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부터 수상자들 얼굴 묘사
간결한 검은색 윤곽에 금빛 명암
"발표 속보성과 강렬한 인상 표현"
스웨덴 출신 작가 니클라스 엘메헤드가 2022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유전학자 스반테 파보의 초상을 그리고 있다. 작가 SNS 화면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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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0월이 되면 노벨상 수상자를 발표하는 스웨덴 노벨재단과 함께 분주해지는 작가가 있다. 스웨덴 출신의 화가 니클라스 엘메헤드가 그 주인공. 지난 10일(현지시간)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소설가 한강을 비롯해, 100명이 넘는 수상자 초상화가 그의 붓끝에서 탄생했다.
12일 작가 홈페이지와 외신 인터뷰를 종합하면, 스웨덴 왕립예술학교 출신인 엘메헤드는 2012년 노벨재단이 운영하는 매체 '노벨 미디어'의 아트 디렉터로 채용됐다. 그해부터 엘메헤드는 노벨상 수상자들의 사진을 보고 초상화를 그렸다.
노벨재단은 지금까지 수상자 명단을 발표하면서 당사자의 실제 사진 대신 초상화를 통해 인물을 대중에 소개하고 있다. 사진 대신 별도로 제작한 인물화를 사용하는 이유는 사진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책이었다. 일부 수상자의 경우 공개된 사진이 너무 오래되거나 화질이 떨어지는 탓에 언론이 사용하기에 곤란하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었다.
노벨상 수상자 초상화 작가 니클라스 엘메헤드가 그린 한국 작가 한강. 한강은 202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노벨재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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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메헤드의 노벨상 수상자 초상화는 북유럽 작가의 그림답게 간결한 화풍이 특징이다. 작가는 정사각형 캔버스의 흰색 바탕에 검은색 윤곽선으로 수상자를 스케치하고, 금색으로 인물에 양감을 불어넣는다. 엘메헤드는 "(수상자 발표의) 속보성을 초상화에 표현하는 동시에 강렬하고 독특한 시각적 인상을 주기 위해" 이 같은 작업 방식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7년 이전까지는 노벨상을 상징하는 색깔 중 하나인 푸른색으로 인물의 입체감을 표현해 왔으나, 이후부턴 금색만을 사용하고 있다. 물감이 아닌 금박 재질의 얇은 막을 붙이는 형태다.
엘메헤드가 그린 수상자 초상화 한편에는 작가의 이름 머릿글자인 'NE'가 쓰여 있다. 그가 그린 초상화들은 스웨덴 스톡홀름에 있는 노벨재단 본부의 벽에 전시된다. 엘메헤드는 초상화들이 걸린 벽을 "황금의 벽"이라고 불렀다.
스웨덴 스톡홀름의 노벨재단 본부 벽에 걸린 지난해 노벨상 수상자들의 초상화 앞에서 작가 니클라스 엘메헤드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작가 SNS 화면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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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특성상 엘메헤드는 노벨재단 내부자를 제외하면 그해의 수상자가 누구인지 가장 먼저 알게되는 사람 중 하나다. 재단이 수상자 명단을 공유하는 시점에 대해 엘메헤드는 "비밀"이라고 했다. 다만 "그림을 30여 분 만에 완성해야 할 때도 있었다"는 그의 언론 인터뷰 내용을 고려하면 발표 직전에야 작가에게 명단이 공유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엘메헤드는 "(긴박한 작업에) 때론 지치기도 하지만, 정말 이 일을 사랑한다"면서 "노벨상 수상자를 그리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엘메헤드는 노벨상 수상자 초상화 작업에 매진하는 10월을 제외하면 평소 다양한 현대미술 분야에서 시각 콘텐츠를 제작 중이라고 한다. 그는 스웨덴 축구 국가대표팀을 위한 캐릭터 작업도 하고 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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