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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민주당 콘크리트층 ‘흑인·히스패닉계’ 막판 트럼프로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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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여론조사

특히 젊은 층에게 인기 끄는 트럼프

“결국 문제는 경제…민주당 ‘노동계급’ 정당이라는 우위 잃고 있어”

조선일보

11월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로 나서는 도널드 트럼프(왼쪽에서 네 번째) 전 대통령이 지난 12일 경합주 네바다에서 히스패닉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한 행사를 한 뒤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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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5일 미국 대통령 선거를 20여일 앞두고 민주당의 전통적 ‘콘크리트’ 지지층이었던 흑인·히스패닉계의 표심(票心)이 갈수록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여론조사가 발표됐다. 뉴욕타임스(NYT)가 시에나대학과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6일까지 흑인 유권자 589명 및 히스패닉계 유권자 9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13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하는 흑인 비율은 78%, 히스패닉 비율은 56%였다. 지난 2020년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흑인의 90%를, 히스패닉계의 62%의 지지를 받았는데 이 비율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트럼프를 지지하는 흑인 유권자들은 15%, 히스패닉계는 37%로 꾸준히 지지 비율이 증가했다. NYT는 “민주·공화 두 후보가 1~2%포인트 차이로 주요 경합주에서 경쟁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의 가장 큰 우군인 흑인·히스패닉의 민심 이반은 해리스로서는 매우 뼈아픈 상황”이라고 했다.

◇젊은 세대들에게 인기 끄는 트럼프 “그의 발언 불쾌하지 않아”

이번 NYT 조사에 따르면 트럼프는 흑인·히스패닉 유권자들 중 특히 ‘젊은 남성’ 그룹에서 가장 큰 상승세를 보였다. 45세 이하 히스패닉 남성 유권자의 55%는 트럼프를 지지해 해리스(38%) 지지율을 17%포인트 앞섰다. 민주당 지지세가 더 강한 흑인 그룹의 경우 45세 미만 흑인 남성의 27%가 트럼프를 지지했다. 한 자리 수에 불과했던 트럼프에 대한 흑인 지지율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10일 대선 후보 토론에서 트럼프가 오하이오주(州) 스프링필드에 사는 아이티 이민자들이 이웃의 반려동물을 잡아먹는다는, 사실과 어긋나는 주장을 펼친데 대해서도 흑인·히스패닉 유권자들 상당 수는 불쾌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히스패닉계 유권자의 40%는 트럼프의 발언에 불쾌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트럼프의 발언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인다”고 응답했다. 불쾌감을 느낄 만한 이유가 있다고 답한 비율은 55%였다. 또 히스패닉계 유권자의 53%와 흑인 유권자의 35%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어떤 발언을 두고도 불쾌감을 느끼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를 두고 NYT는 “젊은 남성 그룹은 ‘흑인 민권 운동’ 이후에 성인이 된 그룹”이라며 “트럼프를 기존 규범을 무시하는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으로 묘사하더라도 이를 심각한 것으로 인식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트럼프 극성 지지층의 2020년 대선 결과 부정, 1·6 의회 습격 사태 등에 대해 흑인·히스패닉 중장년 층은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반면 젊은 층들은 오히려 고금리·고물가 등 경제 상황이나 범죄 급증 등에 더욱 신경을 더 쓰고 있다는 취지다.

조선일보

그래픽=양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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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층에게 결국 문제는 경제난

이번 조사에서 히스패닉 유권자의 20%와 흑인 유권자의 26%만이 현재 경제 상황이 좋거나 우수하다고 답했다. 두 그룹의 절반 이상은 고물가로 지난 1년 동안 식료품 구매량을 ‘자주’ 줄였다고 답했다.

NYT는 “많은 사람들은 민주당이 ‘인종 평등’ 증진을 위한 노력으로 흑인과 히스패닉 유권자를 확보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경제의 역할을 과소 평가해선 안된다”라고 했다. 민주당이 흑인과 히스패닉 유권자를 확보하기 시작한 건 흑인 민권 운동이 시작된 1960년대가 아닌 1930년 대로 거슬러 간다.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의 ‘뉴딜 정책’이 민주당을 과거 백인의 ‘남부 동맹’ 정당이 아닌 노동자 계급의 정당으로 재정의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이어 “이번 여론조사는 ‘노동 계급’의 정당이라는 민주당의 핵심 브랜드 우위가 약화되었음을 보여준다”며 “유권자들이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는데다가 트럼프 1기를 ‘번영의 시대’로 회고하고 있다는 점이 트럼프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민주당에 투표해도 경제 상황은 크게 달라질 게 없을 것이라는 인식이 민주당의 발목을 더욱 잡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민주당이 공화당 보다 ‘공약을 더 잘 지킨다’고 응답한 흑인 유권자 비율은 63%, 히스패닉은 46%였다. 특히 히스패닉 유권자들 중 35%는 공화당이 더 공약을 잘 지킨다고 답해 그 차이가 크지 않았다고 NYT는 전했다.

한편 미 ABC 방송과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지난 4∼8일 전국 성인 2631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전국 단위 투표의향층에서 해리스 지지율은 50%, 트럼프는 48%였다. 애리조나, 조지아, 미시간, 네바다, 노스캐롤라이나,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등 7개 경합주에서는 두 후보가 모두 49%로 같았다.

이 조사에서도 트럼프는 경제와 인플레이션 관리에 대한 신뢰도에서 해리스 부통령을 각각 8%, 7% 포인트 앞섰다. 불법 이민자 추방에 대한 찬성 여론은 8년 전보다 20% 포인트 증가한 56%였다. 이에 대해 ABC는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남부 국경의 이민자 문제 처리에 대한 신뢰도에서 10% 포인트 앞서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워싱턴=이민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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