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법무법인 세종 고문으로 재취업한 윤종인 초대 개인정보보호위원장.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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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 유출 문제가 국내외 아이티(IT) 기업의 최대 규제 리스크로 떠오른 가운데, 최근 4년간 규제기관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고위공무원 5명이 김앤장·광장·세종·율촌 등 대형 로펌에 재취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중엔 퇴직 두 달여 만에 로펌으로 자리를 옮긴 이도 있다. 퇴직 공직자 취업심사 때 업무 관련성을 엄정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남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개보위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개보위가 장관급 중앙행정기관으로 격상된 2020년 8월부터 현재까지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취업심사를 거쳐 업무 관련성이 있는 기관에 취업한 개보위 출신 인사는 모두 6명이며, 이 가운데 5명이 로펌행을 택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돼 지난 2022년 10월 퇴직한 윤종인 전 개인정보보호위원장(장관급)은 법무법인 세종 고문으로 취업승인을 받아 올해 1월 새 명함을 받았다. 지난해 7월 개인정보보호정책과 과장(3급)으로 퇴직한 ㄱ씨는 같은 해 9월 김앤장 법률사무소(취업가능)에, 지난해 4월 조사2과 과장(3급)으로 그만둔 ㄴ씨는 올해 6월 광장(취업승인)에 각각 재취업했다. 이밖에도 2021년 7월 조사2과 과장(4급)이었던 ㄷ씨와 2022년 1월 법무감사담당관(4급)으로 퇴직한 ㄹ씨가 취업승인을 받아 각각 율촌과 세종으로 두 달 만에 자리를 옮겼다.
2020년 8월부터 현재까지 이들 대형 로펌이 개보위와 법정 다툼을 벌였거나 현재 진행 중인 사건은 모두 11건이다. 소송가액은 1158억5천만원에 이른다. 확정 판결이 난 사건 등을 제외한 현재 진행 중인 사건은 모두 6건(소송가액 1082억5천만원)인데, 김앤장이 이용자 정보를 무단 수집하거나 개인정보를 유출한 메타·구글·삼성전자 등의 법률대리인으로 참여하고 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4급 이상 공무원이 퇴직일로부터 3년 이내에 취업할 경우 퇴직 전 5년간 일했던 부서 등과 업무 관련성이 없다는 확인이나 취업해도 좋다는 승인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퇴직 공무원이 기존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분야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걸 막기 위한 취지다. 그러나 상당수 경우 ‘취업 뒤 영향력 행사 가능성이 적다’ 등의 이유로 심사를 통과한다.
김남근 의원은 “대형 로펌은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피감 기관이 아니라는 이유로 공직자윤리법상 취업심사를 통과했지만, 이들이 기업을 대변해 개인정보 정책 로비를 하는 로펌으로 가는 것은 직업윤리상 이해충돌 소지가 높다”며 “특히 빅테크 기업의 인공지능(AI) 정책을 둘러싼 논쟁이 첨예한 상황에서 관련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개보위 퇴직공직자들의 로펌행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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