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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명태균, 대선 기간 윤석열에게 유리하게 여론조작 정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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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김건희 여사 공천개입 의혹’ 핵심 관련자인 명태균씨. 명씨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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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가 2021년 11월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전 윤석열 대통령에게 유리하도록 여론조사 결과를 조작해 유포한 정황이 15일 명씨가 당시 운영하던 연구소 직원과의 통화 녹취에서 드러났다.



2021년 당시 미래한국연구소 직원이던 강혜경(2022년 경남 창원의창 보궐선거 뒤 김영선 전 의원 회계책임자로 이직)씨가 이날 언론에 공개한 통화 녹취를 보면, 명씨가 외부에 공표되지 않는 비공개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을 지지한 특정 연령대의 응답자 수를 부풀려 최종 지지율이 원래 조사보다 높아지게 가공하라고 강씨에게 지시하는 내용이 나온다. 통화 시점이 2021년 9월29일 오후 4시50분으로 기록된 이 통화에서 명씨는 “윤석열이를 좀 올려서 홍준표보다 한 2% 앞서게 해주이소”, “그 젊은 애들 있다 아닙니까. 응답하는 그 개수를 올려갖고 (지지율이) 2~3% 홍(준표)보다 더 나오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두 사람 사이의 이런 대화는, 경쟁 후보 사이에 원하는 지지율 격차가 나오도록 미리 목표를 정해놓고 응답자 수를 부풀렸다는 의혹을 갖게 하기 충분하다. 실제로 실행됐다면 여론조사에서 통용되는 ‘보정’ 차원을 넘어 ‘데이터 조작’에 해당한다. 통화가 이뤄진 시점은 2021년 9월15일 국민의힘이 1차 경선에서 대선 후보자를 8명으로 압축하고, 10월8일 2차 경선 통과자 발표를 앞둔 상황이었다. 강씨의 이런 폭로는 전날 ‘명씨가 대선 경선 때 윤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조작된 여론조사를 활용해 당내 여론을 움직였다’는 홍준표 대구시장의 폭로와 맞물려 대선 경선 당시 명씨를 활용한 윤 대통령 쪽의 ‘여론 공작’이 실제로 실행된 것 아니냐는 추론에 무게를 더한다.



한편 여권 인사들로부터 ‘사기꾼’이란 비난과 함께 ‘사법 처리’ 압력을 받고 있는 명씨는 이날 20대 대선 전 김건희 여사와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를 공개하며 반격했다. 과거 인연을 맺은 여권 인사들이 관계 자체를 부정하며 자신을 비방할 경우, 폭로 수위를 점점 높이겠다는 경고다. 명씨가 페이스북에 공개한 문자 대화 갈무리 화면을 보면, 명씨가 “내일 (이)준석이를 만나면 정확한 답이 나올 겁니다. 내일 연락 올리겠습니다”라고 하자 김 여사가 “철없이 떠드는 우리 오빠 용서해주세요. 제가 난감 ㅠ”라는 답 문자를 보낸다. 이어 “무식하면 원래 그래요. 사과드릴게요”라며 “제가 명 선생님에게 완전 의지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인다. 2021년 윤 대통령의 국민의힘 입당 전에 이뤄진 것으로 보이는 이 대화에서 김 여사가 지칭한 ‘오빠’가 누구인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지만, 정치권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윤 대통령일 가능성이 높다는 쪽이다.



무엇보다 김 여사가 윤 대통령을 사석에서 ‘오빠’라고 부르는 걸 목격한 이가 여럿이다. 윤 대통령의 검사 시절 측근인 정치권의 한 인사는 이날 한겨레에 “영부인이 대통령한테 ‘우리 오빠’라고 부르는 걸 굉장히 자주 들었다”고 했다.



이런 사정을 잘 아는 대통령실이 굳이 ‘친오빠’라고 서둘러 언론에 공지한 데는 대화 속 ‘오빠’와 관련된 표현들(“철없이 떠드는” “무식하면”)이 대통령 부인이 대통령을 지칭한 것으로 보기 어려울 만큼 거칠다는 점, 실제로 윤 대통령을 가리키는 것이라면 김 여사가 사실상 대통령의 공적 활동을 배후에서 ‘좌지우지’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점 등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김 여사가 과거 이명수 서울의소리 기자에게 한 윤 대통령에 대한 말들을 보면 정제되지 않은 언사가 수시로 등장한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오빠는 입당 전부터 당선 때까지 내내 철없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김 여사와 명씨가 저렇게 주고받은 카카오톡 문자가 몇백개 있을 것이다. 뭐가 터져나올지 모른다”고 했다.



문자 대화 당사자인 명씨도 이날 저녁 제이티비시(JTBC)와 한 인터뷰에서 “친오빠는 정치적인 걸 논할 상대가 아니다”라며 문자 대화 속 ‘오빠’가 윤 대통령을 지칭하는 것임을 강하게 암시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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