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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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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하에 보험 부채 늘고·자본 하락…건전성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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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③피벗시작, 금융권 희비

[편집자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3년 2개월 만에 금리 방향이 바뀌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금융사별로 희비가 교차하는데 업권별로 영향을 짚었다.

머니투데이

보험사 지급여력비율 추이/그래픽=김지영



본격적인 금리 인하기에 접어들면서 보험사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향후 지급할 보험 부채(보험금) 증가로 쌓아야 할 돈이 많아지고 자본금이 줄어 건전성에 빨간불이 커졌다. 자본확충에 나서지만 새로운 회계기준 도입 후 첫 금리 인하로 파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쉽지 않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달 기준 금리 인하로 인해 보험사의 지급여력(K-ICS·킥스)비율도 하락이 불가피해 보인다. 킥스 비율은 가용 자본을 요구 자본으로 나눈 것으로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할 능력이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올 3월 말 기준 생명보험사의 평균은 200%, 손해보험사의 평균은 212%다. 금융당국의 권고치는 150%다.

금리가 하락하면 자산 증가 속도보다 부채 증가 속도가 더 빨라 자본이 감소하고 건전성 지표인 킥스 비율도 하락한다. 보험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1%포인트 하락하면 생명보험사의 킥스 비율은 25%포인트, 손해보험사는 30%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추산했다. 금리 인하 전에도 킥스 비율이 높지 않았던 중소보험사의 경우 타격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사는 지급해야 할 보험금을 부채로 인식하는데 새로운 회계기준에서 보험사의 자산과 부채를 모두 시가(현재 가치)로 환산해 적용하고 있다. 가령 20년 뒤 보험금(부채) 1억원을 계약자에게 줘야 한다면 금리 3.5%에서의 현재 가치(보험 부채)는 5026만원이지만, 금리가 3.25%로 내려가면 보험 부채는 5275만원으로 늘어난다. 현재의 자본 비율을 유지하려면 보험사는 249만원을 추가로 적립해야 한다. 실제로 올해 6월 말 기준 보험사의 자기자본은 151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15조3000억원(9.2%)이 줄었다. 총자산보다 총부채가 더 많이 증가한 탓이다.

금리 인하에 따른 자본 감소는 생명보험사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 생보사는 상대적으로 만기가 긴 보험상품을 취급하기 때문에 부채 듀레이션(투자금 대비 원금 회수 기간)이 더 길다. 생보사의 상품은 100세 만기·종신보험 등 보험 부채는 길지만 보험사 자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국고채는 최장이 30년물로 자산과 부채의 듀레이션을 맞추는 게 쉽지 않다.

킥스 비율 유지를 위해 보험사들은 자본확충을 지속하고 있다. 한화생명은 지난달 6000억원 규모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올 3분기에만 1조10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동양생명은 지난 7일 3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흥국화재도 지난달 2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KB손보는 지난달 이사회를 열어 최대 9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1년 이내에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금리 인하는 보험사의 주요 수익인 투자 영업손익에도 부정적이다. 시장 금리가 내려가면 단기적으로 보유채권 등의 평가이익은 확대되지만 신규 투자시 투자수익률이 하락해 장기적으로는 투자 손익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영업환경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투자손익 감소로 마케팅 비용이 줄어들고 보험료 인상으로 소비자의 부담은 늘어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기 어렵기 때문이다. 고객으로부터 보험료를 받아 보험금을 지급할 때까지 운용을 통해 거둘 수 있는 예상 수익률을 예정이율이라고 하는데, 시장금리가 내려가면 예정이율도 낮아진다. 예정이율은 보험료와도 연동되는데 예정이율이 높아지면 보험료가 싸지고, 예정이율이 낮아지면 보험료가 비싸진다. 금리 인하로 저축보험상품에 적용되는 공시이율도 하락할 전망이다.

배규민 기자 bk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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