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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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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기차 ‘최대 45%’ 관세 매기는 EU…“징벌 아닌 산업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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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라인하르트 뷔티코퍼 전 유럽의회 의원. 사진 장예지 베를린 특파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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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은 지난 4일 회원국 투표를 통해 중국산 전기차에 최대 45.3%의 상계관세를 부과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중국의 “불공정한 보조금”이 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방해했다고 지적하며 고율 관세 부과를 밀어붙이기로 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와 자동차 기업을 비롯해 중국 내에 생산 공장을 갖고 있는 독일의 폴크스바겐과 베엠베(BMW), 아우디 등은 이번 조처에 따른 수익 악화를 우려하며 추가 논의를 통해 “정치적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독일 녹색당 소속으로 15년간 유럽의회 중국 대표단에서 활동한 라인하르트 뷔티코퍼 전 유럽의회 의원은 유럽연합의 상계관셰 부과를 “큰 전투”로 묘사하며, “불공정하고 왜곡된 무역과 투자 정책에 맞서 싸우는 것은 중국에 의해 유럽이 탈산업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말했다. 2009년부터 올해까지 의원직을 역임한 그는 유럽의회 내 외교위원회와 국제무역 위원회에서 활동하며 중국을 상대했다. 한겨레는 지난 9일 독일 베를린에서 뷔티코퍼 전 의원을 만나 관세 부과의 영향 및 중국에 대한 디리스킹 전략의 의미를 들어봤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추가 관세를 최대 45.3%까지 부과하기로 했다. 이번 결정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유럽, 특히 독일에서 자동차 산업은 전체 산업 생태계 내에서 주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 면에서 불공정하고 왜곡된 무역과 투자 정책에 맞서 싸우는 것은 중국에 의해 유럽이 탈산업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하다. 몇몇 정치가는 유럽도 전기차 산업에 많은 보조금을 부여하면 된다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유럽의 거버넌스는 중국과 같이 높은 수준의 보조금을 허용하지 않는다. (추가 관세 도입은) 중국의 자동차 기업들이 유럽 시장에 다른 접근을 취하도록 요구하는 전략이기도 하다. 중국이 유럽에 직접 투자하고, 유럽의 법망 아래 유럽의 공급망을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유럽 자동차 회사들이 중국 전기차 선두 주자들을 따라잡기 어려운 상황에서 가장 유리한 궤도를 만들 수 있다. 관세 부과는 중국 기업을 ‘징벌’하는 것이 아니라, 유럽의 생산 능력을 만들어내기 위한 산업적 전략이다. 이번 전투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앞으로 다가올 싸움에서도 승리할 기회는 점점 줄어들 것이다.”



―독일은 지난 7월부터 유럽연합 회원국들의 사전 투표에서 관세 부과에 기권표를 던지는 등 관세 부과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당시) 독일 정부는 여러 파트너들과 완전한 합의에 다다르지 못했다. 독일 정부와 자동차 대기업, 독일자동차산업협회(VDA) 등은 (관세 부과를) 막을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그동안 자세히 언급되지 않았던 건, 독일 산업에서 오직 자동차 업계만 이런 관세 부과를 반대했다는 것이다. 다른 산업 부문은 비슷한 문제가 자신들에게도 닥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더 큰 그림을 보는 것이다.”



―독일의 자동차 대기업과 중·소형 기업들의 입장은 어떤 차이가 있나.



“과거 독일 기업의 자동차 성공은 볼크스바겐, 메르세데스, 베엠베(BMW) 아우디와 같은 대형 자동차 오이엠(OEM·주문자 의뢰 제품 생산) 기업들과 1차 협력업체의 전략적 협업에 의존했다. 그러나 중국이 대형 기업들을 유인해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고, 중국 산업 생태계와의 통합을 강요하며 이런 시도는 약해졌다.



폴크스바겐 등 일부 대기업은 중국이란 한 바구니에 너무 많은 달걀을 담았다. 소수의 독일 다국적 기업들은 지난 10년간 해외직접투자(FDI) 비율 중 3분의 2 가까이 중국에 투자하며 이곳 시장에 의존했다. 반면 독일의 중소기업들은 중국에서 생산하는 게 아니라, 중국에 제품을 팔며 이익을 거둔다. 하지만 중국은 이중순환(내수 바탕 자립과 제조업 강화) 정책으로 수입 의존을 줄이길 원한다. 거대 다국적 기업과 중소규모 기업의 이해관계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중국의 무역 보복 가능성은 어떻게 보는가? 중국도 낙농업이나 돼지고기 수출 업체 등에 대한 반덤핑 조사로 맞불을 놓았다.



