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21 (토)

갑질·성희롱 개념도 없던 ‘1980년대 시절’ 日드라마 열풍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부적절한 것도… ‘등 잇단 히트

일본에서 최근 ‘쇼와(1926~1989년을 칭하는 연호)시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가 잇따라 크게 인기를 모으고 있다. 쇼와 시대는 일본이 전 세계 경제 대국으로 군림하던 1980년대 ‘버블 경제’ 시기와도 겹치는 때다. 한편으론 폭설과 폭언이 만연했고 부당한 처우와 성불평등이 일상이었던 만큼 ‘갑질’이나 ‘성희롱’에 대한 개념조차 없던 시절이지만, 시청자들은 이런 장면을 보면서도 거부감을 느끼기보다 “그때가 그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쇼와 시대가 끝나고 이른바 ‘잃어버린 30년’으로 불리는 일본의 장기 경기 침체를 겪어온 서민들이 번성했던 ‘그 시절’에 대한 향수를 느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선일보

일본 민영 TBS가 지난 1~3월 방영한 드라마 '부적절한 것도 정도가 있어!' 포스터/T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쇼와 열풍’을 이끈 첫 드라마는 지난 1월 방영된 TBS 드라마 ‘부적절한 것도 정도가 있어!’다. 1986년 중학교 체육 교사로 일하던 남주인공 ‘오가와’가 2024년으로 시간 여행을 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갑자기 쇼와 시대에서 ‘레이와(令和·2019년부터 현재까지를 칭하는 연호) 시대’로 떨어진 오가와는 버스에서 당연하다는 듯 담배를 피우고,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에게 다가가 “치한에게 당하고 싶어서 이렇게 입고 다니냐”면서 성희롱에 가까운 언행을 일삼는다.

오리콘뉴스 등은 시청자들이 이런 주인공 오가와의 언행을 불쾌해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비효율적인 레이와 시대 시스템을 꼬집는 장면들에선 통쾌함을 느끼기도 한다고 전했다. 가령 드라마 속 오가와는 자기가 살던 시대보다 세 배가량이나 오른 담뱃값에 경악하다가도, 아르바이트 시급이 얼마인지 듣고선 “임금은 그닥 오르지 않았네”라며 의아해한다. 회사에서 내려온 업무 시스템 개혁 지침 때문에 일이 남아서 야근을 해야 한다는 직원조차 무조건 퇴근해야 하는 것을 볼 때, 후배 직원에게 ‘힘내라’라고 했다가 ‘업무에 부담을 줬다’는 이유로 직장 갑질로 신고를 당하는 동료를 볼 때, “대체 무엇을 위한 것”이냐고 답답해하기도 한다. 이렇게 요즘 시대를 풍자하는 장면들이 중장년층 향수를 자극했다는 것이다.

회당 시청률은 10%에 육박했고 이후 넷플릭스에도 공개돼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8월엔 국내 드라마 제작사 ‘베이스스토리’에 의해 한국판(版) 제작도 확정됐다.

조선일보

지난 8월 넷플릭스에 공개된 드라마 '극악여왕' 포스터. 1980년대를 구가한 일본 여성 프로레슬러 '덤프 마츠모토'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넷플릭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8월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1980년대 일본 여성 프로레슬러들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극악여왕’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쇼와 시대를 주름 잡았던 여성 프로레슬러 ‘덤프 마쓰모토’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작중 마쓰모토와 동료들은 프로레슬러가 되기 위해 체육관에서 노숙하고, 피를 뒤집어 쓸 정도의 강도 높은 훈련을 마다하지 않는다. 쇼와 시대에 만연했던 폭언이나 성희롱, 구타당하는 장면 등이 고스란히 담겼지만 시청률 상승세는 뜨겁다. 일본 넷플릭스 TV쇼 부문 시청률 1위에 올랐다.

현지 문화 평론 매체 엔타메넥스트는 “몇몇 드라마가 ‘쇼와’의 기억을 상기시키는 ‘타임머신’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 국제부가 픽한 글로벌 이슈!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75739

국제퀴즈 풀고 선물도 받으세요! ☞ https://www.chosun.com/members-event/?mec=n_quiz

당신이 궁금해할 일본 이야기, 방구석 도쿄통신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75745

[김동현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