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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이지혜 디자인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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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의 대표작인 엑시노스를 둘러싼 우려가 심화한다. 퀄컴·미디어텍 등 경쟁사에 비해 뒤처지지 않는 성능을 자부하지만, 낮은 수율과 발열 등 고질병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파운드리 사업부까지 실적이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는 개발 중인 '엑시노스 2500'의 수율 개선을 '제 1과제'로 낙점하고 준비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성능 최적화를 위한 전담 조직을 구성하고, 외부 개발 인력 영입에도 역량을 집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엑시노스의 수율 추정치는 20~30% 수준으로, 통상 60%가 넘었을 때 안정적인 양산이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엑시노스는 모바일경험(MX) 사업부의 갤럭시 시리즈에 탑재되는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로, 두뇌 역할을 하는 부품이다. 갤럭시 판매량이 증가하면 MX사업부는 물론 시스템LSI 사업부와 생산을 맡는 파운드리 사업부의 실적이 모두 상승하기 때문에 삼성전자의 주력 솔루션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엑시노스 판매량에 따라 전사 수익성이 달라질 만큼 핵심적인 사업"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엑시노스가 퀄컴의 스냅드래곤이나 미디어텍의 디멘시티에 비해 성능 면에서는 큰 격차가 없지만, 반복되는 수율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고 평가한다. 삼성전자 MX사업부가 비싼 스냅드래곤을 사용하는 이유도 엑시노스의 수율이 충분히 올라오지 않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원자재 구입 비용에서 모바일 AP 구매 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은 2021년 7.4%에서 지난해 11.7%까지 치솟았다.
내년 상반기 출시를 앞둔 갤럭시 S25나 하반기 선보이는 폴드·플립에도 엑시노스 투입이 어려워진다면 수익성은 더 악화할 전망이다. 엑시노스가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파운드리 사업부에도 악재다. '엑시노스 2500'은 삼성 파운드리 3나노 2세대 공정을 활용해 생산되는데, 이 공정의 생산성도 아직 양산 수준까지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수익성이 더 악화할 가능성도 있다.
3나노 이하 선단(첨단) 공정에서 높은 수율을 유지하고 있는 파운드리 1위 TSMC에 엑시노스를 위탁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것도 절박함을 대변한다. 퀄컴·미디어텍은 자체 생산 능력이 없어 외부에 맡겨야 하지만, 생산 능력을 갖춘 삼성전자가 점유율을 포기하면서 경쟁 업체에 엑시노스를 맡길 가능성은 낮다. 반도체업계 핵심 관계자는 "현실성 낮은 이야기지만, 수율 문제에 대한 위기감을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율을 빠르게 개선하지 못한다면 시스템LSI의 시장 입지가 더 좁아질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1분기 기준 모바일 AP 시장 점유율은 6%로, 미디어텍(40%)이나 퀄컴(23%), 애플(17%) 등 경쟁 업체보다 크게 뒤처져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엑시노스 생태계 구축을 위해서는 전성비(전력 효율 대비 성능)나 발열 등 성능도 중요하지만, 안정적인 수율 확보가 급선무"라며 "구글이나 애플도 자체 모바일 AP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에, 수율을 끌어올리지 못한다면 삼성 반도체 사업부 전체의 수익성이 악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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