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 등 3대 출판사 수십만부 증쇄 즐거운 비명
해외문단도 ‘찬사’ 쏟아내...알라딘 “분당 18분씩 팔려”
직장인 독서모임 활기...지자체도 들썩
대치동서도 “수능 문제 나올라”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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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시민들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의 책을 줄서서 구매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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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거머쥔 한강(53) 신드롬이 서점가를 넘어 대한민국 곳곳을 강타하고 있다. 지난 10일 저녁 8시 한강이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로 발표되자마자 온·오프 대형 서점가에선 한강 소설을 구하려는 수요가 빗발치며 반나절 만에 13만부가 팔렸다. 한강 열풍은 발표 다음날인 11일에도 이어져 곳곳에서 줄을 서서 책을 사는 진풍경을 자아냈다. 해외 문단에서도 찬사가 이틀째 쏟아지며 K컬처 열풍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국내 양대 서점인 예스24와 교보문고는 수상 직후 반나절 만에 한강 작품이 각각 7만부와 6만부 이상이 판매됐다고 밝혔다. 수상 직전과 비교하면 적게는 수백배 많게는 수천매 판매가 급증했다. 베스트셀러 순위에서도 트렌드와 자기계발서를 밀어내고 한강 소설이 싹쓸이하고 있다. 주문 폭주로 한때 사이트가 마비됐던 인터넷서점 알라딘의 집계에 따르면 ‘소년이 온다’는 노벨상 발표 직후인 오후 8시부터 자정까지 분당 18권씩 판매됐다. 2016년 맨부커 수상 당시 ‘채식주의자’ 기록의 두 배가 넘는 판매량이다.
특이한 점은 대표작뿐 아니라 초기 시집과 최근작을 비롯해 거의 모든 한강 작품이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는 점이다. 작품 30여종 가운데 대부분이 예약 판매로 전환돼 지금 주문해도 일주일 가까이 기다려야 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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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주요 저작물을 가진 국내 3대 문학 출판사는 즐거운 비명을 터트리고 있다. 창비 관계자는 “수상 직후 ‘채식주의자’ 4000권, ‘소년이 온다’ 1만2000권이 순식간에 팔렸다”며 “인쇄소를 최대 가동해서 물량을 맞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현주 문학동네 국장은 “2021년 작품인 ‘작별하지 않는다’는 수상 직전까지 19만부가 팔렸는데 이번 수상으로 15만부 증쇄 결정을 내렸다”며 “소설 ‘흰’도 3만부를 증쇄한다”고 말했다. 초기작을 보유한 문학과지성사 관계자는 “첫 시집이자 유일한 시집인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와 첫 소설집 ‘여수의 사랑’을 보유하고 있는데 거의 모든 작품이 솔드아웃됐다”며 “급히 추가 제작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2030 젊은 세대들이 독서를 멋진 행위로 인식하는 ‘텍스트 힙’ 열풍이 노벨문학상 첫 쾌거와 맞물리며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고 분석한다. 젊은 독자들은 소설 미디어에 서점가 사진을 공유하며 “독붐(독서 열풍)은 온다”며 “책을 사려고 줄을 서다니 눈물 날 것 같다”고 말했다. 광화문 한 서점에서 만난 대학생 최 모 씨는 “‘소년이 온다’를 중학생 때 처음 접했을 때 보면서 울었던 기억이 있다”며 “영문학을 전공하면서 먹고 사는 걱정이 너무 많았는데 문학으로 이름을 널리 알리고 큰일을 할 수 있구나 느꼈다”고 말했다. 한 출판계 관계자는 “다음달 대학수학능력시험에 한강 소설 지문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소설 ‘채식주의자’는 2019년부터 천재교육 고등 ‘문학’ 교과서에 수록돼 있다.
주요 대학 도서관과 지자체 운영 도서관에서도 한강의 책을 대여하려는 예약이 몰리면서 ‘대출 불가’ 상태가 이어졌다. 예약 대기도 신청이 몰려 아예 대출 불가를 알리는 곳도 속출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한강의 책으로 독서 모임을 개설하겠다는 글이 쏟아졌다. 독서모임 플랫폼 ‘트레바리’는 한강의 대표작들을 읽고 토론하는 모임을 개설한다고 안내하기도 했다.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시민들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의 책을 줄서서 구매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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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고향인 광주와 아버지인 한승원 작가의 고향 전남 장흥에서도 노벨상 수상의 위업을 축하하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김성 장흥군수는 한강과 아버지인 한승원 작가의 기념관 건립에 대한 의지를 표명했다.
한강 소설은 다른 장르와도 만날 가능성이 높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다룬 ‘소년이 온다’와 그에게 부커상을 안긴 ‘채식주의자’는 각각 영화화와 연극화를 추진 중이다.
세계 문단의 찬사도 계속 이어졌다. 한강을 세계 작가 반열에 올려놓은 영국 문학상 부커상 측은 “엄청난 소식”이라며 환영했다. 내년 인터내셔널 부커상 심사위원장을 맡은 소설가 맥스 포터는 “한강은 특별한 휴머니티의 작가이자 필수적인 목소리”라며 “그가 노벨위원회의 인정을 받아 너무나 신난다”고 영국 가디언에 전했다. 소설 ‘흰’에 서평을 쓴 소설가 데보라 레비는 “한강이 가장 심오하고 숙련된 현존 작가 중 한 명이라는 것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며 “수고했다,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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