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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4 (월)

[광화문에서/이유종]인구소멸 막고 경제 살린다면 도시-농촌 ‘두집 살림’도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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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이유종 정책사회부 차장


독일 베를린에 거주하는 직장인 프랑크 슈나이더 씨(45)는 180km 떨어진 북부 소도시 슈베린에서 주말을 보낸다. 주말 거주지인 그곳에서 작은 텃밭을 일구며 일상을 잊고 망중한을 즐긴다. 독일 연방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복수 거주지를 두고 있는 독일인은 180만 명(2.1%)으로 최근 2년 새 44만 명이나 늘었다. 이웃 나라 오스트리아는 140만 명(15%)이 두 집 살림을 하고 있다.

저출생의 여파로 한국은 급속한 인구 감소에 직면했다. 비수도권의 경우 소멸 위기에 처한 곳이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지방소멸을 막기 위한 특단의 대책으로 복수주소제를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복수주소제는 현재 거주하는 주민등록 주소 외에 ‘부주소(제2의 주소)’를 둘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상시 거주는 아니더라도 일시 거주 인구라도 늘려서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겠다는 취지다. 국내 인구감소지역 89곳의 인구는 총 490만 명에 불과하지만 이들 지역에서 하루 3시간 이상 머무는 횟수가 월 1회 이상인 체류인구는 2000만 명에 달한다.

경제적 효과는 얼마나 기대할 수 있을까. 강원연구원이 복수주소제를 도입했을 때 강원도에 끼칠 경제적 효과를 추산한 결과 10년 후 체류인구는 최대 226만 명, 소비지출액은 2300억 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현 추세라면 강원도 인구는 2022년 153만 명에서 2052년 144만으로 9만 명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강릉, 홍천, 양양, 속초의 체류인구는 인구 대비 52∼82%에 달한다.

해외는 어떨까. 독일은 1970년대 대학 도시와 휴양지에 복수거주지제를 도입해 일부 지역의 경우 인구가 5년간 38% 늘었다. 프랑스에선 지난해 1월 기준으로 전체 거주지 3781만 곳 가운데 제2거주지와 비정기 숙소가 370만 곳(9.8%)에 달했다. 주로 60세 이상(66%) 부유층(34%)이 날씨가 좋은 지중해와 대서양 연안, 산악 지역 등에 별장을 뒀다. 일본 국회는 올해 5월 두 지역 거주를 촉진하는 내용의 관련 법을 개정해 공포했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먼저 위장전입 합법화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역인재특별전형으로 자녀들을 의대에 보내려는 학부모를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지방재정이 늘 것이란 기대도 주민세, 재산세 등을 주거주지 자치단체와 나누지 않는다면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오히려 외지인의 주택 구입으로 부동산 투기만 부추길 수 있다. 스위스의 경우 제2주택이 계속 늘어 2015년 3월 제2주택 비율이 20% 이상인 게마인데(기초자치단체)에 주택 신축 등을 규제하는 연방법을 제정했다. 이같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상당하긴 하지만 복수주소제는 인구소멸지역을 막기 위한 뚜렷한 해법이 없는 현 상황에서 버리기는 아쉬운 카드다. 지역인재특별전형, 선거권 등의 경우 범위를 주거주지로 한정해 풀 수도 있다.

체류인구는 그냥 늘지 않는다. 인구감소지역에서 제2주택을 구입하더라도 1주택자로 간주하는 등 유인책이 필요하다. 독일의 경우 제2거주지에 세금을 부과하자 등록자가 급감한 사례도 있다. 농어촌에는 여전히 빈집이 많다. 제2의 인생을 한적한 곳에서 보내려는 은퇴자들도 있고, 체류인구는 언제든 정주인구로 바뀔 수 있다. 복수주소제를 인구소멸지역에 활기를 불어넣을 마중물로 삼으면 어떨까.

이유종 정책사회부 차장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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