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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0 (월)

거대한 소용돌이 사이로 개미처럼 움직이는 인간 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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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국제트리엔날레 27일까지

22개국 작가 작품 200여점 선보여

개미굴처럼 아래→위 관람 구조

동아일보

외국인 관객들이 강원국제트리엔날레가 열리는 평창송어종합공연체험장에서 가나인의 ‘종말은 언제나 시작이다’(2019년)를 관람하고 있다. 사진 제공 강원국제트리엔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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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 6.7m에 달하는 큰 캔버스 중심에 거대한 소용돌이가 휘몰아친다. 기둥처럼 굳건하게 보이는 큰 소용돌이는 자세히 보면 작은 소용돌이들이 빠져나오면서 새로운 흐름을 만들고 있고, 소용돌이들 사이로 개미처럼 작은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다.

2024년 강원국제트리엔날레가 열리는 평창송어종합공연체험장에서 관객들이 주목하는 이 작품은 영국에서 활동하는 한국 작가 가나인의 ‘종말은 언제나 시작이다’(2019년). ‘삶’ 연작으로 이어지는 이 소용돌이 작품은 작게는 개인의 인생부터, 크게는 21세기 사회 구조에 일어난 변화까지 다룬 ‘신자연주의’ 미학을 담는다.

이 작품 속에서 반듯한 직선으로, 인과 관계가 딱 들어맞는 순서에 따라 안정되게 유지될 줄 알았던 세계의 여러 구조들은 서로 부딪치고 붕괴하며 혼란을 빚는 중이다. 어떠한 변수가 나타나 흔들릴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에서 작품은 소용돌이 자체를 받아들이고, 시행착오를 통해 넓어지는 삶의 가치를 표현했다.

전시에서는 현재 리움 미술관에서도 ‘에어로센’ 프로젝트를 열고 있는 아르헨티나 작가 토마스 사라세노의 ‘궤도에서-S’, 한국 작가 정연두의 ‘백년 여행기: 프롤로그’, 멕시코 작가 보스코 소디의 ‘타불라 라사’ 등을 볼 수 있다. 전시장은 지하부터 관람하며 차례로 위로 올라오는 구조로 만들어졌는데, 이는 개미굴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예술감독을 맡은 미술평론가 고동연은 벽을 쌓거나 경계를 짓는 인간의 건축과 달리, 뿌리처럼 유기적으로 뻗어 나가며 순환하는 개미굴의 구조를 인상 깊게 봤다. 이러한 개미굴에서 감독은 자연의 섭리를 심각하게 거스르지 않고 순응하는 태도를 떠올렸고, 이를 통해 ‘아래로부터의 생태 예술’을 주제로 국제 커미셔너인 라울 자무디오(미국), 가나자와 고다마(일본), 리처드 스트라이트매터트랜(베트남)과 함께 작가 섭외 공모, 심사 과정을 거쳐 전시를 완성했다.

전시는 평창송어종합공연체험장, 월정사, 진부시장, 진부 공공형 실내 놀이터 등에서 22개국 77팀(작가 85명)의 작품 200여 점을 선보이며, 27일까지 열린다. 강원국제트리엔날레는 아직 도립 미술관이 지어지지 않은 강원도에서 시군을 순회하며 예술 작품을 선보이는 행사로 3년마다 개최된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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