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내 도시제조업 지원 한목소리..."생존 말고 기술에 투자해달라"
소량 다품종 '뚝딱' 만들던 문래동, 수제화 명인들의 성수동...소공인 20만명
SNS 핫한 카페·술집에 자리내줘..."산업의 실핏줄 약해진다"
뉴욕은 제조업 꽃틔워..."메이드 인 서울도 가능하다"
서울 내 주요 소공인 밀집지역들/그래픽=김현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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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의 실핏줄 역할을 하는 서울의 소공인들이 무너지기 직전이라며 더 적극적으로 지원해달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젠트리피케이션에 밀려 수십년 유지하던 공장의 문을 닫았는데, 이들의 무대였던 문래동, 성수동, 을지로는 예쁜 카페, 술집으로 SNS에서 핫하다는 이유로 제조업의 위기가 망각을 당했다는 우려가 짙다.
14일 서울시 도시제조업 협회 협의회가 주최한 '도시제조업, 그 혁신과 성장의 새 길을 찾아' 포럼에서 주제 발표를 한 이호정 한국경영기술지도사회 소상공인특별위원장은 "서울시의 소상공인 지원정책이 주로 자영업자들의 단기적인 생존에 초점을 맞춰 기술혁신과 공동 인프라 구축, 글로벌 시장 진출 협업 등 소공인의 발전에 필요한 요소는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들을 '산업 육성'이란 새 관점에서 지원해 서울 경제에도 기여할 기반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공인'이란 매출이 적고, 상시근로자는 10명 이하인 소상공인 중에도 제조업에 종사하는 이들을 말한다. 서울시에는 약 20만명이 있다고 추산된다. 영등포구 문래동에서 금형, 주조, 열처리, 용접 등을 하는 뿌리산업 업자들, 성동구 성수동의 가죽·신발업자들, 을지로의 금속가공, 인쇄, 조명업자들, 구로·금천디지털단지의 전자부품과 IT 하드웨어 부품업자들이 대표적인 서울의 소공인들이다.
이들은 예부터 '제조업의 실핏줄'이라 불렸다. 큰 공장은 만들기 어려운 시제품이나 소량 다품종 부품을 만들어냈다. 예컨대 문래동은 오토바이나 자전거를 타고 이 소공인, 저 소공인 찾아다니면 어떤 부품이든 어려움 없이 만들어냈다고 한다. '장인 10명이 모이면 탱크도 만든다'는 얘기가 통하던 곳이었다.
하지만 장인의 기술력도 젠트리피케이션을 이길 수는 없었다. 소공인들의 작업장 일대에 '힙하다(색다른 매력이 있다)'며 각종 카페, 식당, 술집이 들어선 후로 높아진 임대료를 견디지 못한 소공인들은 하나둘 떠나기 시작했다.
이 위원장은 "서울시의 소상공인 지원사업의 80%는 자금, 판로 지원 등 한계상황에 놓인 자영업자들의 생존을 돕는 데 초점이 맞춰졌고 소공인 지원은 10% 미만, 기술 혁신 지원은 15% 미만"이라며 "이는 해외 도시의 사례와 비교해 미흡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뉴욕은 2003년부터 메이드인뉴욕시티(MADE IN NYC) 사업으로 맨하탄 주변의 브롱크스, 퀸스, 브루클린 등의 오랜 건물을 사들여 공공기금으로 구매, 제조업지원센터로 리모델링한 후 중소 제조기업과 창업자들에 낮은 가격에 장기 임대했다. 'MADE IN NYC'를 브랜드화해 뉴욕산 제품의 품질을 공인해줘, 판로 개척도 도왔다. 일본은 오사카의 히가시 오사카시에 수천개 중소기업이 모인 제조업 클러스터를 조성해 시너지를 창출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소공인 밀집지역에 클러스터 조성 △공동 작업 공간과 공동 설비 구축 △메이드 인 서울(MADE IN SEOUL)의 브랜드화 등의 제언을 했다. 최호정 서울시의장은 "도시형소공인은 제조업의 뿌리이자 서울경제의 핵심 축"이라며 "도시제조업이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새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서울시의회가 발맞춰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김성진 기자 zk00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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