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13 (일)

“고맙지만, 잔치 안 열었으면”…한강 작가 아버지 정중하게 참석 거절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13일 오전 전남 장흥군 안양면 율산마을 마을회관에서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과 김영건 선수의 파리패럴림픽 금메달 수상을 축하하는 마을잔치가 열렸다. 박흥식 이장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강(54) 작가의 아버지 한승원(85) 작가가 사는 마을의 주민 100여명이 10일 마을 잔치를 열었다. 그러나 아버지 한 작가는 마을 주민들의 참석 요청을 정중하게 거절했다.



전남 장흥군 안양면 율산마을 주민들은 이날 오전 10시 마을회관에서 마을 주민 2명의 자제의 쾌거를 축하하는 잔치를 열었다. 율산마을에 해산토굴이라는 집필실을 짓고 28년째 거주하고 있는 한 작가의 딸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과 이 마을 출신 김영건(40) 선수의 파리 장애인올림픽 탁구 금메달 수상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율산마을은 주민 80여 가구 150여명이 살고 있다.



이날 박흥식(65) 율산마을 이장 등 주민들은 한 작가가 사는 해산토굴로 찾아가 참석을 권유했지만, 한 작가는 정중하게 거절했다. 마을의 한 주민은 “마을 잔치 자리에 한 작가님이 참석하지 못해 아쉬웠지만, 딸의 좋은 의견을 받아들여 존중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참으로 보기에 좋았다”고 말했다.



마을 잔치는 우여곡절 끝에 열렸다. 주민들은 전날 마을잔치를 열려고 한다는 것을 한승원 작가에게 이야기했다. 박 이장은 “김영건 선수의 아버지가 한 달 전 아들 김영건 선수가 ‘(패럴림픽 개인통산) 다섯 번째 (금)메달을 딴 것은 주민들의 성원 덕분’이라며 축하금을 내놓았고,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으니 주민들이 축하 자리를 마련하려고 한다’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하지만 한 작가는 ‘뜻은 고맙지만, 우크라이나와 팔레스타인에서 사람들이 많이 희생되고 있는데 잔치를 열면 세계 곳곳으로 나갈 수 있다’며 박 이장을 설득했다.



마을 주민들은 한 작가가 수차례 반대하자 오후 6시30분께 부녀회의와 임원회의를 열었다. 마을 주민들은 밤 11시30분 무렵까지 격론을 벌이다가, “이렇게 영광스러운 일이 두건이나 있는데, 조촐한 자리라도 마련하자”고 최종 의견을 모았다. 율산마을 주민들은 개인 이름으로 ‘노벨문학상 축하’ 펼침막들을 걸었고, 마을 잔치 소식을 들은 주민들이 화환을 보내기도 했다.



한겨레

한강 작가. 한겨레 자료 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권력에 타협하지 않는 언론, 한겨레 [후원하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행운을 높이는 오늘의 운세, 타로, 메뉴 추천 [확인하기]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