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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초파리 뇌 지도’ 게이머들도 나섰다 [오철우의 과학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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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생물체의 뇌 전체를 파악한 뇌 지도로는 ‘역대 최대’라는 평을 받으며 최근에 발표된 초파리 뇌 지도 영상. 수많은 뉴런(신경세포)과 시냅스(뉴런들의 연결)의 복잡한 연결망을 보여준다. 초파리 뇌 지도 작성은 다양한 분야의 과학자들뿐 아니라 아마추어 시민과학자들이 참여하는 폭넓은 협업을 통해 이뤄졌다. 미국 프린스턴대 연구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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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 한밭대 강사(과학기술학)



며칠 전 초파리 뇌 지도가 프로젝트 시작 10년 만에 완성돼 발표됐다. 크기가 1㎣도 안 되는 작은 뇌에서 무려 14만개의 뉴런(신경세포)과 5천만개의 시냅스(뉴런과 뉴런의 연결점)가 확인됐다. 생물체의 온전한 뇌에 있는 모든 뉴런과 시냅스를 낱낱이 파악한 뇌 지도로 가장 크고 정교한 것이다. 뉴런 800억개, 시냅스 1천조개의 사람 뇌에 비하면 보잘것없겠지만 초파리 뇌 지도는 뇌를 이해하는 연구에 이정표가 되리라는 기대를 모은다. ‘네이처’에 실린 9개 논문의 주요 저자에 한국계 과학자인 서배스천 승 교수(프린스턴대)가 포함돼 더욱 관심 끄는 소식으로 전해졌다.



초파리 뇌는 아주 작지만 복잡한 뉴런의 연결망을 일일이 식별하는 일은 간단치 않았다. 세계 각지의 많은 연구실이 참여하는 협력 연구는 중요했다. 프린스턴대가 전한 뒷얘기를 보면, 연구진은 2020년 뇌 영상 자료를 모두 공개하고서 경쟁 아닌 협력 연구의 전략을 택했는데, 연구 컨소시엄에는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와 학생뿐 아니라 시민도 참여했다. 초파리 뇌에서 얻은 2100만장의 얼룩덜룩한 전자현미경 영상에서 이리저리 뒤엉켜 연결된 뉴런과 시냅스를 하나하나 찾아내기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1차로 인공지능이 뉴런과 시냅스를 식별해 3차원 지도를 작성하는 큰일을 대신 해주었지만 정밀하지는 않았다. 인공지능의 작업이 정확한지를 다시 확인하고 교정하는 수작업이 꼭 필요했다.



확인과 교정 작업에 과학 게임의 고수들이 뛰어들었다. 프린스턴대 연구진은 오래전에 쥐의 망막 영상에서 뉴런을 찾는 다른 온라인 과학 게임에서 뛰어난 실력을 발휘했던 게이머 100명한테 도움을 청했다. 이들은 전문 연구자들과 함께 인공지능의 결과물을 확인하고 교정하고 분류하는 작업을 무려 300만건이나 해냈다. 네이처는 사설에서 “뇌 지도를 작성하는 검증 과정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중요한 역할을 해냈다”고 평하면서 빅데이터를 다루는 여러 과학 연구에 ‘시민과학’이 유용하게 적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민과학은 영어권에서 대체로 시민이 참여하는 과학 활동을 뜻하는 용어로 1990년대부터 쓰여왔다. 전문 연구자와 함께 과학 활동을 하는 아마추어 시민은 시민과학자로도 불린다. 정보통신과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데이터 분석이나 분류, 사례 수집 같은 연구 활동에 시민 참여가 더욱 손쉬워져, 과학자와 시민의 협업은 천문학, 생물학, 생태학, 환경과학, 의학 같은 여러 영역에서 실제로 좋은 성과를 내고 학술 논문으로도 발표되곤 했다.



미국에서는 연방정부 지원을 받아 시민과학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연방정부 지원 사이트에서는 많은 시민과학 프로젝트가 진행 중임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5월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시민과학을 주제로 한 토론회를 열고서 시민과학 프로그램을 현대 과학의 중요한 자원으로 육성하고 지원하자는 정책 제안을 했다. 용어가 생긴 지 30여년 만에 시민과학이 과학 연구의 한 양식으로 새삼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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