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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5 (화)

KT, 자회사로 4천명 내보내기로…인공지능 강화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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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서울 종로구 케이티(KT) 광화문 사옥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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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티(KT)가 인공지능(AI) 신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기존 통신 네트워크 관리 등을 맡았던 수천명의 노동자를 대상으로 구조조정에 나선다. 경영 효율화와 인력구조 혁신 등을 이유로 자회사 두 곳을 새로 만들어 최소 4000명 안팎의 직원을 내보내겠다는 계획이다.



케이티 새노조는 “통신 산업의 근간을 흔들고 노동자의 권리를 무시하는 무책임한 결정”이라며 “실패한 구조조정의 역사를 되풀이하는 우려스러운 행보”라고 반발했다.



케이티는 15일 이사회를 열어 자회사 두 곳을 설립하는 안건을 의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트워크 운용과 유지보수를 전담하는 케이티 오에스피(KT OSP)와 케이티 피앤엠(KT P&M)으로, 내년 1월 법인 설립 등기를 마칠 예정이다.



케이티 쪽은 “인공지능 정보통신기술(AICT) 회사로의 전환을 위한 인력구조 혁신을 추진하게 됐으며, 효율화가 필요한 일부 직무 및 인력을 재배치하는 것”이라며 “고용 안정성을 심도 있게 고민해 직무와 인력 재배치를 추진하며 합리적인 수준의 처우와 보상, 고용연장의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인력 재배치 방안은 노조와 협의를 거쳐 최종 확정하기로 했다.



한겨레가 이날 확보한 케이티의 인력 재배치 계획 초안을 보면 인력 재배치 대상은 5700여명에 달한다. 케이티 오에스피에는 기존 본사에서 선로 통신시설 설계·시공 등 업무를 맡았던 4400명 가운데 3400명(77%)을, 케이티 피앤엠은 전화국사 내 전원 시설 설계 등을 담당했던 420명 가운데 380명(90%)을 뽑아 보낸다는 계획이다.



케이티가 초안에서 “업무 유지가 필요하나 시장 통상임금이 낮다”고 한 만큼, 기존 설비 인력 비용을 낮추기 위한 구조조정으로 보인다. 자회사로 옮긴 이들이 받는 급여는 이전에 받던 기본급이 유지되거나 삭감될 예정이다.



케이티 새노조(제2노조)는 이날 입장문을 내어 자회사 분리는 핵심 경쟁력을 해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새노조는 “케이티의 핵심 경쟁력인 전국 네트워크와 숙련된 인력을 해체하는 것”이라며 “2018년 아현국사 화재 사태를 교훈 삼아 안정적인 통신 서비스 제공을 위해 (네트워크) 인력을 보강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케이티는 지난 2018년 아현국사 통신구 화재 때 케이블 포설 작업 등을 외주업체에 맡겨온 사실이 드러나 네트워크 관리 책임을 외주화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2021년 인터넷 마비 사태도 에이(A)급 중요 통신시설 작업을 본사 관리 없이 외주업체 직원들에게만 맡겨 벌어진 ‘인재’로 확인됐다.



케이티의 조직 개편은 이른바 ‘인공지능 정보통신기술 회사’로 변신하겠다는 목적을 내세우고 있다. 유무선 통신만 해서는 지속가능성이 낮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김영섭 케이티 대표는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인공지능에) 너무 올인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저도 생각이 많지만, 지난해 12월부터 마이크로소프트와 미팅을 하면서 ‘빨리 쫓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하며 조바심을 드러낸 바 있다.



또 케이티는 개당 최대 4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H200’도 한국에 제일 먼저 들여오겠다고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5년 동안 2조4천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이다. 비통신 사업에 무게를 싣는 투자를 진행하는 사이 기존 직원들의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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