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저출생 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어린이가정청의 나카하라 시게히토 종합정책담당 참사관이 지난 9월3일 도쿄 중심가에 있는 사무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곽정수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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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저출생 위기 극복의 추진력은 국민적 공감대와 총리의 리더십이 더해지면서 비로소 생겼습니다.”
일본 어린이가정청의 나카하라 시게히토 종합정책담당 참사관은 지난 9월3일 도쿄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세계 최악의 출생률로 위기에 빠진 한국을 위해 도움말을 부탁하자 이렇게 말했다. 나카하라 참사관은 “(역사상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 일본의 출생률이 좀 더 떨어질 것 같지만, 국가적으로 총력전을 펴기 때문에 조만간 반등이 이뤄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일본 저출생 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어린이가정청은 총리 직속기구로 지난해 4월1일 출범했다. 후생노동성, 내각부, 문부과학성, 경찰청 등에 흩어져 있던 어린이 관련 정책을 일원화했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인구전략기획부 신설은 어린이가정청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주형환 부위원장은 지난 7월19일 일본 도쿄에서 가토 아유코 어린이·저출산 담당상을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나카하라 참사관은 일본 내각부에서 어린이 관련 정책을 맡다가, 어린이가정청에 합류한 창립 일원이다.
―지난해 일본의 합계출산율이 1.2명까지 떨어지면서, 인구 감소 위기가 한층 고조됐다. 올해 전망은?
“지난해보다 좀 더 떨어질 것 같다. 지난해 12월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의 지시로 어린이 미래전략을 수립했는데, 정책 효과가 나오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미래 전략은 어떤 내용인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출생률의 안정화가 과제인데, 네가지 포인트가 있다. 첫번째는 경제적 지원이다. 어린이수당의 지급 대상을 15살에서 18살까지로 확대하고, 아이 3명을 낳은 집의 월 수당을 1만5천엔에서 3만엔(약 27만원)으로 높였다. 임신수당 5만엔과 출산축하금 5만엔을 신설했다. 두번째는 육아지원 서비스다. 임신 이후 출산까지 산모를 위해 상담해준다. 전업주부는 2살 이하 어린이를 위한 보육원을 이용할 수 없었는데, 월 10시간까지 맡길 수 있도록 바꾸었다. 보육원 교사도 4~5살 어린이 30명당 1명에서 25명당 1명 수준으로 늘리고 있다.”
―세번째 일하는 방식의 개혁과 네번째 인식 전환은 어떤 내용인가?
“남녀 모두 보육에 좀 더 충실할 수 있게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2030년까지 공공기관과 민간기업 모두 남자들의 육아휴직 사용률을 현재의 30%에서 85%까지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최근 종업원 100명 이상의 기업은 잔업시간과 남자 육아휴직 사용률 공표를 의무화하도록 한 법도 통과됐다. 인식 전환은 어린이를 키우는 육아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민간기업이나 지자체에 인식 전환을 유도할 수 있는 지원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홍보를 요청하고 있다. 좋은 사례가 생기면 에스엔에스에 계속 올리는 것이다.”
―저출생 관련 예산도 늘었나?
“어린이가정청의 예산은 2022년 4조7천억엔이었다. 여기에 국가와 지방 예산을 모두 합하면 3조6천억엔이 더해져 8조3천억엔(한화 76조6천억원)이 된다.”
―한국의 2023년 저출생 관련 예산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2.15%이다. 막대한 예산을 쓰는데도 출생률을 높이는 데 실패했다는 비판을 듣는다. 프랑스나 독일의 예산은 국내총생산의 3%를 넘는다. 일본은 어떤가?
“일본은 국내총생산의 2.2% 정도이다.”(한국과 일본은 비슷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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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저출생 정책의 역사는 1994년 ‘에인절 플랜’을 시작으로 30년 정도 됐다. 시기별로 정책의 우선순위가 달라졌나?
“처음에는 맞벌이 부부들을 위한 보육시설 확대가 핵심 키워드였다. 이후 남성의 육아 참여 필요성이 대두됐다. 2010년 이후는 결혼 장려 정책이 중요시되고 있다.”
