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가 9월 22일 2박4일 간의 체코 순방을 마치고 성남 서울공항으로 입국하고 있다. 왼쪽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대통령실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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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권의 핵심 논란으로 부상한 ‘김건희 리스크’에 대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정면 돌파에 나서고 있다.
한 대표는 10일 인천 강화문화원에서 열린 현장최고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해 “검찰이 어떤 계획인지 알지 못하지만, 국민이 납득할 만한 결과를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이틀 전 국민의힘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이 “검찰이 김 여사를 기소하면 오히려 당의 부담이 줄어든다”고 말한 데 대해선 “개인 의견을 제가 논평할 문제는 아니다”라면서도 “검찰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결정을 해야 한다는 말로 대신하겠다”고 했다.
또 한 대표는 김 여사의 공개 활동 자제와 관련 “대선 과정에서 국민에게 약속한 부분 아닌가. 그것을 지키면 된다”고 말했다. 김 여사가 대선을 앞둔 2021년 12월 26일 자신의 허위 이력 기재 의혹을 사과하며 “남편이 대통령이 되더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한 걸 상기시킨 것이다.
이처럼 한 대표는 최근 김 여사와 관련된 발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전날 ‘여권에서 김 여사가 공개활동을 자제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는 질문에 “저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한 데 이어 이날은 김 여사의 주가 조작 의혹과 관련한 검찰 수사를 압박하듯 거론하고, 김 여사 과거 발언까지 소환한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10일 오전 인천 강화군 강화문화원에서 열린 인천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박용철 강화군수 보궐선거 후보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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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한 대표의 발언은 김 여사 리스크를 더 방치해선 현재의 위기 국면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한 대표는 최근 친한계 인사들에게 “이대로는 특검 공세를 막기 힘들다”고 말했다고 한다. 최근까지도 ‘김건희 특검법’은 여야 대치의 상징이었다. 김 여사 논란이 비록 크다고 해도 야당의 일방적이고 편향된 특검 요구를 수용해선 안 된다는 게 여권의 대체적인 기류였다. 야당이 특검법을 거듭 발의하면서 기존 주가 조작 의혹에 더해 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 명품백 수수 의혹을 추가한 것도 ‘별건 수사’ 논란을 불렀다.
하지만 한 대표가 ‘이대로는 특검을 막기 힘들다’는 뜻을 주변에 피력한 것은 그만큼 현재 상황에 대한 위기의식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특히 두 번째 국회를 통과한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지난 4일 재표결에선 여당 이탈표가 4표나 나왔다. 여당으로선 아찔한 순간이었다. 여기에 최근엔 ‘명태균·김대남 논란’도 가세해 여론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한 대표 측은 “김 여사 문제가 방치할 수 없는 임계점에 이르렀다는 인식이 팽배하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건 한 대표가 발언 수위를 끌어올린 시점이다. 앞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동남아 순방을 위해 출국(6일)하기 전 한 대표에게 “10·16일 재보선 이후 독대하자”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한 대표가 “진짜 위기”(6일), “민심에 따라 행동”(7일) 등 여권 위기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도 그즈음이다. 이에 일각에선 “한 대표가 대통령과의 독대를 앞두고 의제를 선점하려는 포석 아닌가”라는 관측도 내놓는다.
윤석열 대통령이 9월 24일 용산 대통령실 앞 분수정원에서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만찬을 마치고 한동훈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 등과 산책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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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강행 돌파에 나선 한 대표에 대한 당내 반발도 적지 않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10일 ‘검찰이 납득할 결과를 내야 한다’는 한 대표 발언에 대해 “여론재판을 열자는 것인가”라며 “김 여사 악마화 작업에 부화뇌동하는 게 아니라면 자해적 발언을 삼가야 한다”고 비판했다. “여사의 공개 활동 자제 요구는 비공개로 했으면 좋았을 것”(권성동 의원), “한 대표가 법무부 장관 할 때 기소 여부를 결정했어야 한다”(홍준표 대구시장), “법무부 장관이던 시기에 기소도 안 하고 이제 와서 사돈 남 말 하듯 한다”(유승민 전 의원) 등 당내 중진의 반발도 이어졌다.
다만 용산은 신중한 기류다. 대통령실은 최근 한 대표를 향한 부정적 발언을 자제하며 ‘로키’(Low-Key)를 유지하고 있다. 용산 참모들도 최근 윤 대통령에게 독대 필요성을 건의했다고 한다. 이는 지난달 독대 무산 때 용산에서 “본인만 돋보이려고 한다”고 강한 불쾌감을 드러낸 것과는 다른 기류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 임기 반환점인 11월 10일을 한 달 남겨놓고 당정 관계가 점차 변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달라진 분위기는 여권의 현재 상황과 무관치 않다. 동시다발로 ‘여사 리스크’가 분출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국정감사를 활용해 김 여사에 대한 파상 공세를 펼치고 있다. 지난 8일엔 김 여사를 겨냥한 상설특검 카드도 빼 들었다. 10일 발표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윤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취임 이후 최저치(24%)를 기록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이런 분위기 속에 7·23 전당대회 이후 갈등만 반복하던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어떤 식으로든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윤 대통령이 한 대표를 계속 고립시키기보다는 정치적 공간을 일부 열어주면서 공멸을 피하는 선택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9월 24일 용산 대통령실 앞 분수정원에서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만찬을 마치고 한동훈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 등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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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10·16 재보궐 선거 이후에 예정된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독대 자리에서 어떤 얘기가 오갈지 이목이 쏠린다. 이미 친한계는 “김 여사 사과나 제2부속실의 설치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시점은 지났다”는 기류다. 친한계 인사는 10일 “주가조작 의혹으로 검찰이 김 여사를 기소하면, 도덕성엔 설사 흠집이 생길 수 있으나 권력을 가진 누구라도 법의 공정한 처분을 받는다는 점에서 윤석열 정부에겐 오히려 반등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손국희ㆍ윤지원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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