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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일)

‘100년 만에 최대’…경합주만 초토화 허리케인, 미 대선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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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강풍을 동반한 5등급 허리케인 밀턴의 9일 현재 위치. 출처 wind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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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이 ‘옥토버 서프라이즈’ 즉, ‘10월의 돌발변수’가 될 수 있을까. 핵심 경합주인 조지아와 노스캐롤라이나를 휩쓸며 200명 넘는 사망자를 낸 허리케인 헬린에 이어 ‘100년만의 최대’라는 허리케인 밀턴 상륙이 임박하면서 미국 대선판이 요동치고 있다. 초박빙 핵심 경합주의 투표율에 영향 끼칠 중요 변수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주로 공화당 우세 지역이 큰 피해를 본 가운데 공화당은 ‘바이든 행정부 대응 실패론’을 밀어붙이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예정된 해외 순방까지 취소하며 허리케인 대응에 올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8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허리케인은 100년 내 가장 강력한 허리케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며 “허리케인 경로에 있다면 이미 대피했어야 한다. 대피하라는 명령에 귀 기울여라. 생사와 관련된 문제이며 과장이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그는 독일과 앙골라 순방 일정을 전격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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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 밀턴의 상륙을 하루 앞둔 8일(현지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고속도로에 대피 차량이 몰려 정체가 빚어지고 있다. 네이플스/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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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립허리케인센터(NHC)에 따르면, 밀턴은 강풍을 동반한 5등급 허리케인으로 플로리다 중서부 해안에 9일(현지시각) 저녁 상륙할 거로 보인다. 플로리다 탬파 베이 해안에는 최대 4.6m 높이의 해일이 일 것으로 예상하며, 최대 460㎜에 달하는 폭우를 뿌릴 것으로 예측된다.



대형 재난은 늘 정치적 함의를 갖지만, ‘헬린’과 ‘밀턴’은 대선을 코앞에 둔 결정적 시점에, 전체 결과를 좌우할 핵심 경합주들만 골라 타격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례를 찾기 힘들다. 게다가 이들 경합주 판세는 그야말로 초박빙이다. 8일 워싱턴포스트가 계산한 여론조사 평균치를 보면, 공화당 대통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조지아에서 2%포인트, 노스캐롤라이나에서 1%포인트 미만의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들 2개 주에는 7개 주요 경합주에 걸린 선거인단의 3분의 1 이상이 걸려있다. 작은 변수로도 이들 주의 결과가, 나아가 대선 전체 결과가 뒤바뀔 수 있다.



피해지역 대다수는 공화당 강세 지역이다. 칼럼니스트 필립 범프가 지난 1일 워싱턴포스트에 쓴 글을 보면, 재난 선포가 내려진 지역에서 트럼프는 2020년 대선 당시 16%포인트 앞섰다. 특히 노스캐롤라이나 피해 지역은 공화당 성향이 강한 농촌 지역들이다.



통상 재난은 투표율을 떨어뜨렸다. 2005년 8월 허리케인 카트리나, 2018년 10월 허리케인 마이클 등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헬린의 경우 앞선 사례들과 비교할 수 없이 투표일이 가깝기 때문에 영향이 더 클 거로 보인다.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 채플힐 정치학 교수인 제이슨 M. 로버츠는 타임지에 “피해자들이 처한 어려움을 고려할 때, 투표는 우선순위에서 밀릴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를 위한 인프라도 대거 파괴됐다. 노스캐롤라이나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본 카운티들의 경우 투표소, 선거 인프라, 우편 서비스 등을 한달 내에 복구하기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부 유권자들은 신분증을 잃어버렸을 수도 있다. 우체국 시스템이 타격을 받으면서 우편으로 이뤄지는 조기투표가 순조롭게 진행될지 의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도 이점을 잘 알고 있다. 그는 7일 폭스뉴스에 나와 “공화당 지역이 매우 큰 타격을 받았다. 그들이 투표하기 편하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그들은 방금 집을 잃었다. (지지자들이) 기어서라도 투표소에 갈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이를 만회하려는 듯 바이든 행정부 공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는 “바이든과 해리스는 미국인들을 국경 개방에 희생시켰고, 이제 그들은 미국인들을 노스캐롤라이나, 조지아, 테네시, 앨라배마 및 남부의 다른 곳에서 익사하도록 내버려 두고 있다”고 엑스에 적었다. 또 폭스뉴스에 나와선 “공화당 지역의 사람들은 매우 나쁜 대우를 받고 있다. 생수는 물론이고 아무것도 받지 못하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연방 재난 예산을 불법 이민자 지원에 낭비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오전 뉴욕으로 이동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전직 대통령 등에 의해 (허리케인 피해 지원과 관련해) 많은 허위 정보가 유포되고 있다. 매우 무책임하다”라고 말했다. 뉴욕에서 에이비시(ABC) 방송에 출연해선 “트럼프는 항상 다른 사람의 필요보다 자신을 우선시하고 있다. 기초적 수준에서의 공감 능력 부족”이라며 “허리케인 대응은 당파나 특정 지도자의 정치 문제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폴리티코는 “(피해지역은 공화당이지만, 재난 대응 주책임은 민주당이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허리케인이 어느 쪽에 유리하게 작용할지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전했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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