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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일)

"설마 디비지겠나" vs "이젠 좀 바꿔야"...'초박빙' 부산 금정 가보니[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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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10·16 재·보궐선거 '격전지' 부산 금정구 표심 현장 취재

머니투데이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부산 금정 재선거 지원사격에 나섰다. 한동훈(앞줄 가운데) 국민의힘 대표가 윤일현 금정구청장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원 및 참석자들과 10·16 재보궐선거 사전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피케팅을 하고 있다(왼쪽 사진= 국민의힘 제공).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마트 금정점 앞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김경지 금정구청장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4.10.08. photo@newsis.com /사진=추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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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기세를 올려 백중지세라고 봅니데이. 근데 그래도 윤일현이(국민의힘 후보)가 초중고를 다 여서(여기서) 나왔는데 국민의힘이 디비지겠습니까(뒤집히겠습니까)"

"이게 무슨 나라야정말 남사스러워 죽겠어. 이제는 좀 바뀌어야 하지 않겠어요?"

새벽부터 내린 가을 보슬비로 한 층 서늘해진 공기에도 10·16 재·보궐 선거 본투표를 하루 앞둔 15일 부산 금정구는 막판 선거운동으로 뜨거웠다.

온천장역을 비롯해 부산 금정구에 위치한 장전역, 구서역 등의 출입구에는 이번 보궐선거에서 금정구청장 후보에 출마한 김경지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일현 국민의힘 후보를 지원하는 자원봉사자들이 자리잡아 구민들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었다.

전임 구청장 사망으로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금정구는 보수 진영의 지지세가 강한 부산에서도 대표적인 '보수 텃밭'으로 불린다. 과거 동일고무벨트의 회장이었던 고(故) 김진재 전 의원이 5선을, 그의 아들 김세연 전 의원이 3선을 지내 부자 도합 8선을 한 지역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여파가 있던 2018년 지방선거를 제외하면 모두 보수정당에서 구청장을 배출했다.

그러나 이번 보궐 선거에선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의료공백 사태 장기화와 '김건희 여사 리스크' 등으로 인한 당정 지지율 동반 하락 속에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야권 후보 단일화를 이루면서 판 뒤집기에 나선 때문이다. 위기감을 인식한 듯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을 포함해 부산 금정만 6번 찾아 총력 유세를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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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부산 금정구 구서역 앞. 김경지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일현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하는 선거봉사자들이 각각 후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사진=박상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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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온천장역, 부산대학교, 구서오시게시장 등 금정구 곳곳을 돌며 만난 주민들은 대부분 국민의힘 우세를 전망하면서도 여권을 향한 불만을 드러내며 금정구가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윤 후보를 지지하는 구민들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 금정을 내줄 수 없다는 논리를 주로 폈다. 구서오시게시장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70대 남성 A씨는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단일화를 해 기세를 올리고 있지만 윤일현은 초·중·고·대학교를 다 이곳에서 나오고 뿌리가 깊다"며 "결국 윤 후보와 국민의힘이 뒤집힐 일은 없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흠이 너무 많은 사람"이라며 "그런 사람이 대표로 있는 곳에 구청장을 내줘서 되겠느냐"고 했다.

부산 지하철 1호선 온천장역 앞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50대 여성 B씨는 "언론에 나오는 여론조사 결과와 실제 표심은 다를 것"이라며 "나이 드신 분들이 많은데 식당 손님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다들 2번(국민의힘)을 찍겠다 하시더라"고 했다.

김진재 전 의원과 김세연 전 의원을 언급하는 구민도 있었다. 부산 금정 토박이라는 30대 남성 C씨는 "동일고무벨트 회장이던 김진재부터 아들까지 금정에서 일을 잘했다. 주위에선 다들 국민의힘을 뽑는다고 한다"며 "민주당은 당선된다 하더라도 주민들 삶보단 대표 지키기에 급급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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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부산 금정구 부산 지하철 1호선 온천장역. 김경지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일현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하는 선거봉사자들이 각각 후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사진=박상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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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지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는 구민들은 금정도 이제 바뀌어야 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온천장역 앞에서 생선가게를 운영하는 60대 남성 D씨는 "막내아들이 올해 첫 투표를 해보는데 사전투표 현장을 가보니 어르신들이 없다고 하더라. 올해는 좀 달라지려나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어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 (명태균씨과 김건희 여사의 카카오톡 대화 내역 등을 보면) 이게 무슨 나라냐"며 "금정 주민들이 살아온 삶이 있고 선거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이젠 한 번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구서역 앞에서 만난 40대 남성 E씨도 "민주당을 한번 믿어줘야 하지 않느냐는 이야기가 주변에서 많이 들린다"며 "이번 선거는 좌파 우파 나눠서 치르는 선거가 아니다. 일 잘하는 사람 밀어줘야 하는 선거 아니냐"고 했다.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의혹 등 정부·여당 리스크에 탐탁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구서오시게시장에서 만난 50대 남성 F씨는 "정권 초창기엔 몰랐지만 요즘 나오는 걸 보면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과 한 약속대로 주변 단속을 하는 것 같지 않다"며 "김 여사 때문에 민주당이 이곳에서 지지세가 올라왔지, 원래는 게임이 안 될 곳"이라고 했다.

부산대 앞에서 만난 30대 여성 G씨는 "요새 하루가 멀다고 김 여사 관련 소식을 접한다"며 "국민의힘보단 민주당을 뽑거나 아예 투표하지 않을 생각도 있다. 다음 대선에서 정권을 탈환해야 할 민주당이 지역을 가꾸는데 사활을 걸어주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부산 금정구청장 재선거에서는 당초 국민의힘 강세가 예상됐으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과 후보를 단일화한 이후 접전 구도가 됐다. 뉴스피릿·에브리뉴스 공동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에브리리서치가 지난 6~7일 부산 금정구 거주 만 18세 이상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김경지 민주당 후보가 45.8%를 기록하며 윤일현 국민의힘 후보(42.3%)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기도 했다(응답률은 5.3%,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 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부산=박상곤 기자 gon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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