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일본 도쿄 미나토구 주일본 독일대사관 앞에서 시민단체 ‘일본군위안부문제 해결 전국공동행동’(공동행동) 회원들이 독일 미테구청의 ‘평화의 소녀상’ 강제 이전 방침에 항의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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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년간 독일 베를린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의 역사가 있는데, 갑자기 이를 철거하겠다며 그 역사까지 없애버리려는 건 폭거라고 생각해요.”
7일 일본 도쿄 미나토구 주일본 독일대사관 앞에서 만난 일본 시민단체 ‘일본군 위안부문제 해결 전국공동행동’(공동행동) 양징자 공동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이날 공동행동은 독일 베를린시 미테구 내 공공장소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과 관련해 미테구청이 이를 민간부지로 이전하지 않으면 강제 철거하겠다는 입장을 철회해달라며 주일본 독일대사관을 찾았다.
이들은 대사관 관계자와 만나 “우리는 일본 시민으로서 미테구청의 ‘평화의 소녀상’ 철거 방침에 반대한다”며 “평화의 소녀상이 지닌 깊은 의미를 되새기고, (위안부 피해자) 생존자들의 삶과 절절한 심정을 다시 생각해주시길 간곡히 부탁한다”는 입장이 담긴 서한을 전달했다.
서한에는 “제2차 대전 당시 일본군 성노예로 끌려갔던 생존자들은 반세기가 지난 지금, 전쟁 중 성폭력은 있어선 안될 전쟁 범죄이며 피해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는 행위라는 걸 전세계에 호소하고 있다”며 “평화의 소녀상은 단순히 일본군 위안부를 기억해야 한다는 의미뿐 아니라 지금도 전세계 전쟁과 분쟁 지역에 성폭력 피해를 본 여성들이 있다는 점에서 매우 보편적이고 현대적 의미를 지닌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서한에는 일본 내 시민단체 38곳, 개인 562명의 서명이 담겼다.
독일 베를린시 미테구청은 “사적인 예술품 또는 기념물로서 ‘평화의 소녀상’은 공공 부지인 현 장소에 임시로만 허가될 수 있다”며 소녀상의 민간 부지 이전을 요구해 왔다. 또 민간 부지 이전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강제 철거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 지역에 소녀상 설치를 주도한 재독 시민단체 코리아협의회가 평화의 소녀상 이전 방침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고, 지난달 20일엔 미테구 의회가 ‘현재 위치에 소녀상 존치’를 뼈대로 한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다만 이 결의에 구속력은 없다. 이어 일본에서도 시민단체들이 집회를 열어 미테구청에 민간 부지 이전 방침 철회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공동행동은 “독일이 과거 침략 전쟁 가해국으로서 뼈아픈 반성을 해왔던 것과 달리, 일본 정부는 잘못된 과거 역사를 지우려 하는 것 같다”며 “평화를 기원하는 소녀상이 마치 한·일 갈등을 부추기는 것처럼 선전하고 있지만, 두 나라 사이에 갈등이 있다면 일본 정부가 과거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피해자를 깎아내리는 언행을 반복하면서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 공동대표는 독일 대사관 관계자와 면담 뒤 한겨레에 “주일 독일대사관 쪽은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 않은 대신, 우리 쪽 서한을 베를린시와 마테구청 쪽에 전달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공동행동은 이후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 이와야 다케시 외무상 앞으로도 ‘평화의 소녀상’ 철거 문제의 해결을 촉구하는 요청서를 보낸다는 계획이다.
도쿄/글·사진 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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