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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9 (토)

[여적]‘전쟁인데 무슨 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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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소설가 한강이 2016년 소설 <흰>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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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5일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북 군사 행동 가능성을 시사하는 ‘폭풍 전의 고요’를 언급했다. 그해 초부터 예열된 한반도 전쟁 위기가 최고조로 치달았다. 사흘 뒤 뉴욕타임스에 소설가 한강의 기고문이 실렸다. 한강은 ‘미국이 전쟁을 이야기할 때, 한국은 몸서리친다’는 제목의 글에서 “갈수록 악화되는 말의 전쟁이 실제 전쟁이 될까 두렵다”고 했다. 그는 “누구도 한반도에서 또 다른 대리전이 일어나는 것을 절대 원치 않는다”며 “승리로 귀결되는 어떠한 전쟁 시나리오도 없다”고 했다.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는 메시지는 미국 내에서 반향을 일으켰다.

한강은 광주 5·18 민주화운동을 담은 소설 <소년이 온다>를 준비하면서 2차 세계대전, 스페인 내전, 보스니아 내전, 아메리칸 인디언 학살 등을 조사했다고 한다. 한강은 “국적·인종·종교·이념이 다르다는 이유로 인간이 다른 인간을 ‘인간 이하’로 여길 때 참극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했다.

지난 10일 한국인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한강이 수상 기념 기자회견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부친 한승원 소설가의 전언에 따르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치열해 날마다 주검이 실려나가는데 무슨 잔치를 하겠느냐”며 마다했다는 것이다. 개인의 영광보다 타인의 아픔을 배려하는 한강의 입장에 공감한다. 실제 수상 소감은 오는 12월10일 노벨상 시상식에서 듣게 되겠지만, “이 비극적인 일들을 보면서 즐기지 말아 달라”는 그의 말이 주는 울림은 이미 세계로 퍼지고 있다.

1945년 미국이 투하한 원폭 피폭자들이 결성한 ‘일본 원수폭 피해자 단체 협의회’는 지난 11일 노벨 평화상 수상 직후 기자회견에서 “가자지구에서 피투성이 된 아이들이 억류되고 있다. 80년 전 일본과 같다”고 했다. 이미 가자지구와 레바논에서 15만명,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선 100만명 넘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한반도에선 대북 전단과 대남 쓰레기를 담은 풍선이 휴전선을 넘나들더니, 평양 상공에 나타난 남한 무인기로 인해 군사적 긴장이 치솟고 있다. 비인도적 전쟁은 언제나 끝날 것인가. 평화를 향한 전 세계의 노력이 어느 때보다 절박하다.

안홍욱 논설위원 a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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