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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5 (화)

[기고]소개팅? 그대들이 아닌, 청년이 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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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초중고와 대학교를 거치며 단 한 번도 여자친구를 사귀어보지 못한 ‘모태솔로’다. 대학 입학 전, 누구나 한 번쯤 로망으로 느끼는 캠퍼스 커플을 꿈꾸었고 여친이 생길 기회가 있기를 바랐다. 그러던 중 지방자치단체에서 만든 미팅 지원 제도를 알게 됐다. 하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고 실망감과 함께 과연 이런 정책이 필요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의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은 종종 지역청년들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기성세대 시각에서 마련된다. 지난해 서울시가 추진한 ‘청년 만남, 서울팅’이 거센 비판에 백지화됐는데도,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앞다퉈 저출생 대책이라며 ‘미혼 남녀 만남’을 주선하고 있다. 청년세대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모르는 것 같다.

지자체들은 미혼 남녀가 만나 결혼이 성사되면 저출생 문제도 자연스럽게 개선될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이런 정책을 펼 것이다. 하지만 많은 청년들은 연애와 결혼, 그리고 출산을 별개로 생각한다. 연애와 결혼이 출산으로 이어진다는 전통적 사고방식은 시대착오적이다.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선 단순히 소개팅 같은 만남의 장을 마련하는 것 이상의 고민이 필요하다.

청년들이 결혼을 기피하거나 출산을 꺼리는 주요 이유는 경제적·사회적 부담감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는 ‘미혼 남녀 만남’과 같은 단기적인 정책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 결혼을 하더라도 경제적으로 안정되지 않으면 자녀를 낳기 어렵다는 점에서, 정부는 보다 실질적인 지원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또한 지자체의 정책은 청년들과 소통 없이 기성세대 시각에서만 만들다보니 예산 낭비로 이어지기도 한다. 일본 도쿄도가 만든 데이팅 앱을 사례로 들 수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도쿄도는 예산 수십억원을 들여서 지자체가 참여자의 개인정보까지 철저히 인정해주는 데이팅 앱을 만들었다. 하지만 실질적인 저출생 해결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한다.

기성세대의 편협한 시각으로 정책을 세우는 것은 결국 문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 청년들이 원하는 것은 결혼과 출산에 대한 다그침이 아니라 결혼을 선택할 수 있는 안정적인 환경을 제공받는 것이다. 주거와 교육, 양육비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고 고용 안정 정책이 확실히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청년들은 결혼과 출산을 꺼릴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제부터라도 청년들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그들의 실제 목소리를 반영한 정책을 마련하기 바란다. 아울러 청년들의 삶과 요구를 보다 세심히 살펴줄 것을 촉구한다. 솔로인 나는 지역의 청년이자 대한민국 시민으로서, 정부가 시민들의 세금을 써가며 생색을 내는 그런 만남은 원하지 않는다. 정치인, 행정가들이여, 제발 그대들이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진정으로 우리가 원하는 일을 해주길 바란다.

경향신문

신재원 GS 슈퍼마켓 직원 사회복지대학원생


신재원 GS 슈퍼마켓 직원 사회복지대학원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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