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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軍 인사에 드러난 '12·3 비상계엄' 복선… 핵심보직 장악 과정 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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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3인방’, 동시 중장 승진

尹 대통령의 이례적 7분 연설

경호처장에서 국방장관 발탁

8군단장에서 계엄사령관까지

‘12·3 비상계엄 사태’를 둘러싸고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장군 인사와 국방부 장관 인선이 이번 사태와 연관성이 있는지에 대한 의혹이 제기된다. 이번 사태 군 핵심 세력들은 지난해 11월 대거 승진했고, 이후 올해 정기 인사에서 모두 보직을 유지해 결국 이번 사태의 핵심 부대를 장악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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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자유홀에서 열린 ‘진급·보직 신고 및 삼정검 수치 수여식’ 행사에서 경례를 받고 있다. 당시 진급 대상자 중 ‘12·3 비상계엄 사태’ 핵심 인물인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등이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해 해당 보직에 각각 임명됐다. 행사에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당시 대통령경호처장 자격으로 배석했다.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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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3인방’ 진급, 이례적 연설

21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의혹의 시작은 지난해말 단행된 중장 인사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6일 ‘장성 진급·보직 신고 및 삼정검 수치(끈으로 된 깃발) 수여식’ 행사에서 진급 장군들을 대상으로 이례적으로 긴 7분간 연설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10번의 ‘장성 진급·보직’ 행사를 주재했지만 이날을 제외하면 대체로 대통령 발언은 생략하고 비공개로 담소하거나 1,2 분간 간략히 격려하는 데 그쳤다. <세계일보 12월12일자 6면 참조, 尹, 작년 ‘계엄 3인방’ 승진 때만 “대적관·국가관” 이례적 연설>

당시 윤 대통령은 공교롭게도 이번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수사 선상에 오른 곽종근(육사 47기)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 이진우(육사 48기) 전 수도방위사령관, 여인형(충암고 17회·육사 48기) 전 국군방첩사령관 등을 각각 소장에서 중장으로 승진시키고 해당 보직에 임명했다. 이들 보직은 과거 ‘12·12 군사반란’의 주역과 일치한다. 이는 YS 문민정부에서 이뤄진 사조직 ‘하나회’ 숙청 당시 최우선 교체 대상 보직이었다.

이들 외에도 육해공군 장성 총 9명이 함께 진급했다. 행사에는 경호처장이던 김용현 전 국방장관도 배석했다. 이 자리는 과거 김영삼 전 대통령이 군 내 사조직 ‘하나회’ 숙청 당시 육군참모총장, 기무사령관, 특수전사령관, 수도방위사령관 4명을 먼저 교체한 것과 비견되는 군내 최고 핵심에 대한 친정체제 구축으로도 평가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이례적으로 긴 격려연설을 통해 ‘국가관’, ‘대적관’을 언급하며 장병 정신교육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당일 오후 5시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자유홀에서 열린 행사에서 “우리나라의 안보 상황이 매우 엄중하다”며 “지휘관은 부하 장병을 사랑해야 그들이 지휘관의 명을 위기 시에 따를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가의 안보는 값비싼 무기와 첨단 전력을 갖춰야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장병들의 교육 훈련과 대적관 그리고 정신 자세”라며 진급자들을 향해 “여러분이 지휘관으로 나가면 우리 장병들이 이런 첨단 전력을 제대로 다룰 수 있는 교육과 훈련을 잘 시켜주고 아울러 확고한 국가관과 대적관, 안보 태세를 가질 수 있도록 정신교육에도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최근 수사에서 이들 진급이 이번 사건과 관련이 있지 않느냐는 취지로 조사했으나 김 전 장관은 “정당한 대통령 직무수행이었다”며 이번 사태와 무관하다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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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26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진행된 제75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박안수 당시 국군의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당시 중장)이 윤석열 대통령과 이종섭 국방장관과 함께 열병차에 탑승해 부대 사열에 참석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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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중장’ 빠진 장성 인사

두 번째 의혹의 군 인사는 지난달 11월27일 중장 진급 인사다. 이날 6명의 해·공군 소장들이 중장으로 진급했다. 해병대사령관, 해군교육사령관, 해군사관학교장, 합참 전략기획본부장, 공군참모차장, 공군사관학교장 등 해공군의 주요 보직자들이 중장으로 진급했다. 그러나 지난해 육해공군이 모두 포함된 것과 달리 육군 중장 진급이 하나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군 내부에서도 의아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군에서 육군 장성의 숫자가 가장 많은데 이들에 대한 인사가 없었기 때문이다. 대신 앞서 5월 군수사령관, 교육사령관, 지작사 참모장, 합참 작전본부장, 국방정보본부장, 3군단장, 7군단장 등 육군 중장 인사가 진행됐으나 6개월 전 중장 인사로 인해 이번 사태 핵심 가담자들에 대한 보직 이동 등은 이뤄지지 않았다.

◆김용현 전 장관, 깜짝인선도

세 번째 의혹 인선은 김 전 장관의 인사다. 지난 8월12일 오후 2시,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대통령실 출입기자들에게 느닷없는 인사 공지를 한다. 그리고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으로 걸어들어 왔다. 당시 출입기자들은 해당 인사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 상태였다. 정 실장은 “외교안보 분야 주요 직위 인선을 발표하겠다”며 “오늘 대통령께서는 외교안보 분야 주요 직위 인선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정 실장 옆에는 김용현 직전 대통령경호처장이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배석했다.

