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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머리 위가 불안해 죽겠어요”…격추도 어렵다는 이 풍선, 다음엔 뭘 넣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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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북한이 띄워 보낸 쓰레기 풍선이 4일 오전 서울 상공에서 터져 내용물이 떨어지고 있다. 북한은 지난 2일 이후 이틀 만에 풍선을 띄웠다. 북한은 올해 들어 이번까지 24차례에 걸쳐 남쪽으로 풍선을 날려 보냈다. 2024.10.4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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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發 ‘쓰레기 풍선’ 살포 4대 궁금증 Q&A


북한의 대남 쓰레기 풍선 살포가 30차례 가까이 이어지며 한반도 정세 불안의 ‘상수’로 자리 잡았다. 북한은 8일에도 이틀 연속 남쪽으로 쓰레기가 담긴 풍선을 날렸다.

북한은 살포 초기에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담화를 통해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을 비판하는 등 자신들의 대응이 정당하다는 점을 주장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아무런 설명도 없이 줄기차게 풍선을 날려 보내고 있다. 시민들은 평균 5일마다 휴대폰을 울려대는 안전 안내문자에 점점 둔감해지고 있다. 화재 등 피해도 늘어나고 생화학 무기로 사용될 우려마저 커지면서 “풍선을 격추해서 북한에 경고를 해야 한다”는 강경론도 나온다. 국방부는 이날 국정감사 보고에서 북한이 △남측의 피로도 증가 △남남갈등 조성 △대북전단 살포 차단 등을 위해 오물풍선 살포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북측이 겨울철 북서풍 계열의 이점을 이용해 저비용, 고효율의 회색지대 도발 수단으로 인식하고 풍선을 지속 살포할 전망”이라고 했다.

Q. 생화학무기로 사용될 염려는 없나.

북측이 날려보내는 쓰레기 풍선에는 문자 그대로 ‘쓰레기’가 담겨 있다. 초기에는 쓰레기는 물론 분변 등 오물도 들어 있었지만, 한국과 국제사회의 비난이 잇따르자 폐지·폐비닐 등 마른 쓰레기를 담는다. 이날 국방부는 국회 국방위원회 국감 자료에서 북측이 최근 22차례 쓰레기 풍선을 날리며 한국 돈으로 약 5억5000만원을 썼을 것으로 추산했다. 개당 제작비용이 약 10만 원인 쓰레기 풍선을 5500여 개를 만들면서 북한 시세로 쌀 970t에 해당하는 돈을 허공에 날렸다는 이야기다.

다만 북한이 앞으로 풍선 속에 무엇을 담을지 알 수 없다는 점은 불안감을 키우는 요소다. 이 같은 예측 불가능성은 북측 풍선에 대한 ‘물리적’ 대응을 어렵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부도 향후 북한이 쓰레기 풍선에 탄저균 등을 넣어 날릴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은 지난 7일 국회 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북한이 (풍선을) 생화학무기로 사용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볼 수 있다”며 “탄저의 경우 공기 중에 100km 정도 (높이에서)살포되면 300만명 이상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어 수소폭탄에 비견된다”고 질의했다.

이에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두창이나 탄저(병) 백신 비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지 청장은 “자체 개발한 탄저 백신이 올해 안에 식약처 허가가 날 예정이며 세계 최초의 재조합 탄저 백신”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올해 안에 개발 완료가 되고 허가가 나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비축을 시작하려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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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오물풍선 정밀도 높아졌다는데.

북측 쓰레기 풍선의 ‘정확도’가 최근 들어 높아진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지난 4일 날아든 풍선 가운데 일부는 용산 대통령실 상공에서 ‘정확하게’ 터지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북한이 풍선에 위성항법시스템(GPS) 장비를 설치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일단 경찰과 군이 수거한 풍선에는 정해진 시간에 터지도록 소량의 화약과 발열 장비만 발견됐고, 동력·조종 장치는 없었다. 군 소식통은 “북한도 풍선을 계속 날리면서 접경지역과 한국 수도권 일대의 풍향 변화와 도달 시간 등에 대한 데이터를 쌓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언제, 어디에서, 얼마만큼 날려야 서울 도심에 도착하는지에 대한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군 당국은 북측에 이같은 정보를 주지 않기 위해 구체적인 풍선 낙하지점과 시간 등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Q. 접경지대서 격추 가능할까.

군이 쓰레기 풍선에 대응해 꺼내든 심리전 수단인 대북 확성기 방송은 결과적으로 북한의 풍선 살포를 막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쓰레기 풍선이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오면 조기에 격추할 수 있지 않느냐’는 목소리도 있다. 이와 관련해 군 당국은 “풍선이 낙하한 다음에 수거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군으로서는 접경 지역에서 풍선을 떨어뜨리기 위해 총탄을 발사했다가 유탄이 MDL을 넘을 수도 있는 상황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북측이 이를 ‘전쟁 행위’로 간주해 보복 조치에 나선다면 군사적 긴장 수위가 급격히 치솟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풍선을 물리적으로 격추하려다 위험 물질이 상공에서 넓게 퍼질 수 있는 개연성을 고려해도 ‘격추’는 군이 당장 선택하기 어려운 해법이라는 설명이다. 일각에선 드론을 이용해 풍선을 격추하는 방법도 제시하고 있지만, 아직 군에서 적극 검토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이날 국감에서 정부가 설정한 ‘레드라인’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다만 “북한이 풍선에 화학물질을 넣어 보내거나 우리 국민 인명 피해가 발생할 경우는 명백한 도발”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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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서울 중구의 한 업무지구에 북한이 날린 오물풍선의 잔해가 흩어져 있다. 북한이 오물풍선을 날린 것은 이날이 올해 들어 26번째다. [사진 =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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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시민들 피해 보상 어떻게 받나.

북측 쓰레기 풍선 살포가 지속되면서 차량·건물 파손과 화재, 민간항공이 이·착륙 지연 등 재산 피해도 이어지고 있다. 사람이 하늘에서 떨어진 풍선에 맞아 다치는 경우도 있었다.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기준으로 쓰레기 풍선에 따른 피해 사례는 모두 78건으로 집계됐다.

현재 서울특별시 등 각급 지방자치단체는 자체적인 피해 지원 지침을 마련해 피해액을 지원하고 있다. 현행 법률로는 피해 구제가 어려워 지차제들이 선제적으로 지원에 나선 셈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제껏 시가 지원한 쓰레기 풍선 피해 관련 지원금액은 7980만원이며, 올해 총액은 약 1억2000만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정치권도 관련 피해 복구·보상 지원을 위한 제도 정비에 나섰다. 지난달 24일에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민방위기본법 개정안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위원회를 통과했다.

일부 보험사에서는 풍선으로 인해 차량이 파손된 경우 자차보험 처리 신청을 접수했다. 이 경우 일정 부분 자기부담금이 있고, 다음해 보험금 할인은 유예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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