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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4 (월)

“한강 소설엔 시-그림-영화 다 보여” “아픔 인정하게 하는 힘 지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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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첫 노벨문학상 한강]

美-日-스웨덴 번역가들이 본 ‘한강’

“어두운 역사 다룰 때도 아름다워”… “역사의 흐름 속 나온 뛰어난 작가”

“‘소년이 온다’ 등 4권 스웨덴어 출간… 독자들 뜨거운 반응에 노벨상 예감”

“한국작가 세계에 더 많이 소개되길”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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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작품은 소설이지만 그 안에 ‘시’, ‘그림’, ‘영화’가 보인다.”(미국 번역가 페이지 아니야 모리스 씨)

“언제나 아픔과 회복을 주제로 하는 한강의 작품에는 신비한 힘이 있다.”(일본 번역가 사이토 마리코·齋藤眞理子 씨)

“올해 3월 스웨덴어로 출간했을 때 독자 반응이 정말 좋았다. ‘심상치 않다’고 느꼈다.”(스웨덴 번역가 안데르스 칼손 씨)

번역가들은 세계의 문 앞에 선 한국 문학을 가장 먼저 만나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안내를 통해 한국의 이야기가 각 문화권으로 전해진다.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각각 미국, 일본, 스웨덴으로 데려간 번역가들은 모두 “한강의 작품은 노벨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며 “다른 한국 작가들의 작품도 세계에 더 많이 소개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채식주의자’ 영문판을 번역해 한강과 ‘부커상’을 공동 수상했던 영국인 번역가 데버라 스미스 씨(36)는 13일(현지 시간) 별다른 설명 없이 ‘전쟁인데 무슨 잔치’라는 한강의 기존 발언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올렸다. 한강의 취지에 공감하며 본인도 당장은 외부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 모리스, “어두운 역사와 내면 다룰 때도 아름다워”

“처음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을 알려준 친구가 ‘이제 너 명예 (한국)시민이 될 수 있어!’라고 카톡을 보냈어요.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보내준 링크를 보고 알았죠. 친구의 농담에서 노벨상이 얼마나 한국에 중요한지 느낄 수 있었어요.”

영어 번역가이자 작가이며, 성균관대에서 비교문화학 박사과정 중인 모리스 씨는 11일 본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처음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의 기쁨을 이렇게 전했다.

그는 “한강의 특징은 어두운 역사나 내면의 갈등을 다룰 때조차 아름다운 순간을 정교하게 담아낸다는 것”이라며 “번역할 때도 한글로 된 원문을 읽었을 때 느낀 감정을 영어권 독자들도 최대한 비슷하게 느낄 수 있게 하는 데 가장 공을 들인다”고 말했다.

박경리, 장강명, 서장원 작가의 작품도 영어권에 소개한 그는 “한강은 굉장히 꼼꼼한 예술가”라며 “늘 이메일로 소통해 오해를 피하고 의도한 바를 정확하게 전달한다”고 밝혔다.

● 사이토, “역사 흐름 속에서 나온 뛰어난 작가”

일본에서 ‘작별하지 않는다’, ‘흰’, ‘희랍어 시간’ 등 한강 작품 5편을 일본어로 번역한 사이토 씨는 13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강의 작품에는 마음 깊은 속에 숨겨져 있는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힘이 있다”고 말했다.

사이토 씨는 2014년 박민규의 ‘카스테라’로 번역계에 데뷔했고,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을 번역해 일본에서 한국 문학 붐을 일으키는 데 기여했다.

그는 여러 한국 문학 작품의 배경이 되는 한반도의 아픈 역사에 주목했다. 한강에 대해서도 “역사의 흐름 속에서 나온 뛰어난 작가이지, 결코 고립된 천재가 아니다”라며 “아픈 역사를 겪은 단단함과 그 위에 펼쳐지는 섬세함이 한국 문학의 매력”이라고 평가했다.

● 칼손, “끔찍한 사건 묘사하는 부드러운 언어가 특징”

노벨상은 스웨덴 한림원이 시상한다. 그런 만큼, 스웨덴어로 된 현지 출간이 문학상 수상에 직간접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게 중론이다. 한강의 책은 ‘작별하지 않는다’, ‘흰’,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 등 4권이 스웨덴어로 번역됐다.

칼손 씨는 ‘작별하지 않는다’와 ‘흰’을 아내 박옥경 씨와 공동 번역했다. 칼손 씨가 대산문화재단에 기고한 글에 따르면 그는 대학생 때 헌책방에서 김지하의 시집 영어판을 접한 뒤 한국 문학에 매료됐다.

영국 런던대 동양아프리카대학(SOAS) 교수인 그는 스웨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강의 작품을 번역할 땐 끔찍한 사건과 사건을 묘사하는 부드러운 언어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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