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권 행사 못하는 상설특검…'세관 마약', '삼부토건' 집중 수사
대통령·가족 위법 사건 수사에 與 추천권 배제도 추진…야당 단독 의결 가능
국감 첫날부터 '김건희' 의혹 여기저기서 부각…동행명령장 발부 등 이어져
"댐 일단 뚫리면 봇물 터지는 것"…국감·상설특검 통해 다음달 특검 동력 집중
김건희 여사.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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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진행되는 와중에 '상설특검(특별검사)' 카드를 꺼내들었다.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해병대 채 상병 특검이 또 다시 재의표결의 문턱을 넘지 못하자, 일종의 '백업' 성격이었던 상설특검까지 활용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상설특검은 수사단 규모가 작고 수사 기간도 짧다는 한계가 있지만, 이미 시행 중인 법안을 활용하기 때문에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다. 민주당은 대통령과 그의 가족이 연루된 사건에 대한 특검의 경우 특검 추천위원회에 대통령이 소속됐던 여당은 추천에 참여할 수 없게 하는 규칙 개정안을 시작으로,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다음 달 발의할 별도 특검법을 통과시킬 동력을 얻겠다는 계획이다.
국정감사 시작했는데 '상설특검' 시동 건 민주…대통령 관련 수사시 '與 추천권' 배제 작업도
영부인 청문회가 된 국정감사.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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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8일 '세관 마약 수사외압 의혹'과 '삼부토건 주가 조작 의혹', '22대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행위'를 수사 대상으로 하는 '대통령실 수사외압 등 권력형 비리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수사요구안'을 제출했다. 민주당 김용민 원내수석부대표는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연관돼 있는 사건들을 상설특검 대상으로 삼았다"며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나머지 범죄 의혹은 여전히 (11월에 발의할) 특검법에서 다룰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상설특검은 별도 특검법을 만드는 과정 없이 곧장 특검을 가동할 수 있도록 한다. 상설특검은 기본 수사기간은 60일, 여기에 대통령 승인을 받아 한 차례만 30일까지 연장할 수 있어 개별 특검과 비교해 짧은 편이고, 수사 인력도 파견검사 5명, 파견공무원 30명 이내로 적다. 하지만 이미 제정된 법률에 기반한 만큼 별도의 특검법이 필요없기 때문에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 등으로 막을 수가 없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지난 6일 "잘게잘게 쪼개서 할 수 있는 내용들에 대해선 상설특검을 같이 추진하겠다"며 "이미 김건희 특검법에 포괄적으로 포함돼 있지만, 보완적으로 상설특검을 통해 밝혀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별도 특검을 통과시키기 전에 여러 의혹들에 대한 수사를 먼저 진행하고 그 결과를 공개함으로써, 정국을 이끌어 나가는 카드로 쓸 수 있다고 판단한 셈이다.
민주당은 이 과정에서 대통령과 대통령 가족의 위법 사건을 수사할 때 생길 수 있는 '이해충돌' 문제를 방지하겠다며 관련 규칙 개정에도 나섰다. 민주당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대통령 관련 사안의 경우 상설특검 후보자 추천위원회에 여당 추천 몫을 배제하는 내용의 국회 규칙 개정안을 전날 발의했다. 현행법은 국회 규칙에 따라 7명 가운데 4명의 후보자를 국회에서 추천하고 교섭단체인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각각 2명씩 추천하게 돼 있다.
국회 규칙 개정은 법률안이 아니어서 운영위원회 의결만 거치면 가능하다. 민주당이 다수당의 지위를 활용해 단독 의결에 나설 경우,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상설특검을 추천하는 과정에서 국민의힘의 후보 추천권은 배제되게 된다. 김 원내수석부대표는 "이해충돌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규칙을 개정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거세게 반발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야당 직속의 또 하나의 검찰을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지난 2014년 민주당이 주도해 여야 합의로 제정한 현행 규칙을 갑자기 바꾸겠다는 것은 정치적 속셈을 드러내는 일에 불과하다"고 날을 세웠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도 "지금까지 야당이 밀어붙여 온 특검법과 똑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며 "추천에서 여당을 배제하는 것은 특검 추천위원회의 정치적 중립과 직무상 독립을 명시해 놓은 상설특검법의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감 이틀 내내 '김건희'…11월 발의 특검 재의표결 '이탈표' 기대감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8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에 대한 야당 의원의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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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상설특검의 목표인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국정감사 첫날부터 대거 부각하고 있다. 당 내에 '김건희 가족 비리 및 국정농단 규명 심판 본부(김건희 심판본부)'를 구성하는 한편, 이번 국정감사를 사실상 '김건희 국감'으로 만들어 의혹을 집중적으로 파헤치고 특검의 동력을 얻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날 교육위원회는 야당 단독으로 김 여사의 논문 대필 의혹 관련 인물인 한경국립대 설민신 교수에 대해 동행명령장을 발부했다. 민주당 소속 김영호 교육위원장은 "설 교수는 지난해 국감에도 증인으로 출석 요구됐으나 정당성 없는 출장을 이유로 불출석한 전력이 있다"며 "이번에 동행명령장 발부 등 조처를 하지 않는다면, 의사 진단서만 있으면 모든 증인이 출석을 안 할 수 있는 선례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전날 행정안전위원회도 한남동 대통령 관저 공사에 참여한, 김건희 여사와 친분이 있다고 의심되는 업체 21그램의 김태영·이승만 대표에 대한 동행명령을 야당 단독으로 의결했다. 국토교통위원회의 국토교통부 등 국정감사에서도 21그램의 공사 수주와 양평고속도로 관련 의혹이 도마에 올랐고,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선 김 여사의 지난해 10월 KTV 국악 공연 '황제 관람' 의혹을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이는 민주당이 다음 달에 다시 발의할 예정인 김건희·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정무적 '노림수'의 일환이다. 지난 4일 재의표결에서 특검에 대한 여당의 반대표는 104표로, 기권·무효표를 여당 내 이탈표로 간주한다면 최대 4표가 이탈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는 지난 7월 채 상병 특검법 2차 재의표결에서의 이탈표와 비슷한 숫자로, 이른바 '단일대오'가 만들어지지 않은 셈이다.
민주당은 국정감사와 상설특검을 통해 김 여사에 대한 여러 의혹을 부각시키고 이를 통해 부정적 여론이 만들어진다면, 차후 발의할 특검법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국회 재의표결에서 여당 내 균열이 점점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댐에 구멍을 뚫기가 어려울 뿐, 일단 뚫리면 봇물이 터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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