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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하마스, 10월7일 ‘텔아비브판 9·11’ 계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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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NYT 하마스 비밀 회의록 분석

“10·7 기습 최소 2년 준비…이란에 지원 요청”

“다양한 공격 시나리오…‘텔아비브판 9·11’ 기획도”

경향신문

하마스 지도자 야히야 신와르(오른쪽부터), 하마스 전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 헤즈볼라 전 사령관 이브라힘 아킬 등의 초상화가 12일(현지시간) 예멘 사나에 걸려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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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7일 이스라엘을 기습한 하마스가 당초 이란·헤즈볼라까지 끌어들이는 대규모 공격을 계획한 정황이 드러났다. 무장대원 침투만이 아니라 고층 빌딩을 무너뜨리는 ‘텔아비브판 9·11 테러’도 포함됐다. 그간 이란과 헤즈볼라는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1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뉴욕타임스(NYT)는 하마스 고위 지도부 간의 비밀 회의록 10개를 분석해 이같이 보도했다. 해당 회의록은 이스라엘군이 지난 1월 말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에서 하마스 지휘소를 수색하던 중 컴퓨터에서 찾아낸 것으로, 59쪽 분량의 전자 기록과 문서에 담겨 있었다. 해당 자료에는 여러 공격 수단을 자세히 설명하는 프레젠테이션, 하마스가 2021년 이란 최고 지도부에 보낸 편지, 전선별 전략 등이 서술됐다.

주요 내용을 보면 우선 하마스는 이스라엘 기습을 2년 이상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하마스는 당초 2022년 가을 ‘대규모 프로젝트’라는 암호명으로 공격을 실행할 계획이었으나 이란과 헤즈볼라도 참여토록 설득에 나서면서 실행을 연기했다. 가자지구에서 하마스를 통솔하던 야히야 신와르는 2021년 6월 이란 최고위급에 보내는 편지에서 “이란의 지원을 받는다면 2년 안에 이 괴물 같은 존재, 이스라엘을 완전히 파괴할 수 있다. (시간과 자원을) 허투루 쓰지 않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하마스는 고위급을 레바논에 파견해 이란 고위 사령관을 만나 ‘공격이 시작되면 민감한 시설을 공격하는 데 도움을 달라’는 취지로 요청했다. 그러나 이란 측은 “원칙적으론 지지하지만 준비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하마스는 최근 사망한 헤즈볼라 전 지도자인 하산 나스랄라와도 공격을 더 자세히 논의할 계획이었다고 문서에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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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10월7일 하마스에 납치된 인질의 가족과 시위대가 12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도로를 막고 인질 석방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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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지난해 8월쯤 하마스는 이란과 헤즈볼라의 지원 없이 공격을 시작해야겠다고 결론 내렸다. 이스라엘이 첨단 방공 체계를 배치하기 전을 노려야 했고, 당시 이스라엘이 사법개편안 추진을 두고 큰 혼란에 빠진 점을 고려한 것이다. 또한 하마스는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관계 정상화, 이스라엘의 서안지구 점령 강화 등을 공격 명분으로 삼았다.

하마스의 기획은 가자지구와 이스라엘의 국경 너머로까지 나아갔다. 2022년 말에 제작돼 지난해 11월10일 발견된 프레젠테이션에 따르면 하마스는 군 지휘부, 대형 쇼핑몰, 최대 70층인 텔아비브의 마천루 4곳, 기차역 등에 이르는 다양한 목표물을 대상으로 이스라엘을 여러 방향에서 공격하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고층 건물을 무너뜨리면 주변의 군 시설까지 타격을 입으리라는 계산이었다.

이를 위해 하마스는 위성사진, 무인기(드론) 촬영 사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이스라엘 도시 사진 등 1만7000장 이상을 활용했다. 그러나 “(마천루를) 파괴할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기록된 것으로 볼 때 공격 수단을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하마스는 10월7일 기습의 충격을 극대화하기 위해 2021년부터 2년 동안 이스라엘과 큰 충돌을 의도적으로 피했다. 이는 “하마스가 평화를 원한다고 적이 확신하게끔 해야 한다”는 언급으로 기록돼 있다.

이러한 위장은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NYT에 따르면 지난해 10월7일 당일 오전 3시17분까지만 하더라도 이스라엘 정보기관은 “하마스는 현재로선 갈등을 확대하거나 대치에 나서는 데 관심이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극비 보고했다. 그로부터 약 3시간 뒤 하마스 무장대원 약 3000명이 이스라엘로 침투해 1200여명을 살해하고 250여명을 인질로 잡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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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 주민들이 12일(현지시간) 북부 가자시티에서 이스라엘의 대피령에 따라 대피에 나서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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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 하마스의 기습 작전을 어디까지 알고 있었는지가 이번 전쟁의 주요 의문 중 하나였다. 그동안 이란은 자국이 지난해 10월7일 기습에 아무 역할도 하지 않았으며, 하마스가 이란을 놀라게 했다고 주장해 왔다. 이번에 공개된 자료는 최소한 이란이 하마스가 대규모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았으리란 점을 시사한다. WP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분석가들은 이란이 하마스에 수억달러를 제공했고 2023년에 지원을 늘렸다고 본다”고 전했다.

주유엔 이란 대표부는 “모든 계획과 의사 결정, 지휘는 하마스가 단독으로 실행했으며 해당 회의록의 주장은 신빙성이 없고 조작됐다”고 밝혔다.

WP와 NYT는 문서 입수 경위와 무관한 이스라엘 및 미국의 당국자, 외부 전문가, 전직 하마스 대원 등을 통해 문서의 형식이 하마스가 쓰는 형식과 같으며 내용에도 신빙성이 있다고 전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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