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파트너 최사라처럼… 사내 불륜 커플, 해고 가능할까요? [질문+]

[류호진 노무사ㆍ이지원 기자]

'불륜'은 각종 콘텐츠의 주된 소재로 쓰입니다. 영화나 드라마뿐만 아니라 뉴스에서도 '사내 불륜 커플' 이야기를 심심찮게 접할 수 있죠. 최근 높은 시청률 속에 종영한 한 드라마에선 불륜을 저지른 당사자가 회사에서 해고당하는 장면이 등장했습니다. 불륜 커플을 보는 시청자의 답답한 속을 뚫어주는 장면이었죠. 그럼 현실에서도 불륜 커플을 응징할 수 있을까요?

드라마 ‘굿파트너’에선 불륜 행위 당사자가 회사에서 해고당하는 장면이 등장한다.[사진=뉴시스]

질문 : "드라마처럼 사내에서 불륜 저지른 직원을 징계해고할 수 있나요?"

응답 : "원칙적으론 불륜 행위만을 이유로 징계해고할 수 없습니다."

최근 SBS 드라마 '굿파트너'가 인기리에 종영했습니다. 이혼을 소재로 한 이 법정 드라마엔 불륜 커플이 등장합니다. 이혼 전문 변호사인 주인공 '차은경(장나라 분)'의 비서 '최사라(한재이 분)'는 주인공의 남편 '김지상(지승현 분)'과 불륜을 저지르죠. 그 사실이 들통나면서 최사라는 회사에서 해고당합니다.

최사라가 능력을 인정받아 비서에서 수석실장으로 승진한 직후였는데도 말이죠. 회사 측은 "사내 규칙 위반"이라는 이유로 그를 해고했습니다. 그렇다면 현실에서도 불륜을 저지른 직원을 징계해고할 수 있을까요?

■ 불륜 해고 어려운 이유➊ 업무 관련성 = 이 질문에 답을 구하기 위해선 먼저 알아둬야 할 게 있습니다. 한국은 해고가 자유로운 나라가 아닙니다. 근로기준법상 해고 사유와 절차에 제한을 두고 있기 때문이죠. 규정을 보실까요?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휴직·정직·전직·감봉 등을 할 수 없다(근로기준법 제23조)."

여기서 '정당한 이유'란 근로자가 회사와 근로계약을 지속하는 동안 발생한 업무상 관련성이 있는 귀책 사유로 해석하는 게 합리적이겠죠. 예컨대 반복적인 지각이나 무단결근, 고의적인 해태 등으로 업무에 지장을 미치는 경우라면 징계를 할 만한 정당한 이유로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밤늦도록 게임을 하는 직원은 어떨까요? 업무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는데도 밤샘 게임(취미생활)을 관두지 않는다는 이유로 해당 직원을 징계할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징계할 수 없습니다. 퇴근 후 게임을 하는 것과 같은 '사생활 권리'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의 영역에 속하기 때문이죠.

헌법 제17조는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런 기본권은 '국가안정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만 법률로 제한할 수 있죠(헌법 제37조 2항). 당연히 회사가 사내 질서를 유지한다는 '사적 목적'을 이유로 기본권에 해당하는 근로자의 사생활 권리를 침해·제한하는 징계를 내릴 수는 없습니다.

직원이 형사상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도 회사가 징계를 내리긴 쉽지 않습니다. 예컨대 사내 규칙이나 근로계약서상 '직원이 형사상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징계를 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더라도 업무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을 때에 한합니다. '업무상 횡령' '업무상 배임'이라면 징계할 수 있지만, 업무와 관련성이 없다면 형사상 범죄를 저질렀더라도 징계하기가 어렵다는 거죠.

다시 드라마로 되돌아가 볼까요. 드라마 속 최사라는 해고되기 직전 수석실장으로 승진할 만큼 능력을 인정받았습니다. 만약 최사라처럼 업무 수행 능력이 뛰어나다면 불륜 행위만으로 징계하기는 더욱 어려울 겁니다.

■ 불륜 해고 어려운 이유➋ 간통죄 폐지 = 더욱이 헌법재판소는 2008년 간통죄를 위헌으로 결정했습니다. 불륜 행위를 형사처벌의 대상에서 제외한 겁니다. 이런 점을 고려했을 때 직원의 불륜 행위는 개인적인 일탈행위이자 지극히 사적인 생활로 볼 수 있습니다.

대법원 역시 "근로자의 사생활에서의 비행非行은 사업활동에 직접 관련이 있거나 기업의 사회적 평가를 훼손할 염려가 있는 것에 한해서 정당한 징계사유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직원의 '사생활 비행'이 그가 수행하는 업무나 기업의 목표·목적과 무관하다면 징계사유로 삼을 수 없다는 겁니다.

이제 결론입니다. 드라마와 달리 현실에선 불륜 행위로 근로자를 징계해고할 수 없습니다. 설사 사내 불륜 행위로 직장 내 분위기를 해치더라도 해고까지는 어렵습니다. 시말서를 쓰도록 하거나 주의 조치를 하는 등 경징계 정도만 가능하겠죠. 만약 드라마 속 최사라가 해고에 불복해 고용노동부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했다면 복직할 가능성이 높았을 겁니다.

그렇다고 불륜 행위를 해도 된다는 이야기는 당연히 아닙니다. 회사가 징계하지 못한다고 해서 부부간 신뢰를 깨트리는 불륜 행위까지 용인할 수는 없겠죠. 간통죄가 사라졌더라도 상간자·상간녀 소송을 통해 불륜을 저지른 당사자는 이혼의 유책배우자가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소송에서 유책배우자로 전락하는 것보다 두려워해야 할 건 양심이겠죠. '사내 불륜 커플'이란 소문은 빛처럼 빠르게 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내 게시판이나 SNS에 "불륜 행위를 고발한다"는 게시물도 종종 접할 수 있죠.

불륜 커플이라는 따가운 시선 속에서 고개를 들 수 없는 부끄러움은 불륜 당사자의 몫입니다. 마지막으로 팁 하나. 온라인상에 타인의 불륜 행위를 고발하는 게시글을 올리는 경우 명예훼손이나 모욕죄에 해당할 소지가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류호진 노무사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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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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