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몰로코
창업 8년 만에 유니콘 기업 등극. 지난해 매출액 4000억원 돌파.
글로벌 애드테크(기술 기반 광고) 기업 ‘몰로코’의 현주소다. 2013년 구글 출신 안익진 대표가 유수 개발자, 광고 전문가와 합심,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출범시킨 회사다. 빠른 성장세 덕에 스마일게이트 등 한국 투자사는 물론 드레이퍼아테나, 타이거글로벌 등 해외 투자자까지 몰려 누적 투자 유치 금액은 2021년(시리즈C)에 일찌감치 2억달러를 넘겼다. 지난해 마지막 투자 유치 때 기업가치는 20억달러(약 2조6000억원)였다.
최근 몰로코는 SK텔레콤과 공동 사업 등 국내 기업과 활발한 교류·광고 대행을 진행하며 한국에서의 보폭도 넓히고 있다.
1979년생/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펜실베이니아대 전자공학 석사/ 유튜브 머신러닝 엔지니어/ 구글 안드로이드 팀 기술책임자/ 몰로코 공동 창업자 겸 CEO(현) |
천억클럽 입성 비결은?
안익진 대표 등 사람 보고 투자
비교적 빠른 시일 내에 글로벌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게 된 비결은 뭘까.
초창기(2014년) 투자사인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의 구영권 대표는 “창업자 역량과 무엇보다 사업 의지가 매력적”이었다며 “(안 대표가) 구글(유튜브)이라는 좋은 직장에서 근무했지만 시장의 문제 해결을 위해 과감하게 창업에 나섰고 이때 구성한 팀도 아주 좋았다”고 평했다.
안 대표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펜실베이니아대 석사를 거쳐 캘리포니아대 컴퓨터과학 박사를 수료한 IT업계 전문가다. 박사 수료 후 구글에 입사, 유튜브 팀에 들어갔다. 당시만 해도 유튜브 역시 수익 모델을 찾지 못하던 때였다. 여기서 안 대표는 유튜브 광고 알고리즘을 개발하면서 광고 시장에 눈을 뜬다. 수용자 관심사에 맞춘 타깃 마케팅 기법. 실제 이 알고리즘 덕에 유튜브는 순식간에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이후 개인 최적화 광고 수익 모델로 계속 진화하고 있다.
안 대표는 이런 승승장구 과정을 거치면서 오히려 내부 승진보다 외부 시장을 보게 됐다. 유튜브 실적을 반전시킬 수 있었다면 전 세계 대중소 기업 광고 효율도 개선시킬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길로 2013년 과감하게 독립한 것이 오늘에 이른다.
업계에서는 나름 인지도가 높았던 터라 그가 창업한다고 하자 업계 선수(?)들이 직장을 그만두고 안 대표를 따랐다. 공동 창업한 오라클 엔지니어 출신인 박세혁 CIO가 대표적인 예다.
이들은 일반 기업도 구글처럼 광고비를 집행했을 때 효율이 극대화될 수 있게 만드는 기술 개발을 위해 밤샘 작업도 불사했다. 그 덕에 잠재 고객이 특정 콘텐츠를 보거나 검색할 때 몰로코의 머신러닝 모델이 타깃 마케팅 광고를 할 수 있는 독자 기술을 개발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 같은 스트리밍 플랫폼에서는 이용자가 보통 콘텐츠를 보는 시간, 한 번에 소비하는 콘텐츠의 양, 어떤 콘텐츠를 보는지 등을 분석할 것이다. 몰로코는 이런 맥락 데이터를 바탕으로 광고 요금제를 구독하는 고객이라면 광고를 언제 게재할지, 광고의 수 등에 대해 최적화된 광고를 송출할 수 있게 돕는다.
더불어 초창기 영어 기반으로 시작했지만 한글 등 다양한 언어 기반 광고로 전환할 수 있게 전장을 넓혔다. 그랬더니 글로벌 고객을 대상으로 광고하고픈 다국적 기업 의뢰로 이어졌다. 한국 게임 회사처럼 개발은 국내에서 했지만 해외 시장 개척을 하고픈 곳도 몰로코를 거치면서 안 대표 꿈을 이룰 수 있었다.
각 투자사가 주목한 부분도 이런 인재와 글로벌 확장성이다.
