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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9 (토)

박빙 승부에 표 '영끌' 나선 해리스, 흑인 남성·폭스 시청자까지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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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미국 대선을 3주 앞둔 상황에서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지지가 흔들리는 흑인 남성에 초점을 맞춘 공약을 내놓는 동시에 보수 방송 인터뷰에 응해 외연 넓히기를 시도하며 표 긁어 모으기에 나섰다. 초박빙 승부에서 제3의 후보가 당락을 가를 수 있다는 위기감에 민주당은 녹색당 후보 공격 광고까지 내놨다.

해리스 캠프는 14일(이하 현지시간) "흑인 남성을 위한 기회 의제"라는 새 공약을 공개하고 "흑인 남성들이 부를 쌓고 가족을 지원하고 공동체를 이끌 도구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약엔 흑인 기업가가 사업을 시작할 때 최대 2만달러(약 2700만원)까지 탕감 가능한 대출 제공, 흑인 남성에 교사를 포함해 더 많은 직업 기회를 주기 위한 교육 및 견습 제도 확대, 흑인 남성들에게 불균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낫적혈구병· 당뇨병·전립선암 등 질병에 초점을 맞춘 연구 등이 포함됐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공개된 흑인 주도 매체 두 곳과의 인터뷰에서 흑인 남성 및 흑인을 위한 의제를 홍보하기도 했다.

해리스 부통령이 흑인 남성만을 위한 공약을 따로 펴낼 정도로 공을 들이는 것은 지지율 초박빙 구도에서 민주당 집토끼로 여겨졌던 흑인 유권자층이 남성을 중심으로 이탈하고 있는 징후가 포착됐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가 미 시에나대와 함께 9월29일~10월6일 흑인 유권자 589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12일 공개한 결과를 보면 해리스 부통령 지지 의사를 밝힌 응답자는 78%였다. 지난 2020년 대선에서 흑인 유권자 90%가 조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한 것으로 추정되는 것에 비해 현저히 감소한 수치다.

흑인 지지 감소는 전체 인종 유권자들과 마찬가지로 현 정부에 대한 경제 관련 실망감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해당 조사에서 흑인 유권자 거의 4분의 3이 경제를 보통 혹은 나쁨으로 평가했다. 10명 중 7명 이상이 높은 비용 탓에 식료품 구매를 줄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조사에서 흑인 유권자 절반 이상(56%)이 미국이 해외 문제에 관심을 덜 기울이고 국내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답했고 40%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국경 장벽 건설에 찬성하는 등 상당수가 트럼프 전 대통령 정책에 호의적 태도를 보인 점도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흑인 유권자 사이 성별 지지율 격차는 이러한 이유로는 설명이 어렵다. 해당 조사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흑인 여성 응답자 83%의 지지를 받았지만 흑인 남성 응답자의 지지는 70%만 확보했다.

미국의 첫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지난 10일 흑인 남성들을 향해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를 촉구하며 "온갖 이유와 핑계"를 대지만 "여러분들은 그저 여성을 대통령으로 두는 것에 대한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우리 삶에서 여성들은 언제나 우리의 등을 지켰다"며 "그런데 지금 여러분은 그게 남자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그게 힘의 표시라고 생각해서 자신을 비하한 전력이 있는 사람(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려 하는 건가? 여성을 떨어뜨리기 위해? 그건 용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흑인 남성들이 해리스 부통령 지지를 꺼리는 것이 성차별적 인식에서 비롯됐다고 짚은 것이다.

선거를 불과 3주 앞두고 한 표가 아쉬운 상황에서 이달 들어 공격적으로 언론 인터뷰에 나서 온 해리스 부통령은 16일 우파 방송인 폭스뉴스와 첫 공식 인터뷰를 가질 예정이다. 아직 지지 후보를 정하지 않은 보수적 유권자들로 외연을 넓히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미 여론조사 분석 사이트 <파이브서티에이트>(538)가 취합한 대선 지지율 여론조사 평균에 따르면 14일 기준 해리스 부통령이 48.5%의 지지를 받아 트럼프 전 대통령(46.1%)을 근소하게 앞서고 있다.

초박빙 상황에서 당선 가능성은 없지만 투표 용지에 올라 있는 제3의 후보가 경합주에서 당락을 가를 가능성까지 제시되며 민주당의 경계심은 치솟고 있다. 지난주 민주당 전국위원회는 녹색당 후보로 출마한 "질 스타인에게 투표하는 건 트럼프에게 투표하는 것"이라며 스타인을 공격하는 광고를 공개했다. 노동, 경제, 환경에 대한 진보적 의제를 제시하는 스타인은 가자지구 전쟁을 "이스라엘의 미국 지원 집단학살 작전"으로 칭하며 "이스라엘에 대한 모든 지원 중단"을 공약 중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스타인은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미시간, 조지아 등 주요 경합주 대부분을 포함해 38개 주에서 출마 중이고 전국 지지율은 1% 가량이다.

2016년 대선 때 위스콘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 불과 2만2748표 차로 이겼는데 당시 스타인은 이보다 많은 3만1072표를 얻었다.

지난 8월 선거 운동을 중단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 의사를 밝힌 무소속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또한 경합주 미시건과 위스콘신을 포함해 수십 개 주 투표 용지에 이름이 올라 있다. 선거 운동 중단 전 케네지의 지지율은 5% 가량이었다.

다만 전문가들은 제3의 후보에 패배의 원인을 돌리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한다. <뉴욕타임스>는 미 발도스타대 정치학 교수 버나드 타마스가 "제3당의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해당 후보가 없었다면 (투표장에) 나오지 않았을 사람들"이라고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14일 경합주 펜실베이니아를 찾은 해리스 부통령은 유세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내부의 적" 발언을 비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3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선거일 혼란 관련 질문을 받고 "내 생각에 더 큰 문제는 내부의 적"이라며 "급진 좌파 광인"을 언급하고 "필요하다면 주방위군이, 정말 필요하다면 군대가 이를 쉽게 처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내부의 적"이 "중국, 러시아보다 위험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미 CNN 방송을 보면 해리스 부통령은 14일 유세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전날 발언은 "자신을 지지하지 않거나 뜻에 따르지 않는 사람들을 국가의 적으로 간주한다는 것"이라며 "그는 군대를 이용해 이들을 쫓아내겠다고 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프레시안

▲14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이리 유세 현장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손뼉을 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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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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