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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5 (화)

명태균 녹취 “윤석열이를 홍준표보다 2% 앞서게 해주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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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윤석열 대통령, 김건희 여사, 명태균씨.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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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가 2021년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자체 여론조사를 하면서 “윤석열을 좀 올려서 홍준표보다 2% 앞서게 해달라”고 한 녹취록이 15일 나왔다. 당시 경선에 참여했던 홍준표 대구시장이 전날 ‘명씨가 경선 때 윤석열 대통령 쪽에 붙어서 여론조사 조작을 했다’고 주장했는데, 이를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보인다.



뉴스토마토가 이날 공개한 녹취록을 보면, 명씨는 2021년 9월29일 오후 3시33분 여론조사 실무 담당자 강혜경씨와 통화하면서 “연령별하고 지역별하고 다 맞춰갖고, 여성하고 맞춰갖고, 곱하기 해갖고 한 2000개 만드이소”라고 했다. 약 1시간 뒤인 오후 4시50분 통화에선 “윤석열이를 좀 올려갖고 홍준표보다 한 2% 앞서게 해주이소”라며 “젊은 아들(애들) 있다 아닙니까. 응답하는 그 계수 올려갖고 2~3%(포인트) 홍(준표)보다 (윤이) 더 나오게 해야 됩다”라고 했다. “이거 그 다른 쪽에 하태경이가 나가는 거니까. 외부 유출해야 하는 거니까”라는 설명도 했다. 실제 응답에 연령별·지역별·성별 가중치를 줘 응답수를 2천개로 늘리는 한편, 윤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청년층 응답을 부풀리라는 얘기다. 9월29일은 국민의힘 대선 후보 2차 경선이 진행되던 때로, 윤 대통령과 홍 시장 등과 하태경 전 국민의힘 의원까지 모두 8명이 경쟁했다.



통화에서 언급된 여론조사는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적합도 조사로 이 통화가 이뤄진 당일, 명씨가 실질적 운영자인 미래한국연구소가 실시했다. 강씨는 명씨 전화를 받고 진행하던 여론조사를 멈추고 가짜 통계를 뽑아냈다며 “(이미 조사를 완료해) 응답이 나왔던 표본을 수정 작업한 거다. 조작”이라고 뉴스토마토에 말했다. 또 “보통 여론조사를 하면 20대와 30대 표본이 잘 안 찬다. 응답했던 그거(표본)를 곱하기로 2라든지 3이라든지 하는 것”이라고 했다. 당시 청년층에선 윤 대통령보다 홍 시장 지지가 높았는데, 윤 대통령 지지한다는 응답만 인위적으로 늘렸다는 것이다.



그 결과 후보 적합도에서 윤 대통령이 33.0%로 1위, 홍 시장이 29.1%로 2위가 됐다. 격차는 명씨가 ‘주문’한 수준인 3.9%포인트였다. 이는 당시 홍 시장이 앞서던 다른 여론조사 결과들과는 차이가 있다. 강씨는 이 조사가 ‘비공표’라고 했지만, 명씨가 “외부 유출”을 언급한 것은 석연치 않다.



공교롭게도 이 조사 결과는, 역시 명씨가 실질적 소유자로 알려진 시사경남 등이 여론조사 업체 피엔알(PNR)에 의뢰해 10월1~2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와 비슷하다. 당시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윤 대통령은 31.4%로 홍 시장(29.9%)을 근소하게 앞섰다. 10월17일과 31일 등 이후 공표된 같은 조사에서도 윤 대통령이 앞섰다.



한편, 하태경 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한겨레에 “명씨와는 모르는 사이”라며 “(녹취록에) 내 이름이 어떤 맥락에서 나왔는지 나도 궁금하다”고 말했다.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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