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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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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7명 숨진 부천 호텔 화재 점검 동행…‘결국 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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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 2일 소방기술사가 한 숙박시설 객실의 완강기를 점검하고 있다. 이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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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밑에 보면 실외기가 설치돼 있어요. 실외기 위치를 조정해야 할 것 같아요”



2일 오후 1시 경기 부천시에 있는 한 숙박시설의 5층 객실을 점검하던 권병호 소방기술사가 객실 창문을 열어 밖을 내다본 뒤 이렇게 말했다. 그는 “창문 아래 쪽으로 실외기가 설치돼 있으면, 유사시 완강기를 이용한 탈출이 어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객실 내부를 찬찬히 살피던 권 기술사는 완강기에 작동설명서가 따로 없는 부분도 지적했다.



권 기술사는 객실 내에 열탐지기가 설치된 것을 지적하며 연기탐지기로 바꿀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그는 “불이 나면 연기가 먼저 감지되고, 열은 5분 정도 뒤에 감지가 되는데 그 때는 이미 늦다”며 “열탐지기도 법적 기준에는 맞지만, 최근 아파트도 연기탐지기로 바꾸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날 점검은 지난 8월22일 사상자 19명을 낸 부천 코보스호텔 화재 후속조치로 이뤄졌다. 부천시는 사고가 발생한 뒤 지역 내 숙박시설에 대해 소방, 건축, 전기 분야를 전수 점검 하고 있다. 이날 점검에는 권 기술사(소방), 정광수 건축사(건축), 김은기 건축전기설비기술사(전기)가 점검에 참여했다.



이들은 지하주차장을 먼저 확인한 뒤 옥상부터 1층까지 내려오면서, 미리 준비된 점검표 내용을 확인했다. 이 점검표는 부천시에서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자체적으로 만든 것이라고 한다. 소방 쪽은 안전관리, 소화·경보시설·피난방화시설 등 3개 분야 30개 점검항목으로 구성됐고, 건축은 안전관리, 피난시설, 방화시설 등 4개 분야 19개 점검항목, 전기는 안전관리, 전기시설 등 2개 분야 20개 점검항목으로 구성됐다. 항목이 많아 숙박시설 한 곳을 점검하는데는 약 2시간이 걸린다.



건축 분야 점검을 맡은 정 건축사는 설계도면과 실제 건물 구조를 비교하며 방화문이 제대로 설치됐는지를 집중 확인했다. 그는 “설계도에는 비상계단 쪽 문이 방화문으로 돼있는데 실제로는 철문이다. 방화문은 이격이 있으면 안되는데, 이격이 있어서 수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각 객실에 도어클로저가 설치되지 않은 부분도 지적됐다. 도어클로저는 코보스호텔에도 설치되지 않았는데, 당시 객실 문이 자동으로 닫히지 않으면서 객실 내부에서 발생한 불이 복도로 빠르게 확산했고, 많은 사상자가 나온 계기가 됐다.



이뿐만 아니라 전기 분야에선 전선을 전기테이프로 임시로 연장한 점, 욕실 등 물기가 있는 곳에 물기를 차단하는 콘센트가 설치되지 않은 점 등이 지적됐다. 이날 점검을 한 숙박시설에서는 전체 점검 항목 69개 가운데 15개 항목이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소방 6개, 건축 4개, 전기 5개 항목이다. 부천시는 방화문 미설치 등 법 위반 사항에 대해서는 시정 조치를 하고, 단순 미흡 사항에 대해서는 개선을 권고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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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과 연결되는 문을 점검하는 모습. 이승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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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검하는 동안 숙박시설 관계자와 실랑이도 벌어졌다. 이 업소 관계자는 김 기술사에게 “너무 꼼꼼하게 보시는 것 같다. 이런 점검이 전국적으로 이뤄지는 것도 아니고 부천만 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며 “문제를 삼으면 모든 것을 문제 삼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김 기술사는 “인명사고가 크게 났지 않냐. 이게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부천시는 이달 말까지 176개 숙박시설을 점검할 계획이며, 현재까지 30∼40%의 숙박시설 점검을 마쳤다. 부천시 건축관리과 쪽은 “엄격하게 점검을 하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이번 점검으로 각 숙박시설이 소방 시설을 제대로 설치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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