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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0 (월)

“너무 놀랐고 영광” 아들과 저녁 먹다가 노벨상 수상소식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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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한국 첫 노벨문학상]

한강 작가 노벨상 수상소감

“어릴때부터 한국문학과 자라… ‘작별하지 않는다’ 가장 좋아해

‘채식주의자’ 쓸때는 3년 고군분투… 아들과 함께 조용히 축하할 것”

동아일보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 창비 제공 ⓒ김병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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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되던 10일(한국 시간) 오후 소설가 한강(54)은 자택이 있는 서울 종로구 자하문동에서 여느 때처럼 평범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아들과 함께했던 저녁 식사를 막 끝내던 참이었다. 스웨덴에서 전화가 왔다. 전화를 걸어 온 사람은 오후 8시 노벨 문학상 수상자 발표를 앞두고 있던 마츠 말름 노벨위원회 상임 사무국장이었다. 한국 최초이자 18번째 여성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가 됐다는 소식을 그렇게 처음 접했다. 누구도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깜짝 발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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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한강의 책 살펴보는 시민들 10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에서 시민들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한국인 소설가 한강의 책을 살펴보고 있다. 스웨덴 한림원은 10일(현지 시간) 한강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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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은 이날 수상자 발표 후 노벨위원회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너무 놀랐고 영광이다. 지지해준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한다”는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어 “나는 어릴 때부터 책과 함께 자랐다. 나는 한국 문학과 함께 자랐다고 말할 수 있다”며 “이 뉴스가 한국 독자들과 동료 작가들에게 좋은 소식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어떻게 노벨 문학상 수상을 축하할 것이냐란 질문에 그는 “내가 술은 안 마신다”면서 “전화 통화 후 아들과 차를 마시면서 오늘 밤 조용히 축하할 것”이라며 웃었다.

가장 영감을 준 작가에 대한 질문에는 “어릴 때부터 봤던 많은 작가들이 영감이 됐고 영향을 미쳤다. 스웨덴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이 그중 한 명인데 그의 ‘사자왕 형제의 모험’을 어릴 때 좋아했고 인간에 대한 내 질문을 그 작품과 연관시킬 수 있었다”고 답했다. 그는 가장 좋아하는 자신의 작품으로 ‘작별하지 않는다’를 언급하며 “모든 작가들은 가장 최근의 작품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맨부커상을 안긴 ‘채식주의자’에 대해선 “3년 동안 쓰면서 매우 힘든 시간을 보냈다. 책에 등장하는 적절한 이미지를 찾기 위해 매우 고군분투했던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한강은 비극적인 한국 현대사에 꾸준히 천착해왔다. 지난해 11월 세계한글작가대회 특별강연에서 그는 5·18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소년이 온다’를 쓴 과정을 설명하며 “역사 속의 인간을 들여다본다는 행위는 폭력의 반대편에 서는 행위라 할 수 있다. 역사 속의 일을 그린다는 것은 결국 인간의 본성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일이라 할 수 있다”고 했다. ‘소년이 온다’는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중학교 3학년인 동호가 친구 정대의 죽음을 목격한 후 벌어지는 일을 담고 있다.

한강은 “소설을 쓰기 위해 한 달 정도 아침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증언집을 읽었다”며 “900여 명의 증언을 읽으면서 당시의 상황적인 파편들을 경험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1970년 광주에서 태어나 1980년 서울로 온 한강은 자신의 고향에서 5·18이 일어난 것을 보고 처음으로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2019년 인촌상 수상 당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선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부친 한승원 소설가 덕분에 어린 시절부터 사방에 널린 책들 속에서 자랐다는 것. 그는 “책 속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으니 현실의 세계가 절대적이지 않았고, 그렇게 두 세계에서 살 수 있었던 점이 유년기의 나를 도와줬다”고 말했다.

소설을 진지하게 대하기 시작한 건 중학교 3학년 무렵이었다고 한다. 대학 시절 습작기를 거쳐 출판사에 취직한 뒤 3∼4시간씩만 자면서 글을 썼다. 그는 뜨거움이나 열정보다 끈기로 소설을 써왔다고 했다.

그는 집필 땐 칩거한 채 작품에만 오롯이 몰두하는 작가다. 한강은 “지금까지 쓰고 싶은 소설을 완성하기 위해 시간을 보내왔다. 그 결과는 통제 밖의 영역”이라며 “오직 쓰는 과정에 있는 사람만이 작가이며, 다행히 지금 쓰고 있으니 나는 아직 작가”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따금 그는 소설 밖 세계를 꿈꾸기도 한다고 했다.

“전에 만들고 불렀던 노래들을 담담하게 다시 녹음해보고 싶습니다. 그사이 새로 만든 노래들도 넣고요. 음반 제목은 오래전 보았던 연극의 대사인 ‘안아주기에도 우리 삶은 너무 짧잖아요’로 하고 싶습니다. 지금은 백일몽일 뿐이지만 언젠가 그런 여유가 찾아올 수도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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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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