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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4 (화)

볏단 끌어안은 3m 박정희 동상에…동대구역 두쪽 났다, 무슨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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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3일 오후 대구 동구 동대구역 광장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이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주변에 몰려 환호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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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가 23일 오후 2시 동대구역 광장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제막식을 열었다. 제막식에는 홍준표 대구시장과 강은희 대구시 교육감, 이만규 대구시의회 의장을 비롯한 시의원 등이 참석했다. 주최 측은 참석자가 2000여명이라고 했다.

3m 높이인 박정희 대통령 동상은 1965년 가을, 중절모를 쓰고 볏단을 끌어안은 채 활짝 웃는 모습이었다. 동상 둘레석에는 ‘보릿고개 넘어온 길, 자나 깨나 농민 생각’, ‘재임 18년 동안 모내기, 벼 베기를 한 해도 거르지 않은 대통령’ 등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동상 제작에는 대구시 예산 등 4억8000만원이 들어갔다.

대구시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이 세계 최빈국 중 하나였던 대한민국을 경공업 기반의 산업화를 통해 경제 대국으로 견인하고, 식량 자급자족을 위한 농업 혁신을 국가 과제로 삼아 농촌 경제를 일으켜 가난을 극복하게 한 지도자로 평가받는다는 점에 착안해 동상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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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관계자 등이 23일 대구 동구 동대구역광장에서 홍준표 대구시장 주도로 설치된 '박정희 동상' 철거와 홍 시장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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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시장은 “박정희 대통령의 공과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있으나 공에 대한 평가를 대구 시민만은 잊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홍 시장은 “국채보상운동의 구국운동 정신, 자유당 독재정권에 항거한 2·28 자유정신과 더불어 박정희 대통령 산업화 정신은 자랑스러운 대구의 3대 정신이다”며 “박 전 대통령의 애민(愛民)과 혁신적인 리더십이 빚어낸 산업화 정신을 마땅히 기념하고 계승해야만 선진대국시대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제막식과 함께 진보·보수 단체의 맞불 집회가 열리면서 동대구역은 둘로 쪼개졌다. 박정희 우상화 반대 범시민운동본부는 “박 전 대통령은 역사의 죄인으로 설사 공로가 있다고 해도 공공기관이 조례로 기념사업을 하는 것은 반교육적, 반헌법적이다”며 “당장 독재자의 동상을 치워라”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50여 명도 이날 오전 동대구역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상 철거를 촉구했다. 반면 박정희 동상 건립을 찬성하는 보수성향 인사들은 동대구역 광장에서 별도의 집회를 열고 "대한민국을 이렇게 발전한 건 박정희 대통령 덕분"이라며 "박정희 정신을 이어가자"고 주장했다.

상황을 지켜보던 70대 남성은 “그 시절 배고파 보지 않았던 젊은 사람들은 모른다”며 “박 전 대통령을 한 번이라도 공부해봤으면 좋겠다. 안타깝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찬반 대립이 거셌지만, 경찰이 병력 400여 명을 투입해 충돌을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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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우상화 반대 범시민운동본부'가 지난 22일 동대구역 광장에서 기자회견 후 동상 옆에 빨긴 분필로 낙서를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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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시민단체가 전날 박 전 대통령 동상이 설치된 바닥과 벽에 ‘독재자’ 등 빨간 분필로 낙서하면서 향후 동상 관리 문제도 제기됐다. 이에 관리를 맡은 대구시설관리공단 측은 동상을 비추는 폐쇄회로TV(CCTV) 4대와 경비 인력 3명 등을 투입해 당분간 동상 훼손을 감시하기로 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동상을 훼손하면 법적 책임을 물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대구시는 다양한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사업을 추진 중이다. 지난 5월 대구시의회가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에 관한 조례안을 통과시키면서 대구시는 지난 8월 동대구역 광장의 이름을 ‘박정희 광장’으로 바꾸고 높이 5m 크기의 표지판을 설치했다. 대구시는 내년 남구 대명동에 조성하는 ‘박정희 공원’에도 박 전 대통령 동상을 세울 계획이다.

대구=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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