16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2023.11.21/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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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수출 증가폭 '둔화', 반도체 치우친 수출구조 '한계'

우리나라 수출은 14개월 연속 플러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문제는 지속성인데 우리 수출은 국제 원자재가 인상이나 특정품목에 지나치게 치우쳐 대외변수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당장 고환율에 따른 수입액 증가, 반도체에 치우친 수출 구조하에 지금과 같은 호실적을 이어갈 수 있을지 우려가 크다.

통상 환율이 오르면 원자재 수입가가 급등해 그만큼 채산성은 줄어든다. 자원 빈국인 우리나라는 원자재를 수입해 이를 가공한 뒤 다시 수출하는 형태의 가공무역 형태를 띠는데, 수입 부담이 늘게 되면 수출 성과는 축소될 수밖에 없다.

실례로 우리나라는 가장 최근인 2022년 3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15개월 연속 적자를 이어가며 IMF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상황을 겪은 바 있다. 여러 복합적인 이유가 있었지만, 당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가격 인상이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러-우 전쟁 등으로 인한 글로벌 에너지 수입액은 전년보다 18.9% 늘어난 7312억 달러로 집계됐다. 그중 3대 에너지원인 원유·가스·석탄의 수입액은 전체의 26.1%인 1908억 달러에 달해 무역적자 발생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

반도체에 치우친 수출 구조도 한계로 지적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일 발표한 '11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563억 5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동월 대비 14개월 연속 플러스 흐름을 이어갔지만, 증가율은 1.4%에 그쳤다.

월별 수출 증가율은 올 7월 13.5%로 정점을 기록한 뒤, 8월 10.9%, 9월 7.1%, 10월 4.6%로 감소하다가 지난달 1%대로 주저앉았다.

수출 증가율이 둔화한 것은 반도체를 제외한 주력 산업의 실적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15대 수출 주력 품목 중 반도체(30.8%), 컴퓨터(122.3%), 선박(70.8%), 바이오헬스(19.6%), 철강(1.3%) 등 5개만 지난달 수출이 늘었다.

반면 수출 2위 품목인 자동차는 13.6% 급감했다. 자동차부품(-8.0%), 디스플레이(-22.0%), 일반기계(-18.9%), 석유제품(-18.7%), 가전(-13.9%), 2차전지(-26.3%) 등도 감소폭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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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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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건 '반도체'뿐인데…美, 반도체 대(對)중 수출통제 조치까지

우리 수출을 떠받쳐온 반도체도 당장 내년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2일 인공지능(AI) 개발에 필요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국에 수출하는 것을 제한하는 내용의 새로운 반도체 수출통제를 발표했다.

현재 HBM 시장은 미 마이크론과 함께 SK하이닉스(000660)와 삼성전자(005930) 등 우리 기업이 장악하고 있다.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바이든 행정부는 그래픽처리장치(GPU) AI 반도체에 이어 HBM까지 차단했다. AI 무기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는 중국의 AI 기술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인데,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2022년 10월 중국에 반도체 수출 규제를 발표한 이후 매년 수출 규제를 강화해왔다.

이번 수출 규제는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이 적용돼 국내 반도체 기업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FDPR은 해외에서 만든 제품이더라도 미국산 장비와 기술이 사용되면 수출통제가 적용되도록 한 규정이다.

중국에 대한 장비 수출 규제도 강화된다. 상무부는 첨단 노드 집적회로(IC) 생산 장비 24종과 소프트웨어 3종의 중국에 대한 수출을 금지했다. 여기에 중국 기업 140여개를 제재 대상(entity list)으로 추가 지정한 상태다. 이번 수출통제 조치는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국내 어수선한 정치 상황에 살얼음판을 거닐고 있는 우리 대외 경제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통상당국은 일제히 현장으로 향했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지난 20일 삼성디스플레이 아산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현재 대내외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이 흔들림 없이 수출에 매진할 수 있도록 실시간 소통 체계를 통해 현장 애로를 신속히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안 장관은 "올해 대내외 여건이 녹록지 않은 가운데도 수출이 우리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면서 "올해를 마무리 짓는 12월에도 수출 우상향 흐름과 무역수지 흑자 기조가 이어질 수 있도록 산업부가 끝까지 챙기겠다"라고 강조했다.

euni12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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