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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2 (토)

“한국 문학이 세계 시민의 언어 될 수 있음을 보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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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계 원로·동료들 모두 환호

조선일보

김주영·김훈·구효서·김영하·이민진 소설가(왼쪽부터). /조선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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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한국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 쾌거에 국내 문학계는 흥분으로 들뜬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노벨문학상이 한국 문학계의 숙원이었던 만큼 원로 작가들도 “산뜻한 충격”“수상 발표를 듣고 비명을 질렀다”라며 한껏 기뻐했다. 김주영·김훈·구효서 소설가, 문정희 시인, 김병익 문학평론가까지 선배 문인들은 한국 문학사의 새로운 장을 연 한강 작가에게 뜨거운 축하와 격려를 보냈다.

2010년 한강이 장편소설 ‘바람이 분다, 가라’로 동리문학상을 받았을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김주영 소설가는 “수상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누구보다도 기쁜 마음으로 축하한다”고 했다. 그는 “처음 작품을 봤을 때 굉장히 잠재력이 뛰어난 작가라고 생각했고, 자기만의 문학 세계를 착실하게 쌓아갈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예감했다. 조용히 자기 작품 세계를 구축해나간 작가가 이렇게 큰 상을 받아 뜻깊다”고 했다.

김병익 문학평론가는 199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심사위원으로 한강을 발굴해 등단시킨 주인공이다. 한강은 1993년 ‘문학과 사회’를 통해 시인으로 먼저 등단했고, 이듬해 ‘붉은 닻’으로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소설가로도 데뷔했다. 김병익 평론가는 “30년 전이라 가물가물하지만, ‘한강현’이라는 필명 때문에 남자인 줄 착각했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이번 수상은 한국 문학의 독자적인 영토를 확보한 사건이라고 본다. 옛날부터 우리는 한자 문화권에 속했고, 근대에는 일본 문학, 현대에는 서양 문학의 영향을 받으며 콤플렉스처럼 스스로를 낮춰 봤는데, 이제는 한국 문학의 주체성과 독자성을 자부할 수 있게 된 것 같아 마음이 아주 든든하다.”

한국문학관장인 문정희 시인은 유럽·백인·남성이 다수인 수상자들 사이에서 아시아 여성 작가로 거둔 쾌거에 박수를 보냈다. 그는 “노벨문학상이 문학을 판단하는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지만, 압도적인 명성과 국제적인 영향력 때문에 꼭 한번쯤은 넘고 싶은 거대한 산과 같았다. 체증처럼 걸려 있던 것을 한 번에 뚫어버린 것처럼 후련하다”고 했다. “한국 문학이 세계적인 수준이라는 것은 오래전부터 체감해왔다. 그동안 조용히 쌓아온 한국 문학의 저력이 드디어 세계에 드러난 것 같아 감격스럽다.”

구효서 소설가는 “한국 문학의 경사이자, 한국의 경사, 한국어와 한글의 경사”라고 평했다. “오래전부터 소수 언어라는 이유로, 국력이 약하다는 이유로 한국 문학이 홀대받고 저평가받는 것이 억울하고 화가 났었는데 이번에 아주 보란 듯이 수상해 자랑스럽고 신이 난다”고 했다. “한강 작가는 신인 시절 항상 말도 없이 앉아 있고 여려 보이기만 했는데, 가부장제나 국가 권력에 맞서는 작품들을 보면 굉장한 힘이 느껴졌다. 그러면서도 더없이 시적인 문장을 구사한 점이 스웨덴 한림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 김훈 소설가는 “너무나 좋은 일”이라며 “정돈된 말이 떠오르지 않을 만큼 축하하는 마음이 가득하다”고 했다.

한강과 같은 세대에 속하는 작가들은 한국 문학의 활동 공간이 단숨에 크게 확대된 것을 크게 반겼다. 해외에선 한국계 여성 작가들의 환호가 이어졌다. 소설가 김영하는 인스타그램에 “한강씨는 한국 문학이 세계 시민의 언어가 될 수 있고, 이미 되어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같은 시대를 살아온 동료 작가의 한 사람으로 고맙고, 자랑스럽다”고 적었다. ‘파친코’를 쓴 재미 교포 소설가 이민진은 트위터에 “용기와 상상력, 예리한 지성으로 현대사회를 반영하는 뛰어난 작가 한강에게 축하를 보낸다. 더 많은 독자가 ‘소년이 온다(영어 제목 Human Acts)’를 만나길 바란다”라고 썼다.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차별을 다룬 에세이 ‘마이너 필링스’로 2022년 ‘타임’지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꼽힌 한국계 작가 캐시 박 홍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한 한강의 노벨상 수상을 축하한다. 지난 6월 서울에서 채식으로 식사를 함께 한 후의 모습”이라면서 인스타그램에 한강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렸다.

[곽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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