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강제 징집 당하고 있는 남성. 엑스 갈무리 |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모병관들이 수도 키이우의 번화가를 급습해 청년들을 강제 징집하고 있다고 외신이 보도했다.
엑스 갈무리 |
13일(현지시각)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11일 우크라이나 인기 밴드 ‘오케안 엘지’의 공연이 열린 키이우 실내경기장 밖에서 콘서트 관람객으로 보이는 한 남성이 경찰에 의해 인근의 징집 데스크로 끌려갔다고 전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퍼진 영상에는 공포에 질린 남성이 “나에게서 떨어져”라며 절규하며 몸부림치는 모습이 담겼다. 텔레그래프는 이 장면을 휴대전화로 촬영한 몇몇 여성들이 경찰을 향해 “부끄러운 줄 알라”고 소리치기도 했다고 전했다.
불시검문은 콘서트장 말고도 유명 레스토랑, 쇼핑센터 등 번화가 곳곳에서 이뤄졌다. 목격자들은 청년들이 징집 면제를 입증할 수 있는 서류 제출을 거부하거나 경찰이 이들의 서류에 하자가 있다고 판단하면 끌고 갔다고 말했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키이우에서 이런 불시검문은 드문 일로,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인한 우크라이나의 ‘병력 부족’에 따른 것이라고 에이피(AP) 통신은 분석했다.
앞서 우크라이나는 지난 5월 징집 연령을 27살→25살로 낮추는 내용의 법률을 통과시킨 바 있다. 현재 우크라이나에선 25~60살의 남성이 징집 대상이 되며, 18~60살 남성의 출국은 허용되지 않는다. 대학 재학생의 징집을 면제해 주는 제도도 폐지됐으며, 러시아를 따라 잔여 형기 3년 미만의 수감자를 병력으로 동원하기 시작했다.
텔레그래프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2년6개월 이상 이어지면서 국민들의 피로감이 높아진 데다, 최전선에서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인해 입대 기피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의 전쟁 사상자 수는 공개되지 않았는데, 서방 정보기관은 러시아 사상자(65만명) 수의 3분의 1 또는 4분의 1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고 텔레그래프는 덧붙였다.
앞서 비비시(BBC)는 우크라이나가 25~60살 사이의 남성들이 징집에 응할 수 있도록 전자 데이터베이스에 세부 신상 정보를 등록하는 것을 의무화했는데, 당국이 데이터베이스 등록을 거부한 남성들을 찾아내면서 징집을 원치 않는 남성들이 더 은밀한 곳으로 숨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부 남성들은 징집을 피하고자 목숨을 걸고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고 있다. 지난 4월 우크라이나 국경수비대는 전쟁 발발 이후 최소 30명이 국경을 넘다가 사망했다고 밝혔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이들은 종종 빠른 물살을 헤엄치다가 익사하거나, 산길에서 동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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