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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취직해야 결혼하고 출산…윤 정부 노력 충분하지 않은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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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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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출생률을 높이려면 먼저 주거·고용·노후 불안을 해소해야 합니다.”



박상준 일본 와세다대 교수는 지난 9월2일 도쿄 중심가에 있는 교수실에서 한겨레와 만나 저출생 극복의 선결조건을 강조했다. 박 교수는 또 “일본은 잘 변하지 않지만 나라가 망할 위기에 처하면 리더가 나와서 큰 변화를 주도하는데, 1868년 메이지유신 이후 150년이 지난 지금 저출생 위기 극복을 위해 총리 주도로 적극적으로 변하고 있다”며 “한국도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국가 전체를 아우르는 강력한 캠페인을 벌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위스콘신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1999년부터 일본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한국이 일본식 장기불황에 빠질 수 있음을 경고하는 ‘불황터널’(2016), ‘불황탈출’(2019)을 출간했다.



―저출생, 인구 감소는 경제성장과 정부 재정에 악영향을 끼친다. 일본의 충격은 어떤가?



“일본은 저출생과 고령화가 같이 진행되고 있다. 그 결과 청년층이 줄어들면서 일본 경제를 대단히 어렵게 만든다. 20대 초반(20~24살) 연령층이 1995년에는 1천만명이었는데 지금은 600만명으로 줄었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또는 30년이라고 하는 장기 저성장의 주요 원인 중 하나도 저출생, 고령화다.”



―일부 학자들은 선진국은 인구 감소 속에서도 혁신을 통해 성장했다고 말한다.



“일본도 로봇이나 인공지능(AI) 이용 확대를 강조한다. 로봇산업이 발달하면서 무인점포 활용이 늘고 있다. 혁신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사회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부정적인 영향이 훨씬 더 큰 것 같다.”



―저출생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출산·육아 지원, 일∙가정 양립 등 다양한 정책이 요구된다. 일본의 경험으로 볼 때 한국은 어디에 중점을 둬야 하나?



“일본의 합계출산율이 2005년 1.26명까지 내려갔다가 반등해서 2015년 1.45명까지 높아졌다. 하지만 이후 다시 내려가 지금은 1.2명대로 떨어졌다. 2005년은 일본 경제가 오랜만에 회복되고 집값 하락도 멈추면서 도쿄를 떠났던 사람들이 다시 돌아온 시기였다. 한국도 출생률이 반등하려면 주거 안정이 돼야 한다.”



―고용 안정이 출생률에 끼치는 영향은 어떤가?



“독일, 프랑스도 일본에 앞서 출생률이 내려가다가 1990년대 후반 반등한 경험이 있다. 일본은 두 나라를 연구하면서 고용 요인에 주목했다. 취직해야 결혼할 수 있고, 돈을 벌어야 아이를 낳을 수 있다. 윤석열 정부의 저출생 대책에 고용과 주거 안정 노력이 충분하지 않은 것 같다.”



―일본은 고용 안정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일본은 한국과 달리 주거 안정은 큰 문제가 되지 않고 있다.)



“여성이 30대가 되면 한국을 포함해 많은 나라에서 고용률이 뚝 떨어진다. 결혼·육아 때문에 일을 멈추면서 경력단절이 생긴다. 과거 서구 선진국에서도 같은 현상이 있었는데, 노동시간이 줄고, 여성이 임신·출산·육아를 할 때 어려움이 없도록 ‘모성 보호’를 강화하면서 사라졌다. 일본 정부도 가장 먼저 여성의 경력단절을 막기 위해 노력했다.”



―여성의 경력단절만 막으면 출생률이 높아지나?



“일본 정부는 남성에도 주목했다. 여성에게 육아휴직을 주고, 일·가정이 양립하도록 혜택을 줘도, 남성이 장기간 노동에 시달리고 여유가 없으면 육아에 참여할 수 없다. 현대 여성들은 육아와 가사를 남성과 함께하기를 원한다. 일본 정부는 이를 위해 ‘일하는 방식의 개혁’을 벌였다. 노동시간을 줄이고, 남성도 육아휴직을 제대로 갈 수 있도록 했다.”



―한국은 젊은 세대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도 출생률 저하 요인으로 꼽힌다.



“결국 노후 안정의 문제다. 일본은 원래 60살이 정년이었는데 70살까지 고용의무를 법제화했다. 지금은 대부분 기업이 65살 정년까지 정규직으로 일하다가, 70살까지 계약직으로 일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일본은 2005년 연금개혁을 통해 고갈 시기를 100년 뒤로 늦췄다. 이런 것이 출생률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한국의 위기 극복을 위해 당부하고 싶은 얘기는?



“일본의 저출생 대책은 총리가 직접 주도한다. 아베 신조 총리는 2015년 ‘1억 총활약 사회’(50년 뒤에도 인구 1억명이 유지되고, 모든 국민이 활약하는 사회)를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한국도 저출생을 극복하려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국가 전체를 아우르는 강력한 캠페인을 벌여야 한다. 여야도 적극 협조해야 한다.”



도쿄/곽정수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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