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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0 (월)

"선 넘으면 군사 조치" 경고하던 軍, 무인기 대북 침투로 대응 나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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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북한 외무성은 11일 저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중대 성명을 발표하고 한국은 지난 3일과 9일에 이어 10일에도 심야시간을 노려 무인기를 평양시 중구역 상공에 침범시켜 수많은 반공화국 정치모략 선동 삐라(대북전단)를 살포하는 천인공노할 만행을 감행했다고 밝혔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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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11일 "한국이 심야시간을 노려 무인기를 평양 상공에 침범시켜 삐라를 살포했다"고 주장하면서 실제 우리 정부나 군이 무인기를 북쪽으로 날려보냈는지 사실관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우리 군이 북한에 보낸 무인기는 없다"고 말했지만, 합동참모본부는 "북한 주장에 대한 사실 여부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발표했다. 이번 사건으로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북한은 이날 외무성 중대성명을 통해 한국이 10월 3차례에 걸쳐 무인기를 평양 상공에 침입시켰다고 강조하며 "중대한 정치·군사적 도발로 간주한다"면서 "모든 공격력 사용을 준비상태에 두고 최후통첩으로 엄중히 경고한다"고 위협했다. 한국이 보낸 무인기와 '삐라묶음통'이라며 9일 오전 1시 13분에 촬영된 사진도 공개했다.

핵심은 실제 우리 정부나 군이 평양에 무인기를 날려보내는 데 개입했느냐는 점이다. 최근 남북 간 치열하게 전개된 심리전 양상을 보면 개연성은 충분해 보인다. 지난해 10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현 안보실장) 취임 이후 군은 '즉·강·끝'(즉시, 강력히, 끝까지)을 북한 도발의 대응 원칙으로 삼아 강력한 힘으로 맞서겠다고 강조해왔다.

그런 와중에 지난 5월부터 북한이 28차례 오물·쓰레기 풍선을 날렸지만 우리 군은 사실상 속수무책이었다.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한 게 전부다. 자연히 '즉·강·끝'이 구호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비등했다. 북한은 이날도 중대성명 발표와 함께 보란 듯이 쓰레기 풍선을 날렸다.

그간 합참은 "북한의 계속된 쓰레기 풍선으로 인해 우리 국민 안전에 심각한 위해가 발생하거나 선을 넘었다고 판단될 경우 단호한 군사적 조치를 시행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인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에 '무인기 평양 침투'가 우리 군의 맞대응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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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라오스 비엔티안 국립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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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잇따라 강경 발언을 내놓으며 분위기를 잡았다. 이날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북한의 핵개발을 규탄하며 "북한 땅에 자유의 기운을 불어넣고 북한 주민들에게 바깥 세상을 널리 알리며 한반도 자유 평화 통일을 모색해 나가는 길에 관심과 지지를 부탁한다"고 8·15 통일 독트린에 대한 지지를 당부했다. 대북전단은 북한 주민의 자유에 대한 열망을 고취시키는 대표적 수단이다. 무인기를 통해 북한에 전단을 살포함으로써 '자유의 기운'을 불어넣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북한의 반발을 감안해 정부나 군이 직접 대북작전에 나서지 않고 민간단체의 삐라 살포를 지원하는데 그쳤을 수도 있다.

전문가 분석은 엇갈린다. 한 군사전문가는 "북한의 지속적인 대남 풍선 살포에 대응해 수세적인 입장만 보여왔는데, 이런 식으로 북한에 겁을 줄 필요는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전문가는 "군보다는 민간 단체에서 보냈을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순수 민간단체일지, 비밀 국가기관이 연루된 건지는 단언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민간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는 "향후 드론을 통해서 대북 전단을 살포하겠다"고 누차 언급해왔다.

어쨌든 북한은 이번 중대성명으로 그간 자행해온 대남 쓰레기 풍선 도발에 일종의 면죄부를 받았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따라서 향후 대남 도발과 심리전에 더 열을 올릴 가능성이 크다. 엄효식 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은 "북한이 군부가 아닌 외무성을 통해 성명을 발표한 것은 향후 쓰레기 풍선 살포에 대한 국제사회의 명분을 얻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정전협정을 관리하는 유엔군사령부와 미국을 향해 트집을 잡으면서 외교적 무기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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