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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0 (월)

가을 예찬[이준식의 한시 한 수]〈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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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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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부터 가을 되면 적막하고 쓸쓸하다 슬퍼하지만, 난 가을이 봄보다 낫다 말하리.
맑은 하늘 학 하나가 구름 뚫고 날아오르니, 내 시심도 곁따라 창공으로 오르네. [1]
환한 산, 맑은 물, 밤 되자 내린 서리, 누릇한 잎 사이로 드러난 짙붉은 단풍 몇 그루.
높은 누각 올라보니 뼛속에 스미는 맑은 기운, 사람 마음 달뜨게 하는 봄빛이 이보다 나을쏜가. [2]
(自古逢秋悲寂廖, 我言秋日勝春朝. 晴空一鶴排雲上, 便引詩情到碧霄.)[其一]
(山明水淨夜來霜, 數樹深紅出淺黃. 試上高樓淸入骨, 豈如春色嗾人狂.)[其二]

―‘가을 노래(추사·秋詞二首)’ 류우석(劉禹錫·772∼842)


옛시에서 봄의 생명력을 빌어 삶의 의욕을 진작하거나 사그라지는 꽃의 향연을 아쉬워하는 경우는 자주 접해도 가을을 예찬한 예는 흔치 않다. ‘동쪽 울밑에서 국화꽃 따는데, 남산이 그윽하니 눈앞에 펼쳐지네’(도연명)라거나, ‘서리맞은 단풍잎이 봄꽃보다 붉구나’(두목·杜牧)라는 등의 시구가 없진 않으나 특정 장면을 포착한 것일 뿐 대개는 가을빛의 소슬함이 주조를 이룬다. 시인이 ‘예부터 가을 되면 적막하고 쓸쓸하다 슬퍼한다’고 지적한 이유다. 한데 자신은 창공을 날아오르는 학의 날갯짓처럼 울연(蔚然)히 시심이 솟기에 가을이 좋고, 봄날처럼 공연히 흥분되지 않아 가을이 좋다. 이처럼 시인이 봄날과의 대비를 통해 가을을 예찬하고 있기에 더 별스러운 느낌을 준다. 시는 시인이 정치적 갈등으로 남쪽으로 좌천된 서른 초반에 쓴 작품. 젊은 관리의 혈기 방장 때문인지 가을 노래답지 않게 분위기가 꽤 호쾌하고 낙관적이다.

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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