“이번에 우리가 굴복한다면, 단지 한 번의 전투에서 진 것이 아니라, 전쟁에서 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국이 무엇을 위협하고 있는지 면밀히 보면, 중국이 섣불리 보복에 나서지 않을 것이란 결론에 다다를 수 있다. 중국이 유럽연합과의 무역 전쟁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느냐 하는 질문이 남는다. 미국이나 일본, 터키, 캐나다, 멕시코 등도 추가 관세를 부과하면서 중국의 시장 접근은 나날이 제한되고 있다. 중국의 접근성이 여전히 많이 보장되는 곳은 단일시장으론 유럽이 가장 크다. 중국이 무역 전쟁을 벌인다면, 중국은 아직 접근이 가능한 마지막 거대 시장을 잃을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 지난해 유럽연합과 독일은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 디리스킹(위험완화) 전략을 채택했다. 이후 중국과의 관계 재편에 진전이 있다고 보는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2019년 중국을 협상 파트너이자 경제적 경쟁자, 체제 라이벌로 규정했다. 그보다 최근엔 경쟁과 라이벌 구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리는 여기 더해 중국을 안보상 위험 요소로도 간주한다는 내용을 더할지를 두고 싱크탱크에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도 이런 맥락에서 중국을 바라봤다.



디리스킹은 (중국과의) 관계를 깨길 원치 않으면서도, 우리의 미래를 발전시키는 데 방해가 되지 않는 관계를 의미한다. 다만 여기에 대한 모순된 이해가 존재한다. 폴크스바겐 등 기업은 회사 이익의 관점에서 디리스킹을 중국에 대한 투자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고, 유럽보다 중국에서의 이익이 더 낫다고 한다. 그러나 국가 단위에선 이를 가만히 지켜볼 수 없다. 정부는 디리스킹이 단순히 기업의 이익을 보장하는 게 아니라, 정치적 개념임을 이해시키는 틀을 만들어야 한다. 이 개념은 유럽과 중국의 경제적 관계가 성장함에 따라 중국이 책임감있는 이해 당사자가 될 거란 30여년의 기대를 깨야 한다는 것도 의미한다.”



―유럽연합 회원국들은 중국에 대해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5월 프랑스와 세르비아, 헝가리 등을 방문하는 등 개별 국가에 전략적 접근을 취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유럽 연합은 어떻게 중국에 대해 단일한 전략을 취할 수 있다고 보는가?



“오늘날 유럽연합은 그 이전보다 중국의 불공적 무역과 투자 관행에 대해 단결된 형태로 대응하고 있다. 지난 2016년에도 집행위원회는 중국에 시장 경제 지위를 부여하려 했으나, 산업계와 유럽 의회의 반대로 무산됐다. 유럽연합은 세계무역기구(WTO) 규칙을 따르지 않는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 자체 무역 방어 도구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반덤핑 메커니즘, 투자 심사 메커니즘, 역외 보조금 규정 등이 포함된다. 하지만 축구처럼 수비만 해선 안 되고 공격도 해야 한다. 희토류 가공에서 중국의 독점을 깨기 위해 자원 부국과 협력해 자체 가공 능력을 갖추고, 수소 기술 개발을 위해 일본 등과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11월 미국 대선도 다가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중 한 명이 대통령이 될 때, 유럽은 어떤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보나?



“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건 유럽에 (미국과 중국 중) 한 쪽의 편을 선택하라는 미국의 압력은 더욱 커질 것이다. 유럽이 스스로의 동기에 따라 좋은 정책을 만들어내지 않는다면, 우리는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사면초가에 놓이고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된다고 해서 유럽에 무조건 좋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다고 해서 모든 게 나쁜 건 아닐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동맹을 미워한다 해도, 미국의 국익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에 대한 강한 리더십을 발휘했던 것도 러시아의 지배력 아래 있는 유럽은 미국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미국의 국익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글·사진 베를린/장예지 특파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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