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0.5%’ 왜 못내렸을까?...한은 총재 “부동산 살 시기라고 생각했을 것”

국회 국감현장에서 발언하는 이창용 총재 모습. [사진 = 한국은행]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큰 부동산 수요층으로 인해 ‘빅컷(0.5% 포인트 인하)’을 하기 쉽지 않았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4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 같이 밝혔다.

미국과 같이 한번에 금리를 0.5%p(50bp) 낮추는, 이른바 ‘빅컷’을 하지 못한 이유를 묻는 박수민 의원 질의에 이 총재는 “금융안정 영향을 보고 움직이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이 총재는 “50bp를 낮출 경우 이미 금리인하를 할 거라고 기대를 많이 하는 부동산 수요층에서 부동산 살 시기가 됐다고 판단해 수도권 부동산 가격이 오를 수 있다”며 “한번 올라가면 되돌리기 어려운 만큼 그 기대심리를 조정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기준금리 한 차례 인하로는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며 “피벗(통화정책 전환)을 했기 때문에 앞으로 몇 차례 어떤 속도로 하느냐에 따라 내수진작 효과가 다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에서 ‘피벗’이 늦었다고 지적한 것에 대해서도 적극 반박했다.

이 총재는 “가계대출과 부동산 등 금융안정 측면을 고려해야 하고, 자영업자 가계부채가 많이 쌓인 것이 저금리 때문인 만큼 구조적 문제도 생각해야 했다”면서 “금리 인하로 성장률만 올리는 게 중장기적으로 경제에 좋은 것인지 생각이 다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신생아 대출 등 정책대출이 증가하면서 주택시장이 상승했고 한은이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등 뒤틀린 정책조합으로 인해 금리 인하가 후행적”이라고 지적하자 이 총재는 “상반기까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안정이 거시경제금융회의(F4)의 목표여서 부동산이 오르는 시점을 예측하지 못했다”며 “가계부채가 계속 오르는 방향으로 통화정책을 펼 수 없었다. 1년 뒤에 통화정책의 적절성을 다시 평가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 총재는 “물가 상승률이 떨어져도 지금 물가 수준 자체가 너무 높아 국민 고통이 심하다”며 “농산물 수입이나 교육제도 개선 등으로 식품·주거비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한은)가 보고서를 통해 현재 수입하지 않는 농산물을 중심으로 수입 품목을 다양화하고, 교육제도 등을 통해 주거비용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얘기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선출직 선거 출마 생각이 있느냐는 질의에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한은이 싱크탱크 기능을 강화하고 교육문제 등 논쟁적인 의제를 던지면서 (이 총재가) 정치 생각이 있냐고 얘기하는 분들이 간혹 있다’는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 언급에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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