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부양책에 원재료 ‘들썩’… 조선·철강 후판값 협상 변수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 추진에 대한 기대감으로 철광석 등 원재료 가격이 뛰고 있어 국내 조선업계와 철강업계의 후판(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 공급가격 협상에 변수가 생길 전망이다.

지난 8일(현지시각) 미국 시카고상업거래소(CME) 철광석 선물 가격은 톤(t)당 106.3달러로 한달 전보다 15.58% 올랐다. 2주 전인 지난달 24일(91.72달러)과 비교해도 15.9% 상승했다. 중국 대련상품거래소(DCE) 철광석 선물 가격은 8일 기준 t당 806.5위안으로, 2주 전 680.5위안보다 18.5% 올랐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3후판공장에서 후판 제품이 생산되고 있다. /포스코 제공

철광석 가격 상승은 중국이 경기부양에 나설 것이란 기대감에 따른 것이다. 중국 거시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의 정자제(鄭柵潔) 주임(장관급)은 지난 8일 “중앙 예산 1000억위안(약 19조원) 투자 계획과 1000억위안 건설 프로젝트를 미리 발표해 지방정부가 사전 작업을 가속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총 2000억위안(약 38조원)에 달하는 재정 투자로 경기 부양에 나서는 것이다.

니켈과 리튬 등 배터리 핵심 원료인 광물 가격 역시 이번 발표 이후 오르고 있다. 지난 9일 런던금속거래소 기준 니켈 선물 가격은 t당 1만7366달러로, 지난달 9일 1만5903달러 대비 9.2% 올랐다. 같은날 리튬은 상하이선물거래소(SHFE)에서 ㎏당 76.5위안에 거래됐는데, 이는 지난달 9일 71.5위안과 비교해 7% 상승한 것이다. 리튬은 지난 4월 ㎏당 100위안 이상을 기록했다가 하락하는 추세였다.

철광석 가격은 국내 조선업계와 철강업계의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후판은 수천억원에 달하는 선박 제조 원가의 약 2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조선업계는 그동안 철광석 가격의 하락세를 고려해 하반기 후판 공급 가격이 상반기 가격(t당 90만원 초반대)보다 낮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협상 초기였던 지난 8월 중국산 철광석 현물 가격은 t당 98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120달러)보다 쌌다.

반면 철강업계는 후판 공급가를 낮추면 수익 확보가 어려워 추가 인하는 어렵다고 맞선다. 이런 가운데 최근 철광석 가격이 오르면서 철강업계에 유리한 상황이 됐다. 이규익 SK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추가 재정정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본격적인 성수기 진입으로 (중국의) 철강 수요가 양호할 것”이라며 “철강 가격 강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최근 신조선가(새 선박의 발주 가격) 상승으로 후판 공급 가격이 다소 올라도 조선업계가 이를 수용할 여력이 충분하다는 시각도 있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새로 제작되는 배의 척당 평균 가격은 9000만달러(약 1210억원)로, 이전 연간 최고였던 2022년과 비교해 30% 상승했다. 안유동 교보증권 연구원은 “후판 가격이 오르더라도 계약 선가에 충분히 전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nicholas@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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