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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소행성 궤도 바꾼 지 2년…‘아마겟돈 실험’ 현장으로 우주선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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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스페이스엑스의 팰컨9 로켓이 7일 소행성 궤도 변경 실험 현장을 확인하기 위한 우주선 헤라를 싣고 이륙하고 있다. 스페이스엑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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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이뤄진 사상 첫 소행성 궤도 변경 실험 현장을 확인하기 위한 우주선이 지구를 출발했다. 미 항공우주국(나사)이 소행성 충돌에 대비한 지구 방어 작전의 일환으로 시도했던 이 실험은 지구를 향해 날아오는 소행성을 폭파시켜 지구를 구하는 내용을 담은 에스에프(SF)영화 ‘아마겟돈’을 연상시킨다고 해서 ‘아마겟돈 실험’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유럽우주국(ESA)은 7일 오전 10시52분(한국시각 오후 11시52분) 미 플로리다 케이프커내버럴우주군기지에서 우주선 헤라를 스페이스엑스의 팰컨9 로켓에 실어 발사했다. 헤라의 임무는 나사가 2022년 9월26일 지구에서 1100만km 떨어진 우주에서 실행한 소행성 충돌 현장을 상세히 살펴보는 것이다.



당시 나사는 570kg의 다트(DART) 우주선을 소행성 디모르포스에 초속 6.25㎞(시속 2만2530km)의 속도로 충돌시켜 궤도를 변경하는 데 성공했다. 디모르포스는 디디모스라는 더 큰 소행성을 1189m 거리에서 11시간 55분을 주기로 공전하는 너비 170m의 작은 소행성이다.



나사는 우주선 내 카메라와 지상 관측을 통해 충돌 충격으로 1000톤 이상의 물질이 분출되면서 1만km나 되는 파편 꼬리가 생기고 디디모스를 공전하는 궤도가 바뀌어 공전 주기가 33분15초 짧아진 것을 확인했다. 또 디모르포스의 모양도 납작한 좌우 대칭형 공 모양에서 뒤틀린 수박과 비슷한 모양의 타원체로 바뀐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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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행성 충돌 시험 현장 확인을 하는 유럽우주국의 우주선 헤라와 2개의 큐브샛 상상도. 유럽우주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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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9500만km 거리에서 소행성과 만나



그러나 이번 실험을 실제 지구 방어 작전에 활용하려면 소행성이 구체적으로 어떤 특성의 물질로 이뤄진 천체이고, 어느 부분이 얼마나 타격을 입었으며 이것이 소행성의 궤도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등 좀 더 구체적인 사항을 파악해야 한다. 이는 현장에 가야만 알 수 있다.



헤라는 앞으로 2년 후인 2026년 10월 지구에서 1억9500만km 떨어진 곳에서 디모르포스와 조우한 뒤 6개월간 현장을 촬영하고 분석하는 작업을 수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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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9월26일 우주선 다트가 소행성 디모르포스 표면에 충돌하기 2초 전에 찍은 사진. 미 항공우주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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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3월엔 화성 위성 데이모스 근접 촬영



이를 위해 헤라 우주선에는 12개의 과학장비와 10cm 크기의 큐브샛(CubeSat) 2대가 탑재돼 있다. 큐브샛은 목표 지점에 도착하면 초속 몇cm의 느린 속도로 우주선을 빠져나와 독자적인 관측 활동을 수행한다. 헤라는 이와 함께 디모르포스에서 200m 이내 떨어진 지점까지 접근해 소행성의 표면을 2cm 해상도로 촬영한다.



헤라는 가는 도중 몇 차례에 걸쳐 비행 속도와 방향을 조정하기 위한 중력도움비행을 한다. 이 우주 기동 작업의 하나로 2025년 3월에는 화성 위성인 데이모스를 가까이에서 비행하며 데이모스를 근접 촬영할 예정이다.



데이모스는 화성의 2개 위성 가운데 작은 위성으로 크기가 12.4km다. 평균 2만3460km 거리에서 화성에 앞면을 고정시킨 채 30시간에 한 번씩 화성을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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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트 우주선이 디모르포스에 충돌한 후 분출물이 형성한 꼬리. 소행성 충돌 두달이 지난 시점에 찍은 사진이다. 나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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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된 지구 근접 소행성 3만6천여개



인류가 소행성에 본격적인 관심을 쏟기 시작한 건 1990년대 후반이다. 1980년 소행성 충돌로 공룡이 멸종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을 때만 해도 소행성 충돌 가능성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나 1994년 슈메이커-레비9 혜성이 티앤티(TNT) 3천억톤의 힘으로 목성에 충돌한 사건을 계기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그 영향으로 1998년 ‘딥임팩트’ ‘아마겟돈’ 등 소행성, 혜성 충돌을 주제로 한 에스에프영화가 나왔다. 공교롭게도 그해 미 의회는 나사에 2008년까지 너비가 1km보다 큰 지구 근접 천체의 90%를 발견해 목록을 작성하라는 임무를 부여했다.



헤라의 목표물인 디모르포스처럼 상대적으로 지구에 가까운 소행성을 근접 소행성(NEA)이라고 부른다. 태양과 가장 가깝게 접근했을 때의 거리가 1.3AU(1억9500만km) 이내인 궤도를 도느냐를 기준으로 분류한다. 1AU는 태양과 지구 사이의 거리(1억5000만km)이므로 지구 궤도에서 4500만km 이내 떨어진 지점까지 올 수 있는 소행성이다. 지구~달 거리의 117배에 이르는 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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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사 집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확인한 지구 근접 소행성은 3만6천여개이다. 이 가운데 지구와의 최근접 궤도 거리가 750만㎞ 이내이고 지름이 140m 이상인 소행성을 ‘잠재적 위협 소행성’(PHA)으로 분류한다. 지름 140m의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하면 한 지역 전체가 괴멸될 수 있다. 140m는 디모르포스보다 약간 작은 크기다.



유럽우주국 분석에 따르면 지금까지 발견된 지구 근접 소행성 중에 적어도 앞으로 100년 동안은 우려할 만한 대상은 없다. 특히 지구 전체에 큰 피해를 줄 수 있어 ‘행성 킬러’로 불리는 크기 1km 이상인 것은 95% 이상 발견한 상태여서 불확실성을 거의 해소한 상태다.



문제는 크기가 수백m인 중형 소행성이다. 한 지역이나 나라를 괴멸시킬 수 있을 정도의 파괴력이 있는 소행성이지만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아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지금까지 찾아낸 140m 이상의 소행성은 약 1만1천여개로 전체의 40%에 불과하다. 현재는 이 중형 소행성을 찾는 데 집중하고 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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