구영권 대표는 “무엇보다 회사 전략을 세우는 데 그치지 않고 계속 시장을 개척하면서 숫자로 증명해왔다는 점을 높게 산다”고 덧붙였다. 참고로 몰로코는 미국 본사 외 한국 지사 등 세계 10개국에 진출해 있다. 직원 수는 약 600여명. 이 중 절반 이상이 머신러닝, 데이터사이언스, 소프트웨어 등 IT 엔지니어다.
시련은 없었나
자체 기술 개발 기간 길어져
몰로코가 처음부터 승승장구한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지금의 ‘머신러닝 기반 광고 효율 개선’ 솔루션은 개발에 많은 시간이 걸렸다. 창업 초창기에 한껏 기대를 받기는 했지만 관련 기술을 고도화하는 데만 비용이 많이 들었다. 그러는 가운데 매출도 올려야 하기에 광고주 영업도 해야 하는데 애초 대기업이 신생 업체를 잘 봐줄 리 만무한 일. 일찌감치 초기 투자는 잘 받았다 해도 다음 투자를 받기 전까지 ‘춘궁기(데스밸리)’를 버텨내야 했다. 이런 때 한국의 중소 게임사를 만났다. 이들 역시 시장에서는 비주류였다. 대신 해외 진출을 원했다. 스타트업끼리 통하는 점도 많았다. 111퍼센트 같은 회사가 단숨에 글로벌 시장에서 급성장할 수 있었던 시기가 몰로코를 만났던 시기와 일치한다.
작은 기업의 광고 성공 사례가 알려지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몰로코는 ‘여타 다른 애드테크 기업과 달리 로그인이나 클릭 내용, 체류 시간 등 잠재 고객의 행동 데이터를 활용, 적절한 온라인 광고 노출 방식을 찾아준다’는 입소문이 났다.
몰로코 덕분에 국내 중소형 게임 회사가 해외 진출에 성공하자 이를 본 글로벌 대형 게임사 ‘플레이릭스(Playrix)’가 먼저 찾아와 계약한 사례는 지금껏 회자된다. 인도 OTT인 지오시네마가 3200만명이 동시 시청하는 프로 크리켓 리그 중계 때 몰로코 기술을 활용, 수십억 건의 맞춤형 광고를 노출시킨 사례도 유명하다.
이후 매출과 투자에 숨통이 트이면서 몰로코는 원천 기술을 보다 고도화할 수 있는 재정 기반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이를 바탕으로 2021년 구글의 트랜스포머 모델을 광고업계에 적용한 업계 최초 사례를 만들었는가 하면 구글의 AI 전용 칩인 TPU(Tensor Processing Unit)를 도입, 광고 효율성, 성능을 극대화하는 데도 앞장섰다. 회사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초당 600만건 이상의 광고 요청이 들어오는데 몰로코는 실시간 입찰 시스템 ‘몰로코 RTB(Real Time Bidding)’를 통해 100밀리세컨드(1000분의 1초) 안에 처리한다”고 소개했다.
안 대표는 “AI가 지금처럼 주목받기 전부터 머신러닝 기반 AI 서비스를 꾸준히 개발해왔던 것이 지금 먹히고 있다”고 진단한다.
SK텔레콤 직원들이 AI 기반 통합 광고 플랫폼 ‘어썸(ASUM) 2.0’을 함께 시연해보고 있다. SK텔레콤은 머신러닝 솔루션 기업 몰로코와 협력해 ‘어썸 2.0’을 출시했다. (SK텔레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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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억달러 가치 너머
나스닥 상장도 추진
‘주위 사람들과 같이 성장할 수 있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들을 배우는 여정’.
안 대표가 말하는 창업의 정의다.
전 세계 약 100억명 이상의 모바일 이용자에게 광고를 노출시키고 2조원이 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배경도 이런 철학 덕분이라고 얘기한다. 그는 동료들과 함께 계속 고민하고 다양한 기술 개발 과정을 거치면서 새로운 시장을 찾아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는 머신러닝 기술을 광고 분야에 적용하고 있지만, 앞으로 머신러닝 적용 범위를 확대해 비즈니스 솔루션 전체로 확장해나갈 것”이라는 포부도 밝힌다. 이런 계획들이 매출로 이어진다면 상장, 특히 나스닥 상장도 노려볼 만하다는 것이 회사 측 판단이다.
[박수호 기자 park.suho@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9호 (2024.10.09~2024.10.1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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