군일 비롯한 외교안보 부처에 일대 파장이 일었다. 이 인사로 지난해 10월7일 부임한 전임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임기 1년도 채우지 못하고 갑자기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으로 이동했다. 또 외교부 출신인 장호진 안보실장은 외교안보특보라는 자리를 신설해 이동시켰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신 실장이나 장 특보가 이를 미리 통보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갑작스런 외교안보라인 인선은 김 전 장관을 국방장관에 앉히기 위한 무리한 인선이 아니었느냐는 해석이 정부 안팎에서 나온다.

김 전 장관의 인선 당시 정 비서실장은 “후보자는 수도방위사령관, 합참 작전본부장 등 군 요직을 두루 섭렵한 국방·안보 분야 전문가이며, 합리적이고 희생적인 지휘 스타일로 군 안팎으로부터 두터운 신망을 받아왔다”고 했다. 이어 “우리 정부 초대 경호처장으로 군 통수권자(윤 대통령)의 의중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기에 국방부 장관으로서 적임자라 판단했다”고 부연했다.

그동안 국방부 장관은 주로 예비역 대장 출신이 맡았던 관행과 달리 김 전 장관은 예비역 중장 출신이란 점도 의문이다. 문민정부에서 하나회 숙청에 나섰던 권영해 전 장관이 예비역 육군 소장이었고, 역대 국방장관 중 중장 출신도 더러 있지만 2004년 참여정부의 윤광웅 전 장관(예비역 해군 중장) 이후 중장 출신 장관이 없다가 이번 정부 들어 유독 3명의 국방장관이 모두 육군 중장 출신을 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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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9일 윤석열 대통령이 충남 계룡대 전투통제실을 방문, 장병을 격려하고 있다. 윤 대통령 왼쪽 뒤는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박 참모총장 뒤는 이영수 공군참모총장.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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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계엄사령관 고속승진 배경은

마지막으로 비상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을 맡았던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의 고속 승진도 의문이다. 박 전 총장은 윤석열정부 출범 직후인 2022년 6월19일 강원 양양의 8군단장으로 취임한다. 당시 8군단은 이듬해 5월 해체가 확정된 부대로, 3군단에 통합될 예정이었다. 이 때문에 박 전 총장의 임무도 해체되는 부대의 마지막 통합 작업이었다. 사실상 승진이 예상되지 않는 마지막 보직이라는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는 자리였다.

박 전 총장은 8군단장 이후, 건군 제75주년 국군의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을 맡게된다. 과거 이 보직은 소장이 맡기도 했고, 승진 자리가 아닌 한직으로 이를 끝으로 전역하는 경우도 많았다. 박 전 총장은 윤 대통령이 참석한 75주년 국군의날 행사에서 제병지휘관으로, 윤 대통령이 탑승한 지휘차량에 함께 올라 사열을 받는 모습이 전국에 중계되기도 했다.

지난해 9월26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제75회 국군의날 기념식, 이날 오전 10시13분, 윤 대통령은 열병차에 탑승했다. 옆 자리에는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이 동승했다. 이어 박 전 총장이 무대를 한 바퀴 돌아온 해당 차량에 탑승했다. 참석자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4시53분, 서울 중구 숭례문부터 종로구 광화문 일대에서 이뤄진 시가행진 연설에서 “국군 장병 여러분, 오늘 수고 많으셨습니다”라며 “오늘 우리의 주권자인 국민에게 여러분의 늠름하고 용기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게 돼 저도 기쁘고, 이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정말 수고 많이 하셨다”고 치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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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월 1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76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과 함께 국민참관단에게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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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윤 대통령은 “우리 군은 국민의 군”이라며 “국민의 자유와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책무를 지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오늘 우리 국민들께서 여러분의 위풍당당한 개선 행진을 보고 여러분을 신뢰하고, 우리 안보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가지셨을 줄로 안다”고 부연했다. 이날 국군의날 행사에도 김 전 장관은 경호처장으로 윤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계속 보좌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이후 박 전 총장은 대장 승진에 성공했다. 통상 대장 보직을 먼저 한 차례 맡은 후 육군참모총장에 오르던 관례와 달리 국군의날 행사기획단장에서 바로 육군참모총장에 직행하는 특별한 진급 케이스를 만들었다. 박 전 총장은 지난해 10년만에 부활한 국군의날 기념 시가행진 준비작업도 함께 지휘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이같은 과정에서 윤 대통령이나 김 전 장관의 눈에 발탁돼 고속 승진을 했고, 이번 비상계엄 사태 당시 계엄사령관까지 맡게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통령실 출입기자들이 동행 취재한 윤 대통령의 공개행사 1114건을 전수 분석한 결과, 김 전 장관은 경호처장 재직 당시를 포함해 윤 대통령 행사에만 최소 387회 이상 참석했다. 이는 대통령실 이도운(393회) 홍보수석보다 적고 이기정(293회) 의전비서관보다 많은 수준이다.

지난해 10월 말 취임한 박 전 총장은 지난달 국가조찬기도회, 10월 국군의날 행사, 지난해 12월 방산수출 전략회의 등 진급 전후를 포함해 최소 10차례 이상 대통령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지난 8월 윤 대통령이 안보휴가로 활용한 여름 휴가에서도 박 전 총장은 윤 대통령을 수행하는 모습이 포착된 바 있다. 이 일정 대부분은 김 전 장관이 수행했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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