―국가마다 저출생 대책에 특징이 있다. 프랑스는 자녀가 많은 가정은 소득세를 적게 낸다. 일본은 어떤가?
“민간기업과 지자체가 중심이 되어 젊은 남녀를 매칭(연결)시켜주는 앱이 있다. 시정촌(기초자치단체)에서는 이들을 위한 이벤트도 한다. 정부도 만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한다. 또 시정촌의 이벤트를 통해 만난 청년들이 결혼하면, 지자체와 공동으로 총액 30만엔까지 월세 보조를 한다.”
―지난 20~30년간의 저출생 정책에 대한 종합평가를 한다면?
“어린이들이 보육원에 못 들어가는 문제를 해결한 것은 성과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여성에게 일방적으로 육아를 맡기는 문화, 여성이 결혼 이후 커리어(경력)를 살리기 어려운 경력단절 문제, 결혼을 희망하는 여성의 감소는 여전한 과제다.”
―기시다 전 총리가 지난해 6월 ‘2030년까지가 저출생 타개의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한 까닭은?
“2000년대 초반까지는 연간 출생아 수가 110만명대였다. (2022년부터는 70만명대로 떨어졌다.) 이들이 2030년이 되면 가임가능 연령대(30대)가 된다. 이들의 의식을 바꿔 인구를 늘리는 방안을 찾지 못하면 그 이후는 기회가 없다는 뜻이다. 일본은 출생률이 1.0명 이하로 떨어지는 것을 무조건 막아야 한다. 새로운 대책을 수립하고 많은 예산을 투입하기 때문에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확신한다. 대책의 효과가 나오기까지 몇년간은 출생률이 더 떨어질 수 있지만, 그 이후에는 다시 높아지는 시기가 반드시 올 것이다.”
―저출생 극복을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의 협력이 필요한데.
“가장 중요한 것은 부부가 맞벌이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완벽히 조성하는 것이다. 육아휴직을 마음놓고 쓸 수 있게 하고 잔업을 못 하게 해야 한다.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일손 부족으로 그것이 쉽지가 않다. 그래서 한 사람이 휴가를 가면 옆의 동료가 도와주고, 더 일한 사람들에게 보너스를 줘야 한다. 정부는 보너스 중 일부를 보조해주고 있다.”
―일본에서 저출생을 국가적 위기로 인식하고, 총력전을 편 것은 언제부터인가?
“아베 신조 전 총리 때부터 출생률 하락과 보육의 무상화 문제가 강조됐다. 하지만 전체 국민의 위기감이나 공감대가 부족했다. 기시다 정부는 ‘마지막 기회’라는 발언이 보여주듯 저출생 대책을 핵심 정책으로 내세웠다.”
―기시다 전 총리의 주도로 저출생 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어린이가정청이 출범한 지 1년 반이 지났다. 한국 정부도 인구전략기획부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컨트롤타워가 생긴 이후 가장 큰 변화는?
“이전에는 부처 간에 서로 눈치보기를 했다. 지금은 컨트롤타워 주도로 정책을 만들고 각 부처에 협조를 요청한다. 모든 부처가 어린이가정청이 내놓는 대책이나 의견을 인정하고 따라와준다. 지난해 12월 어린이 관련 5개년 종합대책도 새로 만들었는데, 모든 부처와 담당자들로부터 지원과 협조를 받았다.”
―한국은 10~20년 시차를 두고 일본의 저출생 위기를 따라가고 있다. 한국은 사회구조, 문화, 의식 등에서 일본과 유사점이 많다. 한국의 위기 극복에 도움말을 한다면?
“일본의 경우 어린이가정청이 만들어지기 전부터 기시다 전 총리가 저출생 위기를 계속 강조했다. 그것이 이후 막대한 예산을 투입할 수 있는 토대가 됐다. 일본은 저출생 문제 해결을 더는 미뤄서는 안 된다는 국민적 위기 공감대를 이뤘다. 여기에 총리의 리더십이 발휘되어 추진력이 생긴 것이다. 한국에서도 정부의 리더십이나 국민 전체의 공감대가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도쿄/곽정수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jskwak@hani.co.kr, 녹취 김효진 보조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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