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이후 독대’ 배경과 의미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10·16 보궐선거를 앞둔 9일 부산 금정구 부산대학교 정문 앞에서 윤일현 금정구청장 후보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여권 텃밭인 부산 금정에서 총력전을 펴고 있다. /김동환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독대(獨對)를 받아들인 배경에는 ‘야권의 탄핵 공세 국면에서 분열하면 여권이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다는 분석이다. 한 대표는 지난달 24일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 만찬에 참석한 직후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에게 윤 대통령 독대를 재차 요청했다. 그때부터 보름 만에 윤 대통령의 결심이 나온 것이다.
여권에 따르면, 한 대표의 첫 독대 요청은 지난달 20일쯤 있었다. 그런데 다음 날인 21일 언론 보도로 한 대표의 ‘독대 요청’ 사실이 알려지자 대통령실은 불쾌함을 감추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한 대표가 김건희 여사에 대한 부정 여론을 등에 업고 자기 정치를 하며 대통령을 궁지로 모는 것’이라고 받아들였다. 당시 윤 대통령은 체코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는 전용기에서 그 보도를 접했다고 한다. 결국 독대는 불발됐다. 이후 지난달 24일 용산 만찬에서 한 대표가 다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를 통해 독대를 요청했지만 성사 기대감이 낮은 상태였다.
지난 4일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한 국회 재표결 당시 국민의힘에서 이탈표가 4표 나온 일을 기점으로 기류 변화가 나타났다고 한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내부는 물론 여권 전반에서 “당정(黨政)의 단일 대오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당은 지난 7일 시작된 국정감사에서 김 여사 관련 의혹을 키우며 공세 수위를 끌어올렸다. 지난 8일에는 김 여사를 겨냥한 상설 특검 수사 요구안을 발의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가 언론과 접촉하며 자기가 윤 대통령 부부와 맺은 친분으로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하고, 대통령실 행정관 출신 김대남씨와 서울의소리 간의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여권의 악재(惡材)도 떠올랐다. 장외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때 집회를 주도한 좌파 단체들이 주말마다 윤 대통령 퇴진 집회를 이어가는 상황이다.
이번 독대 수용은 윤 대통령이 지난 6일부터 5박 6일 동남아 3국을 순방 중인 가운데 나왔다.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실은 수세적 대응만으로는 혼란한 정국을 돌파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정국 분위기를 바꿀 만한 전환점의 하나로 한 대표와 독대하기를 선택한 것 같다”고 했다.
부산 금정 지원 유세 간 한동훈 -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9일 부산 금정구 부산대학교 정문 앞에서 10·16 보궐선거 윤일현 금정구청장 후보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여권 텃밭인 부산 금정에서 총력전을 펴고 있다. /김동환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독대가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김건희 여사 문제’와 ‘의정 갈등’ 등 현안을 논의할 전망이다. 야당의 ‘탄핵’ 공세를 막고 현 상황을 돌파하려면 ‘김 여사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는 게 한 대표 생각인 만큼, 한 대표가 먼저 그 문제를 꺼낼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 대표는 ‘김 여사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으면 현 정국을 타개하기 어렵다고 보는 것으로 안다”며 “윤 대통령 역시 그런 분위기를 충분히 인지하고 한 대표와 독대하겠다고 하지 않았겠느냐”고 했다.
한 대표는 9일 부산 금청구청장 보궐선거 유세에서 여권의 ‘김 여사 공개 활동 자제’ 여론에 대해 “저도 그렇게 생각한다. 저도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을 독대하는 자리에서도 한 대표가 공개 활동 자제를 포함해 ‘김 여사 문제 해결’을 요청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 친한계 의원은 “한 대표는 지난 6일 친한계 의원들과 만찬, 지난 7일 원외 당협위원장들과 오찬·토론 등을 하면서 김 여사와 관련한 부정적 민심에 여당이 반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을 굳힌 것 같다”고 했다. 그는 “10·16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가 야권 단일화로 접전 양상을 보이는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했다.
한 대표는 또 ‘의정 갈등’과 관련해서도 “여·야·의·정 협의체에 의료계가 참여할 수 있도록 정부가 좀 더 전향적 태도를 보여달라”는 요청도 할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당정 간에는 여·야·의·정 협의체를 놓고 온도 차가 있었다.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전격 수용해 마련된 독대인 만큼 돌파구가 생길 것으로 본다”며 “한 대표도 윤 대통령을 몰아붙이는 태도를 보여선 안 될 것”이라고 했다.
[김승재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