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남발 ‘동행명령장’ 법 조항 논란
국회 증언감정법에 따르면, 국회는 국정감사 또는 국정조사에 채택된 증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을 거부할 경우 상임위 의결로 동행명령장을 발부할 수 있다. 동행명령을 거부한 증인은 5년 이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또 증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불출석하거나, 출석하더라도 선서·증언을 거부하면 3년 이하 징역형 또는 1000만~3000만원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이를 두고 수사기관의 참고인, 법원의 증인과 비교했을 때 국회 국정감사·조사 증인에 대한 처벌 수위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조계 일각에선 “‘돈봉투’ 사건으로 검찰의 수차례 소환 요구에 불응한 민주당의 의원들이 이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가 국정감사에 나오지 않는다며 동행명령장을 발부하는 건 ‘적반하장’”이란 말도 나온다.
◇‘돈봉투’ 민주당 의원 檢 출석 불응
민주당은 지난 8일 법사위 법무부 국감에 ‘민주당 돈봉투 사건’을 수사했던 김영철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가 나오지 않자 동행명령장 발부를 단독 의결했다. 같은 날 교육위에선 ‘김건희 여사 논문 표절 의혹’ 관련 증인 설민신 한경국립대 교수, 지난 7일 행안위에선 대통령 관저 공사 참여 업체 대표에 대한 동행명령장이 민주당 단독으로 발부됐다.
하지만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300만원짜리 돈봉투를 받은 혐의를 받는 현역 의원 6명은 서울중앙지검의 5~6차례 소환 통보에도 불응하면서 버티고 있다. 앞서 같은 혐의로 기소된 허종식 의원과 이성만·임종성 전 의원은 최근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검찰은 형사 사건 피의자가 소환에 불응할 경우 법원서 체포영장을 발부받을 수 있다. 그러나 현역 국회의원은 회기 중 ‘불체포특권’이 있어 체포동의안을 본회의에서 표결해야 한다. 현재 국회 상황을 보면 체포동의안 통과가 쉽지 않다. 검찰 관계자는 “민주당 의원들이 피의자인데도 검찰 조사를 받지 않고 있으면서, 자신들의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에 대해선 국감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는다며 법적 조치를 하겠다는 상황을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처벌 수위 과해 위헌 소지 있어”
동행명령 제도는 유신헌법으로 삭제됐던 국회의 국정감사권이 1988년 다시 부활하면서 도입됐다. 그간 국정감사 증인은 여야가 합의로 채택하고, 동행명령장 발부도 극히 제한적으로 이뤄지면서 동행명령 제도 자체가 논란이 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최근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한 민주당이 이례적으로 자신들이 신청한 증인들만 일방적으로 채택하고, 불출석하는 증인에 대해 동행명령을 여러 차례 단독 의결하면서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검찰·경찰 수사 단계에서 참고인이 소환을 거부할 경우 이에 대한 처벌 조항은 따로 없다. 다만, 검사는 범죄 수사에서 결정적인 사실을 아는 주요 참고인이 검찰 출석을 계속 거부할 경우, 법원에 ‘재판 전 증인 신문’을 법원에 청구해 증언을 받을 수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전 사위 서모씨의 타이이스타젯 특혜 채용 의혹을 수사 중인 전주지검 수사팀은 최근 소환 조사에 응하지 않은 ‘문재인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행정관 출신 신모씨를 상대로 이 절차를 진행한 바 있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국회 증인이 수사기관 참고인보다 더 강한 제재를 받는 것은 형벌의 비례성 원칙으로 볼 때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했다.
법원 재판 과정에서 증인이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으면 재판부가 구인장을 발부할 수 있다. 구인장 발부에도 출석하지 않은 증인에 대해선 ‘500만원 이하 과태료’에 처할 수 있지만 따로 형사 처벌할 근거는 없다.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법원 증인도 출석에 불응하면 과태료에 그치는데 국회 국감에 출석하지 않은 증인을 3년 이하 징역형 등으로 처벌하는 것은 과하다”고 했다.
헌법재판소가 국회 증언감정법이 규정한 동행명령과 불출석 증인에 대한 처벌 조항에 대해 위헌 여부를 판단한 적은 아직 없다. 헌법연구관 출신인 노희범 변호사는 “국회 국정감사는 그 특성상 공적 목적을 위해 일정 정도의 강제성을 띨 수밖에 없다”면서도 “그 처벌 수위가 너무 높은 것 아니냐는 부분에서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슬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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